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선에서 87% 득표
5번째 임기 확보, 사상 최장 집권
[서울=뉴스프리존] 임형섭 객원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사실상 라이벌 없이 치러진 2024 러시아 대선에서 압도적인 득표율을 올리며 5선을 확정했다.

18일(현지시간) 러시아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가 98%정도 진행된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87.34%의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 대선 역사상 최고 득표율이다.
푸틴은 2000년 대선 승리이후 2004년, 2012년, 2018년 등 다섯차례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다. 그는 2008∼2012년에는 총리로 물러나 있었지만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에 올리면서 사실상 러시아를 지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러시아 연방공산당의 니콜라이 하리토노프(득표율 4.3%), 새로운사람들당의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3.8%), 러시아자유민주당 레오니트 슬루츠키(3.17%) 등 다른 후보들을 압도적으로 제쳤다.
투표율도 투표 마감시간 직전인 전날 모스크바 시각 오후 8시37분 기준으로 74.22%를 기록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전 최고 투표율은 지난 1996년 69.81%이다.
러시아는 군사 침공으로 일방적으로 병합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4개 주에서도 러시아 대통령 선거를 강행했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 결과 점령 지역에서 푸틴 대통령이 9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71세인 푸틴 대통령은 6년 임기를 새로 시작하게 돼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의 29년 집권 기간을 넘어서는 최장수 지도자의 길을 열었다.
또 이번 대선이 2년을 넘은 ‘우크라이나 특별작전’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신임투표 성격을 띄고 있었다는 점에서 집권 5기를 맞은 푸틴 대통령은 이번 선거 결과를 토대로 안으로는 내부 동요 차단 및 결속 강화에 주력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더욱 강경한 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새벽 모스크바에서 열린 승리 연설에서 지지자들에게 “이번 선거는 국민의 신뢰가 낳은 결과”라고 강조하고 모스크바가 서방에 맞서고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하는 것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특별작전과 관련된 과제를 해결하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러시아군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앞에는 많은 과제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단결할 때 누가 우리를 위협하고 억압하려 하든 역사상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고 지금도 성공하지 못했으며, 미래에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각지의 투표소 건물 방화, 투표용지 훼손 등 선거 반발로 보이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투표용지를 엉망으로 만드는 사람은 민주주의자가 아니라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사람이니 처벌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또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망과 관련해서는 "나발니의 죽음은 슬프다"며 그의 이름을 언급하며 애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나발니가 사망하기 전 서방에 억류된 사람과 교환하기 위한 협상이 있었다며 "나는 동의한다고 말했지만 그는 죽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나발니에 대해 지원 단체 지도자들은 나발니가 사망하기 전날 독일에 수감된 전직 러시아 요원 수감자와 교환하고 석방하는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와 함께 러시아의 선거가 민주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발니가 선동한 자신에 대한 시위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상군 파견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한 질문에 제3차 세계대전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러시아는 평화협상에 찬성하지만 적의 탄약 부족 때문이 아니다"라며 평화협상에 응할 뜻이 있음을 비쳤다. 푸틴 대통령은 지금까지 러시아의 안보를 전제로 한 평화협상에 응할 자세를 보여왔다.
러시아 대선에 대해 서방은 민주주의를 흉내 내는 선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미 백악관은 러시아 대선에 대해 "분명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입장을 밝혔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권력에 굶주린 독재자라고 표현하면서 "영원히 통치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전날 독일 베를린에서 재외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 대사관앞에 모여 푸틴정권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유럽 각지에서 푸틴 정권에 항의하는 집회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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