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지의 한·중·일 생활이야기]

9월에 연예인 커플 3쌍이 탄생한다. 배우 윤박과 모델 김수빈, 개그맨 이상호와 걸그룹 1NB 출신 김자연, 뮤지컬 배우 커플 윤은오·나하나가 그들. 비연예인과 결혼하는 배우 김동욱과 서효명, 가수 손동운, 방송인 안혜경도 ‘9월의 신랑, 신부’가 된다. 이들의 화촉 소식이 알려지자 연예계가 들썩이고 있다. 연예계 동료의 축하 인사는 물론이고 팬들도 가족 일처럼 흥분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연예인의 사생활에 관심이 없다. 나와 직접적 인연도 없지만 ‘행복한 9월’을 전하는 소식이 반갑다. 아니 고맙다. 지난달 30일 올 2분기 합계출산율(0.70명) 뉴스가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연예인 스타일 따라 하기처럼 결혼도 ‘유행’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나 할까.

제23회 인제빙어축제 개막 이틀째인 올해 1월 21일 축제장인 강원 인제군 남면 빙어호에서 개막식이 열려 축제 대표 캐릭터 '스노온'과 새 캐릭터 '스노아'가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23회 인제빙어축제 개막 이틀째인 올해 1월 21일 축제장인 강원 인제군 남면 빙어호에서 개막식이 열려 축제 대표 캐릭터 '스노온'과 새 캐릭터 '스노아'가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떻든 이야기 주제는 한·중·일 3국의 결혼 이야기다. 요즘 세 나라 모두 서양식 결혼식이 대세다. 각 나라에서는 ‘결혼식에 혼례 문화가 없다’라는 한탄이 나올 지경이다. 그렇지만 각 나라 고유의 전통 양식과 현대적 양식이 결합, 같은 듯 다른 결혼풍습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는 자유결혼이 일반적이다. 중국과 일본 젊은이도 애정 위주의 결혼관을 갖고 있다. 배우자를 스스로 선택할 수 없던 옛날에는 혼례의 중심에 매파(중매인)가 있었다. 그의 역할이 사라졌다. 결혼 컨설팅 회사가 그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중국은 중매쟁이 즉 메이포(媒婆)의 역할이 아직도 남아있다. 중국은 성대하고 거대한 결혼예식으로 유명하다. 이를 준비하고 혼수품 중재하는 역할을 메이포가 담당한다. 사돈이 될지 모르는 사이에서 혼수품으로 시시콜콜 따지는 불편을 피하려는 실용주의 면모도 볼 수 있다. 집안의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가 서로 별 차이가 없이 비슷한 가문을 찾아 주는 일(먼당후뚜웨이·門當戶對)도 메이포가 한다. 

일본의 결혼 중매인은 ‘나코도(仲人)’다. 그의 역할이 중국이나 한국보다 중요하다. 우리의 결혼주례와 중매쟁이의 역할을 겸한다. 지금도 결혼을 주관할 뿐만 아니라 증인이 된다. 중매 결혼이건 연애 결혼이건 나코도 없는 결혼식은 지금도 없다. 파경에 빠진 부부의 중재에 나서 원만한 해결을 돕는 것도 그들의 역할다. 나코도는 집안의 어른이 맞는 경우가 흔하다.

아마 결혼을 약속한 연인은 결혼에 이르기까지 많은 산을 하나하나 넘어야 한다. 양가 어른에게 드리는 인사와 양가 어른의 상견례가 그 첫 번째 산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요즘 고급 식당에서 만나 식사하는 것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은 아직 옛날 풍습인 ‘찌엔미엔(見面)’이 남아있다. 예비 신부가 장래의 남편 집을 방문한다. 시댁 어른이 ‘우리 집으로 시집와서 고맙다’라는 의미로 돈을 준다. 이를 ‘찌엔미엔’이라고 한다. ‘차이리(彩禮)’라는 정식 구혼 절차에 들어가면 남편 측에서 ‘예물 값’을 주는 데 이를 ‘신붓값’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도 중국과 유사한 풍습이 있다. 제주도에서는 신랑 측이 신부 측의 예물 비용을 전액 부담한다. 예식비도 모두 신랑 측이 낸다. 데릴사위 풍습과 거래혼의 흔적이 혼재해 있는 셈이다. 제주도에는 여성도 중요한 노동력이었다. 귀한 노동력을 얻는 대가를 치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제주도 방언으로 결혼을 ‘아들을 판다’고 표현한다. 중국도 예로부터 여성을 노동력을 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결혼 과정에 빠지지 않는 게 있었다. 함팔이다. 일종의 결혼식 오프닝 이벤트다. 아파트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최근에 거의 사라진 풍습이다. 혼수 예단, 사주단자 그리고 예물을 함에 넣어 신랑집에서 신붓집에 보내는 절차다. 보통 결혼식이 하루 전에 신랑 친구로 구성한 함진아비가 신붓집으로 들어간다. ‘이 집 딸이 시집간다’라는 기쁜 소식을 알리는 행사였다. 함맞이는 그 자체가 동네잔치가 됐다.

