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일 칼럼] 선거 때와 같은 마음으로 '내로남불' 더는 보여주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야

오늘로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됐다. 앞으로 5년은 보수정부의 정책이 대한민국을 이전과는 다르게 바꾸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책도 바뀔 것이다. 국민의힘은 오늘을 벼르며 집권하기 위해 모든 자구책을 쏟아 부었다. 그 동안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수없이 쏟아냈고 정권 탈환 시 5년 전으로 되돌려놓겠다고 공언해온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 만큼 국민의힘에서는 문재인 정부와 정반대로만 가도 성공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도 공공연하게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기대보다는 우려로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한동훈 법부무장관 후보를 비롯한 검찰출신 내각 인선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국민들의 검찰에 대한 불신과 우려를 조금이라도 감안했더라면 이런 인사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조국 전 장관과 그의 가족을 이 잡듯 탈탈 털어 ‘내로남불’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던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자신들이 던졌던 부메랑을 고스란히 그대로 맞게 됐다. 표창장 위조가 좀도둑이라면, 고등학생 신분인 한동훈 후보자의 딸 국제학술논문 대필은 소도둑인 셈이다. 과연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 정책은 사라지고 선동의 정치와 위선만 난무하는 정치권을 향해 국민 모두가 내로남불을 외쳐도 모자라다. 임기시작 겨우 1일 차, 윤석열 정부가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많다. 당장 인사청문회다. 야당이 된 민주당은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각오로 단단히 벼르고 있다. 그야말로 복수혈전이다. 물론 국민의힘이 보여준 내로남불이자 자업자득이다. 거대양당의 현주소는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표현이 아마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국민들이 언제까지 이런 삼류(三流)정치를 용인해줘야 정치가 바뀔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10시 취임식 행사에 앞서 현충원에 들어서고 있다.(사진=OBS 캡처)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10시 취임식 행사에 앞서 현충원에 들어서고 있다.(사진=OBS 캡처)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정말 진심이다. 윤석열 정부와 보수여당이 성공해야만 다음에 집권하는 정부도 성공할 수 있다. 그것이 야당이 된 민주당이 패배를 성찰하고 정치 혁신을 고민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임기 시작 전부터 ‘헛발질’했던 것 처럼 변화가 없고, 여당이 된 국민의힘이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야당이 된 민주당은 혁신 대신 5년이 지나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아쉬울 것이 없게 된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운영을 원만히 잘 하면 민주당은 더욱 치열하게 좋은 정치를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되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한다. 나는 이것이 우리가 좋은 정치로 견인할 수 있는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지금 야당이 된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정당이든 선거 패배로 야당이 된다면 똑같을 수 밖에 없다. 거대양당이 독점하는 승자독식 정치 탓이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가 성공해야만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결국 국민들을 위한 것이다. 그 동안 서로 번갈아 집권하며 이긴 쪽이 독점하고 진 쪽이 발목 잡아왔던 낡은 정치를 국민들은 더 이상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대로는 안 된다.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걱정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시작도 전인 당선인 신분에서부터 보여준 정치는 정말로 소음뿐이었다. 국민의 삶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당선인의 제1의 추진공약이 되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문제로 한동안 시끄러웠고 내각 인선은 정말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에 대한 우려를 그대로 확인시켜주었다. 청와대 공직자를 비롯한 내각 인선은 온통 검찰출신들로 가득 채워졌다. 검찰공화국에 대한 우려는 어쩌면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다. 민주당 단독으로 황급히 처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전 공포한 검찰개혁법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것일까. 

조경일 작가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는 길은 무엇보다 겸손하게 선거 때와 같은 마음으로 '내로남불'을 더는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공은 이어받고 과는 혁신해야 한다. 물론 그리하겠지만 그 동안 정권교체시기마다 집권정부는 지난 정부의 흔적을 지우기에 바빴다. 그래야만 새로운 흔적을 남기고 차별성을 부각할 수 있다는 치적(治績)쌓기 중심의 정치 때문이다. 이제는 새로운 정치를 보고 싶다. 대통령의 퇴임 후를 걱정해야 하는 보복의 정치는 모두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대통령 당선되기 전부터 집권하면 보복할 것임을 예고한 영부인의 통화녹음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와 승자독식 정치의 민 낯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다. 임기 동안만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고 퇴임하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구치소 신세를 져야 할지 수 싸움을 해야 하는 이런 주판알 튕기는 정치는 더 이상 없어야지 않겠나. 윤석열 정부의 무탈한 성공과 보복이 없는 정치를 기대하며, 시작하는 이와 떠나는 이의 무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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