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인용된 일부 녹취 제외하고 방송 가능..수사·사생활·언론불만 외 방송허용
법원은 구체적 내용 비공개했으나 '별지' 유포…국힘 "MBC 측 의심, 강력 대응"

[뉴스프리존=손지훈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 씨가 MBC를 상대로 낸 통화내용을 방송금지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됐다. 법원이 김 씨의 7시간 45분 분량 통화녹음 파일 중 김씨 관련 수사, 김씨의 정치적 견해와 무관한 일상 대화, 언론에 대한 불만 등을 제외한 부분은 방송을 허용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박병태 수석부장판사)는 김 씨와 서울의소리 기자 이 기자의 통화 내용 가운데 일부에 대해 방송을 금지하고, 나머지 부분은 방송이 가능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14일 김씨가 MBC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이같이 결정했다. 방송이 금지된 부분 김 씨가 관여된 수사 상황, 일부 언론사나 기사에 대한 발언, 또 정치적 견해와 관련 없는 사적인 대화 부분이다.

재판부는 수사 상황에 대해 김 씨의 진술이 방송될 경우 형사소송법상 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MBC는 16일 오후 8시 20분 시사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서 김씨가 서울의소리 소속 이 기자와 지난해 통화한 총 7시간 45분 분량의 녹음 파일을 방송할 예정이다. 김씨 측은 방송을 금지해달라며 전날 오전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또, 일부 언론사에 대한 비방 등 김 씨의 발언은 유권자가 표를 행사하는 데 필요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날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지만 김씨가 신청한 부분 중 수사 관련이나 사생활, 언론사나 사람들에 불만을 나타낸 부분 등과 이미 MBC가 방송하지 않기로 한 사적 대화 부분 등을 제외한 다른 부분의 방송은 허용했다.

이에 따라 MBC는 법원이 인용한 일부 녹취를 제외하고는 방송을 예정대로 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김씨가 대선후보인 윤 후보의 배우자로서 언론을 통해 국민적 관심을 받는 '공적 인물'이며 그의 사회적 이슈 내지 정치에 대한 견해는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한다고 허용 이유를 설명했다.

또 MBC의 방송이 사회의 여론형성 내지 사회적 이슈에 대한 공개토론 등에 기여하는 내용이기에 단순히 사적 영역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방송 금지 부분과 관련해 재판부는 "(김씨 관련)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김씨의 발언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바, 향후 수사나 조사를 받을 경우 진술거부권 등이 침해될 우려가 커 보이는 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부분에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 내지 발언 등을 한 언론사 내지 사람들에 불만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다소 강한 어조로 발언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유권자의 적절한 투표권 행사 등에 필요한 정치적 견해 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MBC 항의방문한 국민의힘=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보도 예고한 MBC를 항의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2022.1.14 [국회사진기자단]
MBC 항의방문한 국민의힘=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보도 예고한 MBC를 항의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2022.1.14 [국회사진기자단]

녹취에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검찰 수사 관련 발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치적 견해 등과 관련 없는 일상생활에서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나올 수 있는 내용에 불과한 것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이 부분은 방송 등의 금지가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금지 부분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김씨 관련 수사에 대한 그의 발언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정치적 발언과 신변 관련 발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법원 결정 직후 이날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당초 비공개된 결정문의 '별지'라며 문건이 유포됐다. 재판부는 애초 김씨 발언이 담긴 별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김씨가 총 9개 발언에 대해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히고 "(김씨가) 수개월 전 발언을 구체적으로 기억할 수 없어 (MBC) 장인수 기자가 반론 보도를 (위해) 요청한 3개 발언, 소위 쪽글로 유포된 6개 발언에 대해 예비적으로 방송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실제 녹음 파일에 포함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법원 결정에 따르면 위 9개 발언 중 2개는 방송할 수 없고, 5개는 MBC에서 재판 과정에서 방송 내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나머지 2개는 법원이 허용했다"고 덧붙였다.

또 9개 발언 내용을 담은 법원 결정의 별지가 MBC 측 변호인을 통해 기자들에게 유출됐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서부지법 측은 이날 늦은 오후 설명자료를 통해 "이 사건과 관련해 법원은 '결정문 요지, 설명자료, 보도자료' 등 어떤 형태로도 자료를 배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법원 측은 아울러 별지에 "채권자(김씨)가 방송금지를 구한 부분이고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MBC 측이 방송 범위에서 제외된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부분이 포함됐다"며 결정 취지에 어긋나 별지를 제공할 수 없다고 했다.

법원 측은 또 "재판부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김씨는 '별지' 중 일부 내용은 자신의 발언이라고 인정한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가처분 신청 관련 법원 결정이 나왔지만 '김건희 7시간 통화'를 둘러싼 법적 공방은 한동안 지속할 전망이다.

김씨 측 대리인은 이날 심문에서 MBC가 방송을 강행할 경우 김씨의 명예와 인격권이 회복될 수 없다며 MBC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와 형사 고소를 할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또 국민의힘 측은 이번 가처분 신청과 별개로 김씨 통화 상대방인 이씨와 서울의소리, 여권 성향 유튜브 채널인 열린공감TV 등에 대해서도 서울중앙지법에 녹음파일 공개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아울러 이 기자를 형사 고발한 데 이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MBC는 김 씨와 '서울의 소리' 이 기자가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통화한 녹취 내용을 넘겨받아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방송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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