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를 통한 여론조작 정황이 밝혀졌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 한·중전이 열린 1일 밤, 당시 국내 포털사이트 ‘다음’이 진행한 ‘클릭 응원’에서 92%가 중국을 응원하고 한국 응원은 8%에 그쳤다는 황당한 결과가 나왔다. 같은 경기에서 ‘네이버’가 실시한 ‘터치 응원’에선 한국을 응원한 비율이 94%, 중국은 6%로 정반대였다. 더구나 중국은 다음 접속이 차단된 국가다. 중국이 다음과 네이버의 현지 접속을 이미 차단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도저히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안된다. 결국 여론조작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다음 뉴스 댓글 서비스에 '타임톡' 적용[카카오 제공]/ 한중전 당시 다음 스포츠 '클릭 응원' 시간대별 클릭 응원 그래프…](https://cdn.newsfreezone.co.kr/news/photo/202310/517658_519526_4515.png)
뿐만 아니라 다음 포털에선 북한과의 여자 축구 8강전에서 북한팀을 응원하는 비율이 75%에 달한 반면, 한국팀을 응원하는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한국과 홍콩전에선 홍콩(91%) 응원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네이버는 로그인을 해야 응원에 참여할 수 있지만, 다음은 누구나 횟수에 제한 없이 클릭을 할 수 있어서 조작에 취약하다는 측면도 있다. 1인당 응원 횟수도 제한이 없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소수로도 응원 여론을 바꿀 수 있다.
불순자 누군가 인위적으로 여론 조작을 시도했고, 그 결과 정반대의 여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결국 다음은 “클릭 응원 숫자가 과도하게 부풀려질 수 있다”며 “운영 취지를 악용하는 사례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여론 조작을 인정한 셈이다.
논란이 커지자 ‘다음’ 운영사인 ‘카카오’는 한·중 8강전 응원페이지 3130만 건 클릭 가운데 2294만 건에 대해 IP 주소를 긴급히 확인했다. 그 결과 네덜란드 1개 IP에서 1539만 건이, 일본 1개 IP에서 449만 건의 매크로(특정 작업을 반복하는 자동화 프로그램)를 활용한 응원 클릭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카카오는 “경기 직후 이용자가 적은 심야시간대에 2개 IP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들어낸 이례적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서비스 취지를 훼손시키는 중대한 업무방해 행위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와 일본에서 중국팀을 응원한 다는것 자체가 어불성설로 특정 세력이 해외 IP를 활용해 여론조작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해외 IP 2개의 클릭 수는 1989만 건에 달했다. 다만 응원 클릭이 실제 네덜란드와 일본에서 발생한 것인지, 혹은 중국이나 북한 등에서 시작돼 단순히 두 나라 인터넷을 경유한 것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가상사설망인 VPN을 악용해 국내 네티즌인 것처럼 우회 접속했고, 반복적으로 클릭이 이루어지는 매크로 조작 수법을 활용해 중국을 응원하는 댓글을 대량 생성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는 보도자료를 내고 "해외세력들의 매크로 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며 "경찰에 수사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은 있어왔다. 2017년 대선 과정에서는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한 세력이 실제로 존재했던 사실이 검찰 수사로 밝혀졌다.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킹크랩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포털 검색 순위와 기사를 조작한 ‘드루킹 사건’이 대표적이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중국 공산당이 우리나라 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인터넷 여론을 조작한다”는 내용의 ‘차이나 게이트’ 의혹이 불거진 적이 있다. 당시 음모론 의혹으로 끝났지만, 외국의 특정 세력이 대형 포털을 무대로 국내 선거에 개입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평소 국민의 75% 이상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는 현실에서 여론이 조작되고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뉴스 유통을 독점하고, 댓글로 여론을 주도하는 대형 포털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중국이 다음과 네이버의 현지 접속을 차단했지만, 평범한 네티즌조차 제3국의 가상사설망(VPN)으로 우회 접속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조작된 여론이 공적인 다수 여론인 것처럼 포장돼 국민들을 혼란시켜 판단을 왜곡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민주주의 파괴행위이다. 가짜뉴스는 자유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사회적 재앙이다.
국내 인터넷 공론장은 드루킹 사건에서 드러났듯 여론 조작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인터넷 공간에서 여론을 조작하는 사이버 심리전은 국가 안보에도 중대한 사안이다. 지난 미국 대선과 중간 선거에서 중국이 사이버 공간을 통해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었고, 러시아도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을 위해 여론 조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드러난 바 있다. 특히 북한은 한국 내 여론 분열을 노리고 큰 이슈가 나올 때마다 사이버 요원을 비롯해 해외 공작원, 한국 내 포섭 세력, 친북 해외 성향 동포 등을 총동원해 조직적으로 여론 조작에 나서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북한 등을 상대하기 위한 사이버 역량 강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도 포털을 이용한 여론 조작을 중대범죄로 인식하고 대응체계를 더욱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국회에 발의된 인터넷 댓글에 국적이나 접속 국가 표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포함해 인터넷 실명제 강화 방안도 조속히 검토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도 정쟁의 소재로 삼거나 선거에 이용할 생각을 버리고 법과 제도의 허점을 찾아 신속히 정비해야 할 것이다.총선을 6개월 앞두고 중국과 북한이 국내 친중·친북 세력과 결탁해 얼마든지 해외 IP로 여론을 조작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이번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신속히 사건의 전말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사이버 안보 차원에서 배후를 샅샅이 규명해서 재발 방지책을 강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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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웅 언론학 박사 주요약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고정 출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방송통신연구원 부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KBS 예능국장·TV제작국장·총국장·정책실장·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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