중국의 결혼식에서는 신부가 우대받는다. 결혼식에는 반드시 신랑이 대기실에서 신부를 데리고 예식장에 들어간다. 붉은 봉투 즉 홍빠오에 일종의 함값을 내야 신부대기실로 신랑이 들어갈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함값을 신부 측에서 신랑 친구에게 주는 것과는 다르다. 

본격적으로 결혼식장에 들어가 보자. 한국의 결혼식장 풍경은 누구나 알 것이다. 우리는 결혼식에 하이라이트가 혼인서약식이다. 중국과 일본은 결혼식을 마친 뒤에 서약식을 거행한다. 중국은 혼인서약서 대신 결혼증명서를 읽는다. 결혼증명서를 받기 위해서는 미혼 증명과 건강검증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보다 중국이 훨씬 성 개방 사회가 아니었나? 

중국과 일본은 예식 자체 행사보다는 하객과 함께 즐기고 나누는 자리로 결혼식을 활용한다. 결혼식이 아니라 피로연이 중심이다. 중국 청첩장에는 예식장 주변 지도가 없다. 대신 ‘피로연장 찾아오는 길’이 있다. 신랑 신부는 결혼식을 마친 하객과 하루 내내 노래하고 춤추며 즐긴다. 각종 맛있는 음식이 차려지기 마련이다. 그중에서 빠지지 않는 게 있다. 담배와 사탕이다. 담배는 담배 연기처럼 집안이 번성하라는 의미가, 사탕은 부부생활이 사탕처럼 달콤하다는 뜻이 담겨있다. 

일본은 예식은 본례, 피로연, 니시카이(二次會)로 이뤄진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피로연에는 신랑 신부가 함께 참여한다. 니시카이는 결혼식 주인공의 가까운 친구와 친지가 참석한다. 니시카이는 참석자 각자 부담이다. 하객에게 히키데모노(답례품)을 주는 게 관례다. 거액의 축의금을 낸 사람에게는 ‘한가에시’라고 해서 축의금의 절반 가격의 선물을 나중에 준다. 또 일본은 초대장을 받은 사람만 예식장에 들어갈 수 있다. 일본에서는 하객도 화려한 옷차림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흰옷은 입으면 큰 결례다.

결혼 비용은 얼마나 들까. 중국 사람은 결혼식에서 그 집안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그만큼 결혼 경비가 많이 든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서 신혼집 구매비를 포함해서 3억 원이 넘게 든다고 한다. 대졸 초임이 우리 돈으로 1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이에 비하면 엄청나게 큰돈이다. 허례허식도 심한 편이다. 페라리, 롤스로이스 같은 고급 외제 차를 빌려서 카퍼레이드를 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결혼 비용 때문에 결혼식 않고 동거하는 사람이 많다. 혼인신고만 하는 루어훈(裸婚), 신혼여행까지 하는 뤼싱지에훈(旅行結婚) 등이 유행이다. 

2020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결혼식에 2억 1000만 원 정도 든다고 한다. 한국은 신혼집 마련 비용까지 포함된 것이다. 일본은 6000만 원이라고 한다. 집값은 제외되어 있다. 보통 대출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결혼식에서 축의금은 그 나라의 경제 규모를 보여준다. 한국은 하객의 형편에 따라 5만 원, 10만 원, 20만 원 정도를 봉투에 담아 축하를 전한다. 일본은 최저가가 30만 원이다. 중국은 적어도 15만 원을 낸다. 우리는 보통 흰 봉투에 축의금을 담는 데 중국에서 그랬다가는 큰 봉변을 당한다. 흰 봉투는 장례식에서 부의금을 넣을 때 사용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축의금은 600, 800, 1000위안과 같이 짝수로 넣어야 한다. 400위안은 짝수지만 ‘죽는다’라는 글자 사(死)와 발음이 같으니 피해야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이 지속가능한 저널리즘을 만듭니다.

정기후원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