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폭탄’이 터졌다. ‘김포 서울 편입 폭탄’이다. 폭발 효과가 컸다. 그 효력이 어디까지 갈지 모른다. 민주당의 말처럼 ‘뜬금없이’ 터졌기 때문이다.
‘뜬금없다’라는 말은 갑작스럽고도 엉뚱하다는 게 사전적 의미다.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렇다. 김포 서울 편입에 대한 검토나 공개적 토의가 있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일이 없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0일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간담회’에서 “경기도 김포를 서울로 편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병수 김포시장의 김포 서울 편입 건의를 수용해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국민의 힘은 ‘서울시 김포구’ 특별법 제정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김포시 서울 편입을 추진을 위한 TF를 구성했다. 이 TF에서 법안 내용과 발의 시점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사천리다. 민주당의 첫 반응은 “굉장히 뜬금없는 발표였다”는 것이었다. ‘총선용 공수표’라는 의미다. 그러나 그 뒤로 4일이 지나도록 그 이상의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찬반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전체적으로 행정 체제 대개혁을 여당에 제안하고 협의해 볼 생각”이라고 밝힌 게 전부다.
국민의힘은 김포 서울 편입을 왜 이처럼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는가. 반면 민주당은 대응을 극도로 자제하는가? 거기에는 복잡한 총선 함수가 숨어 있다. 과연 김기현 대표의 ‘서울시 김포구’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신의 한수’가 될 것인가 아니면 ‘자충수’가 될 것인가.

공약은 선거전략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주목받는 공약은 선거전략에 유리하다. 선거가 공방과 논쟁으로 주목받는 공약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여당의 '김포 서울 편입' 카드는 대성공이다. 최대의 이슈로 등장했다. 블랙홀처럼 다른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이슈 선점효과다.
이슈와 공약이 강력한 힘을 갖기 위해서는 지속성도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김포 서울 편입’ 이슈의 폭발력을 확인했다. 이슈를 뜨겁게 이끌어 가기 위해 논쟁 확산을 꾀하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가 제시한 ‘메가시티’가 그것이다. 고양, 구리, 광양, 부천 등 주변 도시로 서울 편입 여지를 넓힌 것이다. 국민의힘의 움직임에 주변 도시도 호응하고 있다. 구리시는 3일 서울 편입 추진을 공식 선언했다. 나머지 도시도 그런 흐름에 합류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 과정에서 메가시티가 됐든, 김포 서울 편입이 됐든, 해당 이슈는 몸집을 더 키울 것이다.
이슈의 폭발력이 뛰어날수록 저항과 반격도 커지게 된다. 그러나 저항과 반격은 오히려 이슈를 키운다. 일단 민주당은 강한 저항을 자제하고 있다. ‘뜬금없는 정략적 선거전략’, ‘국민 욕망을 자극하는 공약’, ‘전형적인 포플리즘’이라는 비판이 고작이다. ‘김포 서울 편입론’이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속내가 담겨 있는 것이다. 아마 대체 의제를 모색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민주당은 4일 만에 ‘행정 체제 대개편’이라는 의제를 내놨다. ‘국토 대전략’ 차원에서 수도권뿐 아니라 비수도권까지 더해 개편을 논의하자는 게 골자다. 일종의 이슈 분산 전략이라고 내놓은 대안이다. 행정 체제 대개편이 ‘김포 서울 편입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아니 낙관할 수 없는 대체재다. 행정 체제 대개혁론은 진부한 의제다. 선거 때마다 거론되던 단골 메뉴다. 아무리 행정 효율성 제고라는 중대한 문제일지라도 묵은 이슈로 국민 관심을 끌기는 쉽지 않다. 라면이라는 신종 상품에 솔깃한 소비자에게 ‘저 라면 맛없다’라고 트집을 잡아봐야 소용없다.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라면에 대한 호기심만 키울 뿐이다. ‘천공 배후설’ 같은 황당한 음모설은 이슈에 흥미성까지 부여한다. 천공 배후설을 제기한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굿판에 흥미를 배가시키는 들러리 역할을 한 셈이다.
주목받고 지속성을 갖춘 이슈와 공약이라고 해도 효과성이 떨어지면 가치는 반감된다. 솔직히 ‘김포 서울 편입론’과 ‘메가시티 서울론’은 실현 가능성이 그렇게 높지 않다. 우선 청와대는 이 논쟁에서 제외되어 있다. 일절 언급이 없다. 침묵할 뿐이다. 아니다. 청와대는 다른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1일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지방소멸의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게 그 핵심이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제5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지방시대를 열겠다”라고 선언했다. 서울 집중과 팽창이 핵심인 ‘메가시티 서울론’과는 큰 차이가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배치되는 입장이다.
김포 서울 편입의 또 다른 당사자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신중 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김포시장을 만나 깊은 뜻을 확인해보겠다”라고 밝힐 뿐이다. 왜 그럴까. 서울시로서는 결코 두 손 들어 환영할만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서울시 김포구’는 지역 편입만으로 끝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편입 이후 여러 가지 재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서울시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김포시가 서울시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서울과 경기 그리고 김포시 주민의 동의가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이런 문제를 피하려 행정절차를 축소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원래는 김포시가 편입안을 제출하고 서울시 경기도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주민투표에서 동의를 얻으면 행정안전부가 행정개편안을 국회 제출하고 입법 절차를 밟게 된다. 국민의힘은 이를 피해 의원 입법을 통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서울과 경기 한 곳이 반대하더라도 김포의 서울 편입 추진이 가능하다고 한다.
참으로 험난한 과정이다. 절차만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이해가 얽히고 설킨 현안이라는 점에서 김포 서울 편입 혹은 메가시티가 국민의힘 득표에 도움이 될지도 짐작하기 어려운 문제다.
전국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해당 지역의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들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이 “서울에 들어가기 위해서 국민의힘을 찍어야 한다”라고 호소할 것이다. 그 호소가 먹히면 의석을 늘리게 된다. 만일 먹히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반대해서 서울 편입이 실패했다고 핑계를 대면 그만이다. 서울 편입이 언급되는 수도권 지역 도시들에는 모두 21석의 의석이 걸려있다. 현재 21대 국회의원 분포를 보면 국민의힘 1석, 정의당 1석을 제외한 19석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미 이런 선거전략을 두 달여 전부터 여의도연구소에서 모색했다고 한다. 수도권의 민심의 바로미터가 됐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하자 이 공약을 꺼내 든 것이다. 이 공약은 선거 공학에 기초한 정책이다. 그 모델은 ‘서울 뉴타운 개발’이다. 2008년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은 서울 지역에서 대약진했다. 도봉, 은평 등 열세 지역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의원을 당시 ‘타운돌이’라고 불렀다. 뉴타운 덕택에 당선된 국회의원이라고 의미다.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날까. 장담할 수 없다. 다만 국정운영 철학과 국가정책마저 외면한 총선 공약이 국민의 지지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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