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한국 권투협회(KBA) 총회 및 윤일권 중앙회장 취임식이 대전시 계룡스파텔 무궁화홀에서 열렸다. 김대호 협회 사무국장을 통해 전갈을 받은 필자는 김호현 KBA 부회장, 김춘석 극동 서부체육관장과 함께 현장으로 향했다.

KBA(한국복싱협회 신임 윤일권 회장(중앙).
KBA(한국복싱협회 신임 윤일권 회장(중앙).

1949년 7월 경기도 안성태생으로 1973년 제54회 전국체전 (동메달)에 경기대표로 출전했던 김춘석 관장은 1974년 동아체육관 전신인 노량진 용초 체육관에서 트레이너 생활을 시작, 영리한 지도력을 발휘해 박종팔 김환진 이일복 등 70년대를 풍미한 수많은 복서들을 발탁하고 양성해내 지도력을 검증받았다.

이후 서울 강서구에 극동 서부체육관을 설립, 올해 50주년을 맞이했다. 그 세월 동안 국내 최초로 WBA J 라이트급 챔피언에 등극한 최용수를 비롯, 두 체급에서 동양을 석권한 정영길. 동양 L급 챔피언 박봉춘. 동양 LW급 챔피언 김종길. 아마츄어 국가대표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페더급)에 출전한 박흥민(한국체대)과 장형욱 박상현 등 3명의 국가대표를 포함해 수많은 복서들을 배출했다. 

김춘석 관장 강신희 사무총장 장정구 챔프(우측)
김춘석 관장 강신희 사무총장 장정구 챔프(우측)

여담이지만 올림픽에 출전한 국가대표선수와 프로복싱 세계 챔피언을 탄생시킨 지도자는 한국복싱 백년사에서 김춘석 관장이 유일무이하다. 이 분에게 대한민국 최고의 복서는 누구냐고 묻자 경량급에선 장정구, 중량급에선 백인철이란 답이 나왔다.

고도의 심리기술을 필요로 하는 복싱에서 변화무쌍한 전략을 구사하는 장정구는 한 차원 높은 복서라고 단언한 김 관장은 백인철에 대해선 송곳 같은 잽에 천하의 박종팔도 공격에 제동이 걸릴 정도로 예리하면서 날카로웠다고 분석했다.

복싱 지도자 중 현장 경험이 가장 풍부한 김춘석 관장의 논평이라 설득력 있게 들렸다. 더욱이 박종팔은 자신이 직접 발탁해 조련한 수제자 복서가 아니었던가!

동아체육관 사범시절의 김춘석관장과 박종팔선수( 앞줄 왼쪽)
동아체육관 사범시절의 김춘석관장과 박종팔선수( 앞줄 왼쪽)

김호현 KBA 부회장은 1963년 3월 충남 논산 출생의 사업가다. 1980년 상경해 영등포 체육관에서 복싱을 배웠고 1982년 6월 황순철 관장에 의해 프로에 입문하며 그해 신인왕(J. 밴텀급)전에 출전, 우승 후보 서병준을 3회 KO로 잡으며 돌풍을 일으킨다.

그리고 이상보를 판정으로 잡고 J.밴텀급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83년 1월 8일 김희봉과 8강전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다가 경기중 버팅에 의한 눈 부상으로 3회 TKO패를 당해 중도에 탈락한다.

1983년 5월 김호현은 박찬희 김치복 유옥균과 격전을 펼친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으로, 프로에 뛰어들어 조진현 장수곤 오용환 박동식등 정상급 복서들을 차례로 잡았던 복싱계 숨은 고수 김재헌(동아체)과 맞대결한다.

배수의 진을 치고 승부수를 던진 김호현은 8회 군말 없는 판정으로 거함 김재헌을 잡고 건재를 과시했다. 그러나 그는 88년 9월 태국에서 벌어진 WBC 플라이급 챔피언 소트 치탈라타와의 대결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장정구 챔프 김대호 사무국장 김호햔 부회장(우측).
장정구 챔프 김대호 사무국장 김호현 부회장(우측).

