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박원순표' 예산 대거 삭감…"시민단체 특혜 줄여"(종합2보)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년 서울시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과거 박원순 전 시장의 역점사업들에 본격적으로 손을 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2022년도 예산안 발표를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2022년도 예산안 발표를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시는 오 시장이 '잘못된 관행', '비정상'이라고 질타한 민간 위탁·보조금 사업의 내년 예산을 대거 삭감했다. 사업비가 크게 줄어 타격을 입게 된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안을 역대 최대 규모인 44조748억원으로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다고 1일 발표했다.

오 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예산안에 담긴 시정 철학에 관해 "'서울시 바로세우기'로 명명된, 흐트러진 재정을 좀 더 정교하게 '시민 삶의 질' 위주로 바로잡는 것과 서울의 미래를 위한 투자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바로 세우기'는 오 시장이 박 전 시장 시절 이뤄진 시민단체 지원사업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겠다며 지난 9월 대대적으로 선포한 시정 운영 방침이다.

오 시장은 "관행적·낭비적 요소의 재정 지출을 과감히 구조조정하는 재정 혁신을 단행해 총 1조1천519억원을 절감했다"며 이 중에는 '서울시 바로 세우기' 관련 민간위탁 보조사업 절감분 832억원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해당 사업들의 올해 총예산 1천788억원에서 46.5%가량을 감액한 것이라고 시는 덧붙였다.

서울시가 밝힌 사업별 예산안을 보면 민간위탁 분야에서 사회적경제 사업비 121억원(천만원 단위에서 반올림)이 64억원으로 47.2%, 마을 관련 사업비는 121억원에서 40억원으로 66.8%, 청년 참여 관련 사업비는 144억원에서 80억원으로 44.1% 각각 줄었다. 도시재생 관련 위탁사업은 90억원에서 23억원으로 74.6%, 주민자치 사업비는 145억원에서 50억원으로 65.7% 각각 삭감됐다.

민간보조 분야에서는 주민자치 지원 예산이 270억원에서 137억원으로 49.2% 줄었고, 마을사업 관련 지원금은 올해 3억2천만원이었다가 내년에는 아예 편성되지 않아 100% 삭감됐다.

서울시는 또 '서울시 바로 세우기'와는 별도로 시 출연기관인 TBS 교통방송 예산도 약 123억원 삭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2022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2022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런 행보가 '전임 시장 지우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한 것을 '전임 시장 지우기'다, 시민협치 부정이다, 심지어는 '민주주의 파괴다'라고 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일부 시민단체가 마치 대표성을 가진 것처럼 표방하는데, 어떻게 보면 특정인 중심의 이익 공동체를 형성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케이스들이 종종 있다"며 마을공동체지원사업과 서울혁신센터,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 단체와 관계자들의 이니셜을 일일이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들여다본 사업들의 감사 결과를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이렇게 절감한 예산을 다수의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에게 복지포인트를 확대하는 등 처우를 개선하고, 출생 아동을 지원하는 첫 만남 이용권(200만원 상당의 바우처) 사업을 시작하며, 한강공원에 캠핑장을 만드는 등 작지만 세심한 변화로 일상의 감동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서울시 사업에 참여해온 주요 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서울사회주택협회와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 서울시NPO지원센터 등 단체들은 서울시의 예산 삭감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2일 오전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 예정이다.

이들은 "서울시의 정책 역주행은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노동, 도시농업, 도시재생, 사회적경제, 에너지, 주거, 주민자치, 청년, 협치, 환경 등 정치적 표적으로 삼은 분야의 맹목적인 사업 방해와 막무가내 예산 삭감으로 진행 중"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책의 퇴행뿐만 아니라, 시민의 인권과 노동권의 침해, 시민의 자치활동 위축과 참여 배제, 지역 주민의 삶의 질 저하로 귀결될 것"이라며 "오세훈 시장의 폭주를 막고 시민의 삶을 지키는 데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들은 '퇴행적인 오세훈 서울시정 정상화를 위한 시민행동'을 이달 말 출범시키기로 뜻을 모으고 지난달 준비위원회를 꾸렸다.

이원재 시민행동 준비위원회 공동운영위원장은 "변호인단을 구성해 시민사회를 향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에도 법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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