시행 유예에 "시행 후 반출 수입 담배 적용" 부칙까지
합성니코틴 규제 목적, 막대한 수입 니코틴 활용 못막아

합성니코틴을 '담배'의 정의에 포함해 온라인·자판기 판매를 규제하는 ‘담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본격 입법 절차에 오른다. 한데 이 법안 부칙에 공포 6개월 뒤에 시행하도록 한 내용이 담겨 있어, 이미 국내에 수입된 수십 년 치 사용량의 니코틴을 활용해 제조한 합성니코틴 유통을 규제할 수 없어 입법 취지를 살리기 어렵단 비판이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2일 오후 기획재정위원회 소관 법률인 담배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진행한다. 이 개정안은 기존에 담배로 분류되지 않았던 합성니코틴을 담배의 정의에 포함시킨 것이 그 핵심이다.
이 법안은 합성니코틴 제품의 온라인 및 자판기 판매를 근절해 청소년을 보호하고, 유해 성분 공개를 통한 국민 건강을 증진하려는 취지다. 나아가 세수 확보 늘리려는 정책 목표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의 부칙 제2조(적용례)가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개정안은 법률 공포 후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시행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부칙 제2조는 “이 법은 시행 후 제조장 반출 또는 수입되는 담배부터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시행일 이전에 이미 수입되거나 제조장에서 반출된 합성니코틴 액상 제품은 법적 '담배'로 간주되지 않는다. 이는 해당 물량이 담배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며, 온라인 및 자판기 판매 금지 등 신설되는 규제 대상에서도 제외됨을 의미한다.
문제는 니코틴 액상의 장기 보관이 가능하고, 이미 국내에 수입된 니코틴 용량이 업계의 장기간 사용량으로 추정되는 1458톤에 달한다는 점이다. 업계가 6개월의 유예 기간 동안 막대한 양의 합성니코틴을 선제적으로 확보(사재기)할 경우, 법 시행 이후에도 '비담배'로 분류된 제품이 상당 기간 유통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입법 목적인 불법 유통 차단과 청소년 보호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게 된다.
실제 지난 2021년 줄기니코틴 규제 도입 시에도 액상담배 업체들의 대량 사재기가 발생해 실제 세수 확보 효과가 미미했던 전례가 있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조세 형평성 및 위헌 논란 제기
부칙 제2조의 적용례는 법 시행 시점을 기준으로 동일한 니코틴 원료에 대해 이중적인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시행일 이전 수입분, 세금 면제, 온라인·자판기 판매 가능 (비담배)
시행일 이후 수입분, 세금 부과, 판매 규제 적용 (담배)
이는 조세 형평성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헌법상 평등 원칙에 저촉된다는 법률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입법 목적이 국민 건강 보호 및 시장 질서 확립임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탈법적 행위를 유도하고 기존 불법 유통 업체에 면죄부를 주는 구조적 허점이 발생한다는 비판이다.
전문가들은 부칙 제2조의 적용례가 기득권자의 신뢰를 보호하는 '신뢰보호의 원칙' 범위를 넘어, 입법의 공백을 악용한 탈법 행위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부칙 제2조를 삭제하거나, 최소한 "공포 후 수입·제조된 물량에 대해서는 법 시행 후 동일한 세금과 규제를 적용"하도록 수정하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규제 도입과 집행 준비를 위해 설정된 6개월의 유예 기간이 오히려 사재기를 위한 시간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부작용 방지를 위해 법안을 공포 즉시 시행하는 방향으로 수정하는 것이 본질적 흠결을 막을 수 있는 방안으로 지목된다.
기획재정위원회 의결 당시에도 사재기 문제가 공식적으로 지적되었으나, 현재 법안에는 보완책이 반영되지 않았다. 따라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 입법적 하자를 즉시 수정하지 않으면, 해당 법안이 청소년 보호법이 아닌 “합성니코틴 사재기를 합법화한 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법안의 소위원회 회부로 인한 시행 지연도 사재기 물량 축적을 가속화할 우려가 있으므로, 법사위 전체회의가 신속하게 공포 즉시 시행을 포함한 수정 조치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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