눈여겨 볼 대목은 복서 김호현이 프로로 6년 동안 활동하면서도 건설업체에서 자격증을 취득, 은퇴 후를 치밀하게 대비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사각의 링을 떠난 현재 건설업체 대표로 활동하며 억대 연봉을 받으며 인생 2막을 화려하게 펼치고 있다. 우리 후배 복서들이 본받아야할 롤모델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에 도착해 장정구 챔프를 비롯 여러 지인들을 만났다. 김춘석 관장은 웃으시면서 장정구 챔프를 세계 챔피언으로 만든 것은 자신이라고 말했다. 때는 1980년 3월 서울운동장 배구장에서 전국 신인대회가 열렸다. 이대회 LF급에 출전한 장정구는 승승장구하면서 준결승에 오른다. 다음 상대가 바로 김춘석 관장의 극동 서부체육관 소속 선수였다.

김춘석 관장은 장정구가 전년도 모스크바올림픽선발전에 출전, 장흥민과 벌인 일전을 알고 있었다. 신인대회는 글자 그대로 전국대회에 단 한 차례도 출전 경험이 없는 신인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였다. 결국 장정구는 '부정선수'로 규정돼 중도에 탈락했다. 

반면 극동 서부체육관 선수는 LF급에서 대망의 우승을 차지한다. 장 챔프가 만일 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더라면 최점환 김광선 오광수 허영모 등과 명승부를 벌이면서 LF 급에서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졌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김호현KBA 부회장 과 김춘석 관장(우측)
김호현KBA 부회장 과 김춘석 관장(우측)

취임식장에는 오는 20일 안성 종합운동장 실내 체육관 에서 WBF 아시아 퍼스픽 라이트급 타이틀전을 주최하는 안성체육관 김명곤 관장이 후원회장이자 복지신문 박우열 대표와 동석했다.

1966년 경기도 안성 출신의 김명곤(수원대) 관장은 제1회 서울컵 대회 우승자인 오영호(상무)를 꺽은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이다. 이후 부상으로 복싱을 접고 안성에서 체육관을 착실하게 운영하면서 자가 건물을 확보한 건물주다. 겸손하면서 차분한 성품의 그는 복싱인들의 표본이 되는 성실한 복싱인이다. 

대보건설 김복렬 회장의 전폭적인 후원을 등에 업고 숨은 진주 심승권 임종빈 박형훈등 다수의 복싱 유망주를 발굴한 김 관장은 "이번 20일 열리는 경기는 2체급을 석권한 안성 출신의 여성 세계챔피언 김단비 이후 15년 만에 개최되는 경기여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명곤 관장 양길모 총재 박우열 후원회장(우측).
김명곤 관장 양길모 총재 박우열 후원회장(우측).

이날 행사에서 영광 채승곤 복싱클럽소속의 이우민 선수가 윤일권 회장으로부터 우수선수상을 받았다. 동생 이우준과 형제 복서인 이우민은 9전 7승1무1패를 기록한 유망주로 칼날 같은 스트레이트가 주무기다. 오는 2월 11일 강원도 태백에서 KBA 웰터급 한국 타이틀 결정전에 나서는 이우민 선수의 건승을 바란다.

한편 이번 KBA 회장에 취임한 윤일권 ㈜ 대영건설 회장은 취임사에서 "한국복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복싱도 경제적인 논리와 똑같다. 지원을 하고 투자를 하다 보면 작용·반작용 법칙에 따라 선수들의 경기력은 향상된다.

더불어 조력자인 ㈜ 화선 김성권 회장과 ㈜ 대찬 건설 김종명 회장이 윤일권 KBA 회장과 화모니를 이뤄 KBA라는 단체가 명실상부한 한국복싱의 중심축으로 거듭 태어나길 바란다.

