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2천억 핵융합 연구시설 부지로 전남 나주 선정, 전북은 공고문 우선검토 요건 충족에도 탈락해 이의신청·법적대응 예고

정부가 1조2천억 원 규모의 ‘인공태양’ 핵융합 연구시설(핵융합 핵심기술 개발 및 첨단 인프라 구축사업) 부지로 전남 나주를 최종 확정했다. 전북이 강하게 기대했던 새만금 산업단지는 최종 후보지에서 탈락하며 지역사회는 충격과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나주 선정 이유로 ▲단일부지 확보 용이성 ▲지반 안정성 ▲에너지 관련 산학연 집적도 ▲기존 연구·전력 인프라 등을 들었다. 반면 새만금은 전북도가 “공고문 우선 검토 대상(토지 소유권 이전 가능 지역)”에 부합한다고 주장했음에도, 평가에서 ‘핵심 요건 충족도 미흡’ 판정을 받았다.
전북도는 즉각 반발했다. 공모 공고문에 기재된 ‘소유권 이전이 가능한 지역 우선 검토’ 기준을 충족한 곳은 새만금이 사실상 유일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도 관계자는 “정부의 평가 항목 배점과 기준이 공고문 내용과 다르게 적용됐다”며 이의신청 및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도청 안팎에서는 “전북의 10년 미래산업 전략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지역 경제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를 두고 전북 행정과 정치권의 전략 부재를 지적한다.
① 입지 조건 대비 부족
나주는 지반 안정성과 부지 일체형 구성 등 물리적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새만금은 장기 임대·소유권 이전 절차 불확실성, 기반시설 완성도 등에서 명확한 약점이 있었음에도 이를 보완하는 대응이 부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② 정치권의 ‘소극적 유치전’
전남 정치권은 관련 공청회·전략 보고서·기반산업 연계 홍보를 수개월 전부터 진행해 정부·전문가를 상대로 영향력을 극대화했다. 반면 전북은 “요건은 우리 쪽이 낫다”는 논리에만 의존해 실제 평가 단계에서 점수 기반 설득전략이 부재했다는 게 지역 상공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③ 반복되는 전북의 국책사업 패싱 구조
데이터센터, 공공기관 이전 2차 라운드, 농생명 특구 등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유치전 초기에 전략을 짜기보다 ‘공고문 해석’에 기대는 방식이 누적되며, 결국 전북이 경쟁 지자체 대비 한 발씩 밀리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다.
핵융합 연구시설은 수백 명의 고급 연구 인력, 수천 명 규모의 관련 산업 인력, 기업 연구센터 동반 유치 효과가 예측되는 미래 산업의 심장부다. 이 때문에 2030–40대 청년층은 이번 탈락을 두고 “전북 미래 먹거리가 또 한 번 외지로 넘어갔다”는 냉소를 쏟아낸다.
새만금이 10년 넘게 ‘국가전략산업 거점’이라고 강조돼 왔지만, 정작 핵심 국책사업은 잇따라 경쟁 지역에 돌아가면서 “전북의 미래설계는 구호에만 머물렀다”는 비판이 거세다.
전북도는 이의신청과 법적 검토를 예고했지만, 단순한 ‘절차 논쟁’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자기 평가와 전략 재설계다. 이번 선정 탈락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전북이 지난 10년간 추진해온 미래에너지·첨단산업 전략이 실효성을 갖추었는지 냉정히 돌아보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전북이 앞으로 국가대형 R&D와 첨단 인프라 유치 경쟁에서 더 이상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조기 전략 수립 ▲전문가 협업체계 구축 ▲정치권의 초당적 연계 ▲정부와의 직접 소통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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