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몰빵' 베네수엘라와 '無산유국' 한국을 비교하는 국힘·수구언론의 기막힌 '넌센스'

[ 고승은 기자 ] = 국민의힘 정치인들이나 '조선일보' 등 수구언론 및 경제지가 국가채무가 조금이라도 늘 때면, 과거 IMF사태와 같이 국가부도라도 금방 날 것처럼 공포를 조장하는 건 매우 흔한 일이다. 특히 국가경제가 파탄나 돈의 가치가 휴지조각만도 못하게 된 '베네수엘라'라도 될 것처럼 묘사하면서, 매우 수준 낮은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이다. 

즉 이들의 논리는 '국가재정으로 복지하면 베네수엘라 꼴난다' 오직 이뿐이다. 코로나와 같은 세계적 비상시국에도 '재정건전성'을 들먹이며 '곳간지기'만을 자처, '가계부채'로 고통받고 있는 시민들을 외면하는 기재부 관료들과 이들의 사고방식은 사실 판박이처럼 보인다. 

'베네수엘라' 가짜뉴스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 정치인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인 홍준표 의원이다. 그는 "이재명 후보는 전형적인 포퓰리스트다. 문재인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완행열차라면 이재명 후보는 급행열차"라고 비방했다. 사진=연합뉴스
'베네수엘라' 가짜뉴스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 정치인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인 홍준표 의원이다. 그는 "이재명 후보는 전형적인 포퓰리스트다. 문재인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완행열차라면 이재명 후보는 급행열차"라고 비방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베네수엘라' 가짜뉴스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 정치인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인 홍준표 의원이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 25일 대전 서구 대전KBS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 TV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는 전형적인 포퓰리스트다. 문재인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완행열차라면 이재명 후보는 급행열차"라고 비방했다. 

홍준표 의원은 "지금 국가채무가 1천조시대가 넘었다. 지금도 기본소득인지 그걸로 국민들한테 퍼줄 궁리만 하고 있으니까 국가재정 파탄나게 하겠다는 그런 생각"이라고 강변했다.

국가채무 늘어나면 '외환위기' 터진다? 그들의 '황당한' 공포 조장

홍준표 의원은 지난해 9월에도 이재명 대선후보를 겨냥해 "그리스의 파판드레우나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를 베낀 이재명 지사식 포퓰리즘 정책은 우리나라를 망하게 할 것"이라고 원색 비방한 바 있다. 그는 코로나라는 비상시국에서 추경안을 통과시키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국가채무는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지 기가 막힌다"고 비방했다.

그러나 다른 여타 선진국들이 코로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훨씬 많은 돈을 뿌렸다는 점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정작 한국은 '곳간지기'를 자처하는 기재부의 방해와 민주당의 미온적 태도로 인해, 이미 효과가 증명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잘 되지 않았고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 등도 미온적으로 이루어졌다. 재정당국은 훨씬 문제가 클 '가계채무' 문제에 대해선 미온적 혹은 뒷북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을 크게 증가시키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포퓰리즘' 잣대를 들이대려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쓴 미국이나 일본,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훨씬 더 '포퓰리스트'라고 비방해야 정상이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문재인 정부를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부'에 줄곧 비유하곤 했다. 자유한국당 시절엔 이른바 '베네수엘라 리포트'까지 만들며 문재인 정부를 가짜뉴스로 비방해왔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문재인 정부를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부'에 줄곧 비유하곤 했다. 자유한국당 시절엔 이른바 '베네수엘라 리포트'까지 만들며 문재인 정부를 가짜뉴스로 비방해왔다. 사진=연합뉴스

또 홍준표 의원 등은 국가채무가 늘어나면 국가가 부도날 것처럼 왜곡하고 있는데, 국가신용등급은 국가채무가 아닌 이자 상환 능력을 외환보유고로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과거 한국에서 IMF가 터진 것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높아서가 아닌, 외환보유고가 바닥나서 벌어진 일이다. 당시 국가채무비율은 지금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음에도 외환위기가 터졌던 것이다. 국가신용등급은 달러를 회수해갈 때 이를 지급할 외환보유고가 충분히 있는지 여부와 관련 있다.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세계 8위로 튼실하다. 

'석유산업 몰빵' 베네수엘라, 복지 때문에 무너진 거 아니다

특히 홍준표 의원이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베네수엘라 급행열차'라고 비방한 것은 정말 어이를 상실케하는 부분이다.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산업구조나 처한 상황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습관적으로 가짜뉴스를 살포하는 격이라서다.