장정구챔프 (주) 화선 김성권회장 김종명 회장(우측).j
장정구챔프 (주) 화선 김성권회장 김종명 회장(우측).j

양길모 전 대전 복싱협회장(환경감시국민운동본부 대전·세종·충남지부 총재)과 양 회장 휘하에서 실무 부회장을 역임한 김대호 KBA 사무국장의 모습도 보인다. 두 분은 이수남 관장이 운영한 대전 한밭체육관 소속의 복서들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복싱체육관인 한밭체육관은 1961년 설립돼 WBC 슈퍼 밴텀급 챔피언 염동균과 양길모 회장을 비롯 1만 5천명의 수강생을 배출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진 추억의 체육관이다.

양길모 총재와 한밭체육관 동문인 김대호 KBA 사무국장은 양 회장이 대전 복싱연맹 회장직에서 물러나자 대전 세종 KBA 충정 지부를 설립해 동고동락한 빛과 그림자 같은 관계다. 양 총재는 1960년 대전 출신으로 고교 시절 복싱선수로 활동하면서 꿈과 열정을 키워온 복싱인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중도에 복싱을 접었지만 이후 경기인 출신 복싱인으로 2005년 대전 복싱회장에 추대돼 취임했다. 이후 선수 육성에 심혈을 기울여 2009년 제39회 대통령배 시도대항전에서 대전시 복싱팀은 64Kg급에 출전한 심현용이 우승과 함께 최우수 선수상(MVP)을 받는등 금 4개를 수확 무려 12년 만에 대전광역시가 종합우승을 차지하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양 총재의 한밭체육관 선배인 염동균 챔프는 "그는 30년 세월 동안 대전 농구협회 부회장. 유도협회 부회장. 복싱협회장을 두루 역임하면서 대전 체육발전을 위해 애써왔던 품격 높은 후배"라고 필자에게 강조했다. 페더급 국가대표 출신으로 한국체대 총동문회 회장이자 ㈜ YH 주식회사 장윤호 대표도 친구인 양 총재에 대해 "선이 굵은 상남자 중 상남자"라고 압축해 표현했다.

양길모 KBA 총재김대호 사무국장(우측).
양길모 총재와 김대호 KBA 사무국장(우측)

양 총재는 2018년 여자 국제복싱협회(WIBF) 플라이급 챔피언 이은혜 선수의 2차방어전을 대전 한밭체육관 특설링에 유치해 도전자 히가노 치에(34 일본)를 치열한 타격전 끝에 판정승으로 물리치는데 조력자 역할을 담당했다.

이 경기때 양 총재는 사랑의 끈 행사를 열어 148명에게 장학금과 격려금 30만원씩을 전달하며 스포츠 행사와 봉사활동을 결합했다. 그해 양 총재는 스포츠단체장으론 이례적으로 문화체육부 관광부가 아닌 보건복지부 장관의 표창을 받았다. 장애인의 인권향상과 복지증진에 대해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복싱인의 한사람으로 박수 를 쳐주고 싶은 대목이다.

양 총재의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은 멈춤이 없었다. 2019년 대전 체육 단체협의회 초대 의장에 선임되어 지역경제발전을 위한 전국규모대회 유치. 우수선수 장학사업. 스포츠 국제 교류를 실행 등으로 갈채를 받으며 지역사회 체육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행사를 마치고 김호현 부회장 김춘석 관장과 함께 강서구에 위치한 김춘석 관장이 운영하는 체육관에 들렸다. 김 관장은 필자에게 창고에 고려청자처럼 소중하게 보관해온 복싱잡지 백여 권을 손수 상자에 담아 전달했다. 

별다른 말씀은 없었지만 앞으로 복싱발전을 위해 좋은 글을 써달라는 암묵적 요청을 읽을 수 있었다. 끝으로 이날 행사에 초대해준 KBA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리면서 KBA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이 지속가능한 저널리즘을 만듭니다.

정기후원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