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승진 대 외부 쇄신...기재부 저울은?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의 임기가 내년 1월 2일 끝나면서 차기 행장 인선을 둘러싼 금융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 행장이 중소기업 여신 확대와 수익성 개선 등 성과를 냈지만, 882억원 규모 부당대출 사태와 내부통제 논란이 불거져 연임 여부는 미지수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장 차기 인선의 관건은 ‘내부 승진’과 ‘외부 쇄신’ 가운데 어느 쪽에 무게가 실리느냐다.
최근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잇따라 내부 출신을 회장·행장에 앉히면서 국책은행 인사 기조가 내부 중용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입은행은 이달 초 황기연 상임이사를 신임 행장으로 선임하는 등 최근 두 차례 연속으로 내부 출신을 수장으로 앉혔다.
기업은행 내부에서는 김형일 전무이사,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모두 기업은행 입행 이후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정통 IBK맨’들이다.
김형일 전무는 1964년생으로 1992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자금운용부장, 퇴직연금부장, 전략기획부장, 검사부장, 글로벌사업부장 등을 거쳤다. 이후 혁신금융그룹장, 경영지원그룹장 등을 맡으며 디지털·리스크 관리 능력과 조직 장악력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행장으로 가는 관문으로 불리는 전무(수석부행장) 자리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1순위’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는 1963년생으로 1989년 기업은행에 입행한 뒤 싱가포르·뉴욕지점 등 해외 네트워크와 IT그룹장, 글로벌·자금시장그룹장, CIB그룹장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2021년 IBK저축은행장을 거쳐 2023년부터 IBK투자증권 대표를 맡고 있으며, 조직 슬림화·신사업 재편 등으로 리더십을 발휘했다.
김성태 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취임 이후 중소기업 여신 확대와 수익성 개선 등 가시적인 실적을 냈고, 최근에는 동유럽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기업과 현지 금융권을 잇는 가교 역할을 자처하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입지를 넓혀왔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은행장 자리가 전통적으로 ‘1임기 후 교체’ 관행이 강하고, 실제 연임 사례가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연임 가능성에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한편 최근 부당대출 사태와 행장 선임 역사를 감안하면 외부 쇄신 인사를 등용할 수도 있다.
역대 행장 25명 가운데 내부 출신은 김성태 행장을 포함해 5명에 불과했다. 김승경·조준희·권선주·김도진·김성태 행장 외에는 대부분 금융 관료나 청와대·기재부·금융당국 출신이 차지했다.
외부 인사 카드로는 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표적으로 하마평에 오른다. 도 전 부위원장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요직,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 등을 거쳐 금융위 부위원장을 역임한 정통 관료 출신으로, 현 정부 출범 이후 금융위원장·금감원장 후보군으로 거론된 바 있는 인물이다.
기업은행 내부에서는 특정 정치권 캠프와의 인연, 관료 출신이라는 점이 부각될 경우 “낙하산 인사”라는 반발이 제기될 수 있다. 노조는 관료 출신이나 대선 캠프 출신 인사의 외부 낙하산 투입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경고한 바 있다.
기업은행장은 기획재정부가 최대주주(지분 59%)인 국책은행 수장으로, 금융위원장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책은행장 특성상 최종 선택은 청와대와 기재부의 ‘정무적 판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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