베네수엘라가 포함된 라틴아메리카 국가 대부분은 제조업(2차 산업), 서비스업(3차 산업)보다 해당 지역의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한 1차산업에 거의 치중해 있다. 베네수엘라도 석유 매장량 세계 1위라고 불릴 정도로, 석유에 국가경제의 대부분을 의존해왔다. 오랜 세월 '무산유국'으로 불린 한국과는 정반대 구조다.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수년 전 파탄난 상황이고, 돈을 마구 찍어내면서 가치가 '휴지조각'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복지 때문에 아닌 석유산업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바꾸지 못한 것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사진=EBS 다큐멘터리 유튜브 화면 중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수년 전 파탄난 상황이고, 돈을 마구 찍어내면서 가치가 '휴지조각'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복지 때문에 아닌 석유산업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바꾸지 못한 것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사진=EBS 다큐멘터리 유튜브 화면 중

베네수엘라는 이처럼 석유관련 산업에 무려 90% 이상을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다. 이런 1차산업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경제 규모가 상당히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99년 베네수엘라의 수장으로 집권한 우고 차베스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이 장악하며 소수 부유층의 배만 불리던 석유산업을 국영화시켰다. 이를 통해 2천년대 중반 벌어진 유가 급등으로 인한 호재로, 엄청난 돈을 국고로 벌어들일 수 있었다.

차베스는 이렇게 석유로 벌어들인 돈으로 빈민층을 위한 무상교육, 무상의료, 저가주택 등 적극적인 사회복지 사업을 단행했다. 그러면서 99년 국내총생산 대비 13% 수준이던 사회적 지출 비용이 2006년 40%까지 늘어날 정도였다. 

또 차베스 집권기간 베네수엘라의 총생산량도 대폭 늘었고, 극심했던 빈부격차도 크게 완화됐다. 1999년부터 2013년까지 베네수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3.4배 이상 늘어났고, 최소한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힘든 빈곤가구의 비율도 25%로, 극빈가구 비율은 7%로 줄었다. 

그러나 이는 유가급등이라는 외부 호재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결국 석유산업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바꾸지 못한 것은 차베스 사후 경제붕괴를 가져온 결정적 원인이 됐다. 당장 국내산 물건보다 해외 수입품이 저렴하고 품질까지 월등히 좋기에, 제조업 등이 설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이 흔히 겪는 사례인 '자원의 저주'를 베네수엘라도 겪은 것이다.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른 베네수엘라는, 지금도 많은 이들이 국경을 넘어 탈출해 '난민' 상태다. 극부유층 일부를 제외하곤 사실상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진=KBS 세계는지금 유튜브 화면 중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른 베네수엘라는, 지금도 많은 이들이 국경을 넘어 탈출해 '난민' 상태다. 극부유층 일부를 제외하곤 사실상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진=KBS 세계는지금 유튜브 화면 중

2010년대 들어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에 성공하면서, 국제유가는 하락 추세로 접어든다. 그 이전에 미국은 늘 막대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했었고, 이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중동 정치에도 늘 개입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 이후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외부에 수출까지 하는 등 세계 최대 원유·가스 생산국이 됐다. 

이로 인해 입지가 좁아진 다른 석유 수출국(OPEC 회원)들은 석유 생산을 늘리는 것으로 대응했다. 그러면서 국제유가는 급격히 떨어졌고, 자연스럽게 베네수엘라의 석유산업도 큰 위기를 맞는다. 

여기에 또 두 가지 악재까지 겹쳤다. 실제 베네수엘라의 석유는 생산비용이 높은데다가 불순물이 많아 품질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또 석유 이권으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경제재제까지 더해지며 베네수엘라 경제는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진 것이다. 

사실상 '無산유국' 한국은 '제조업'이 원동력, 최고의 기술력까지

한국은 울산 앞바다에서 소량의 석유를 얻고 있을 뿐, 사실상 무산유국이나 다름없다. 당연히 베네수엘라와는 경제구조가 정반대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1차 산업이 아닌 다른 산업을 발전시킬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인력 중심의 '제조업'으로 국가경제를 일으켰다. 

한국인의 기술력은 오래전부터 세계적으로 크게 인정 받아왔다. 한국이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출전한 이후로 거의 매회 우승을 휩쓴 것만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과거 중동이라는 거친 환경에서도 피땀흘려 일한 한국인 특유의 근면성실함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인력 중심의 '제조업'으로 국가경제를 일으켰다. 한국인의 기술력은 오래전부터 세계적으로 크게 인정 받아왔다. 한국이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출전한 이후로 거의 매회 우승을 휩쓴 것만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진=연합뉴스
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인력 중심의 '제조업'으로 국가경제를 일으켰다. 한국인의 기술력은 오래전부터 세계적으로 크게 인정 받아왔다. 한국이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출전한 이후로 거의 매회 우승을 휩쓴 것만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한국의 제조업 기반은 매우 탄탄한 수준이다. 당장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기아차만 하더라도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하다. 또 베네수엘라처럼 돈이 휴지조각 이하로 전락하는 초인플레이션은 화폐발행권을 한국은행이 갖고 있는 한국에선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홍준표 의원이나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습관적으로 한국을 '베네수엘라'에 비유하는 것은, 매우 허접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물론 시민들의 지식 수준을 무시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대다수 언론들은 정치인이나 이름 알려진 인사가 말했다는 이유로 최소한의 검증이나 아무 지적도 없이 "따옴표" 표시를 하며 받아쓰고 있다. 결국 언론도 '가짜뉴스 공범'이라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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