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들어 약 310억달러(43~44조원) 감소, 그럼에도 과거와 달라진 이들의 태도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지난 9월 정부가 원-달러 환율 방어를 위해 보유 달러를 내다파는 시장개입을 단행한 등의 영향으로 외환보유액이 196억6천만달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즉 역대 두 번째로 크게 감소하며 외환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97년 IMF 외환위기의 경우에도 국가채무가 많아서가 아닌, 당장 쓸 외환보유고가 고갈되면서 벌어진 사태였다는 점에서다.

한국은행은 지난 9월말 외환보유액이 4167억7천만달러로 한달 전보다 196억6천만달러(약 27~28조원) 감소했다고 6일 밝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8년 10월(-274억2천만달러) 이후 최대치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으로, 경제 안전핀이 점점 느슨해지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이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5월말 기준으로 외환보유액은 4477억1천만달러였는데, 4개월만에 310억달러(약 43~44조원) 가량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지난달에 감소폭 수치가 상당히 컸던 것인데, 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 방어 차원에서 보유 달러를 매도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럼에도 원달러 환율은 고금리의 영향으로 1400원대를 돌파하는 등 '달러 강세, 원화 약세' 기조는 여전히 강하다.

한국은행은 지난 9월말 외환보유액이 4167억7천만달러로 한달 전보다 196억6천만달러(약 27~28조원) 감소했다고 6일 밝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8년 10월(-274억2천만달러) 이후 최대치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으로, 경제 안전핀이 점점 느슨해지고 있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은 지난 9월말 외환보유액이 4167억7천만달러로 한달 전보다 196억6천만달러(약 27~28조원) 감소했다고 6일 밝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8년 10월(-274억2천만달러) 이후 최대치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으로, 경제 안전핀이 점점 느슨해지고 있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고환율·고금리·고물가·주가폭락·무역적자 등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와중에도 윤석열 정부는 '부자 감세' 정책을 강행하며, 다른 국가들과는 정반대의 경제정책을 펴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민의힘과 조중동을 비롯한 경제지 등에선 입버릇처럼 '베네수엘라'를 올려왔었다. 지난 2019년 9월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은 '베네수엘라 리포트위원회 활동 보고회'까지 개최하는 등 문재인 정부가 한국을 베네수엘라 급행열차에 태웠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이를 대다수 언론들은 '검증 절차' 없이 그대로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산업구조나 처한 상황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언급조차 없이, 그저 습관적으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에 불과했다. 베네수엘라는 전세계 석유 매장량 세계 1위라고 불릴 정도로 국가경제의 대부분을 석유에 의존해온 구조인 반면, 지하자원이 빈약한 한국은 인력 중심의 '제조업'으로 국가경제를 발전시켜왔다.

베네수엘라가 우고 차베스 재임시절 빈민층을 위한 무상교육·무상의료·저가주택 등 적극적인 사회복지 산업을 단행할 수 있었던 것은 '유가급등'이라는 외부 호재가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미국이 2010년대 이후 자체적으로 '셰일 가스' 개발에 성공하면서 에너지를 자급할 수 있게 됐고, 이에 타격을 받은 다른 석유 수출국(OPEC 회원)들은 석유 생산을 늘리는 것으로 대응했다. 그 과정에서 국제 석유값이 급격하게 떨어졌고, 결국 석유 산업에만 의존하던 베네수엘라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민의힘과 조중동을 비롯한 경제지 등에선 '베네수엘라' 타령을 입버릇처럼 해왔었다. 지난 2019년 9월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은 '베네수엘라 리포트위원회 활동 보고회'까지 개최하는 등, 문재인 정부가 한국을 베네수엘라 급행열차에 태웠다고 목소릴 높인 바 있다. 이를 대다수 언론들은 '검증 절차' 없이 그대로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보고회에 참석한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당시 국민의힘과 조중동을 비롯한 경제지 등에선 '베네수엘라' 타령을 입버릇처럼 해왔었다. 지난 2019년 9월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은 '베네수엘라 리포트위원회 활동 보고회'까지 개최하는 등, 문재인 정부가 한국을 베네수엘라 급행열차에 태웠다고 목소릴 높인 바 있다. 이를 대다수 언론들은 '검증 절차' 없이 그대로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보고회에 참석한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결국 석유산업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바꾸지 못한 것이 현재 국가 붕괴의 원인이 된 것이며, 결국 지하자원이 풍부한 국가들(대표적으로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흔히 겪는 사례인 '자원의 저주'를 베네수엘라도 겪게 된 것이다. 

베네수엘라와 같은 산유국이 아닌 한국의 주력산업은 제조업으로, 당장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기아차만 하더라도 '한국'이라는 나라 이상으로 익숙할 정도다. 즉 베네수엘라처럼 '자원의 저주'를 겪을 일은 없다는 점이다. 

또 국민의힘 등에선 문재인 정부가 복지를 늘려서 한국이 베네수엘라처럼 망할 수 있다고도 강변해왔지만, 한국의 복지 수준은 OECD 평균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또 코로나 위기 이후 문재인 정부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돈을 상당히 인색하게 썼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베네수엘라처럼 돈을 마구잡이로 찍어내 가치가 휴지조각 이하로 전락하는 초인플레이션은 화폐발행권을 한국은행이 갖고 있는 한국에선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 내내 국민의힘과 조중동을 비롯한 경제지 등에선 '베네수엘라' 가짜뉴스를 상습적으로 퍼뜨려왔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외환보유고가 대폭 감소하며 외환위기 징조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선, 한국이 베네수엘라처럼 될 수 있다는 보도는 찾기 어렵다.

베네수엘라처럼 돈을 마구잡이로 찍어내 가치가 휴지조각 이하로 전락하는 초인플레이션은 화폐발행권을 한국은행이 갖고 있는 한국에선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베네수엘라에선 화폐로 만든 공예품을 전시할 정도였다. 사진=EBS 다큐 영상 중
베네수엘라처럼 돈을 마구잡이로 찍어내 가치가 휴지조각 이하로 전락하는 초인플레이션은 화폐발행권을 한국은행이 갖고 있는 한국에선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베네수엘라에선 화폐로 만든 공예품을 전시할 정도였다. 사진=EBS 다큐 영상 중

이를 두고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진행자인 최경영 기자는 6일 페이스북에서 '1. 2021년 8월 외환보유고 4,639억달러로 사상 최대. 2. 2022년 (9월)4167억달러, 한 달 만에 200억달러 감소.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이라는 두 가지 상황을 짚었다.

최경영 기자는 "그런데 한국이 베네수엘라 꼴 난다는 말이 언론에 유행했던 시기는?"이라며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전자임을 강조했다. 그는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이 베네수엘라는 안된다"면서도 "다만. 지난 여름에 한국언론이 한 일은 기억한다"라고 직격했다.

한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을 찾아 지난달의 196억6천만달러 외환보유고 감소에 대해 "규모 면에서는 그럴지(금융위기 이후 가장 클지) 모르나, 4,300억달러가 넘는 수준에서 196억 달러가 줄어드는 것은 상대적인 비율로 보면 낮은 수준"이라며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추경호 부총리는 외환위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제가 접촉한 국제기구나 국제 신용평가사, 국내외 여러 전문가의 얘기를 종합하면 그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말씀을 전해드린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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