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과 상처 가득한 채 법정 출두
테러사건으로 137명 사망
푸틴 "우크라이나 배후"
미 "우크라이나 개입 없었다"
[ 서울=뉴스프리존] 임형섭 객원기자= 모스크바 공연장 총격 및 방화 테러 피의자들을 러시아 당국이 잔혹하게 고문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지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보안당국에 동조하는 텔레그램 및 사회관계망서비스 채널에 러시아군이 전날 체포한 모스크바 테러 피의자 남성 네 명을 마구 때리고 전기충격기 등으로 잔혹하게 고문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공개된 영상에서 피의자 중 한 명은 공격을 수행하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손이 묶이고 심문관에 의해 머리를 붙잡힌 채 억양이 심한 러시아어로 “제가 사람들을 쐈다”라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돈 때문에”라고 대답했다. 그는 50만루블을 약속받았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당국은 이날 테러사건과 관련돼 구금된 11명 중 4명을 테러용의자로 기소했다. 러시아 법정에 출석한 이들 4명은 얼굴에 고문 흔적으로 보이는 멍과 상처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영상에서 고문 대상이었던 사이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는 한쪽 귀가 있던 자리에 큰 붕대를 붙였으며 이들과 함께 출석한 피의자 무함마드소비르 파이조프와 딜레르존 미르조예프 역시 얼굴에 구타 당한 흔적이 보였다.
이들은 모두 러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타지키스탄 공화국 시민들로 오는 5월 22일 재판전까지 구금될 것이며 4명중 3명은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러시아 언론을 인용 보도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피의자들은 모두 집단 테러 혐의로 기소됐으며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종신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AP.와 AFP 통신이 전했다.

앞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외곽 크라스노고르스크시의 한 콘서트홀에서는 지난 22일 여러 명이 총기를 난사한 테러로 137명이 숨지고 182명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번 테러의 배후가 우크라이나라는 거짓 증언을 받아내기 위해 피의자들을 고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푸틴 정권의 고문 행위를 비판해온 러시아 인권단체 ‘굴라구 닷 넷’은 “이번 고문은 푸틴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 분명하다”며 “만약 이들이 범인이라는 증거가 있다면 왜 당국이 이들을 고문하겠는가, 이는 푸틴 대통령과 당국에 유리한 버전의 증언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망명한 러시아의 야권 언론인 드미트리 콜레제프는 데일리메일에 “불행히도 러시아에서 고문은 흔한 일이다. 당국은 고문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며 이를 일부러 유출하고 있다”며 “이러한 고문이 벌어진 뒤 이 피의자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사람들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인정할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공격의 배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처벌하겠다고 약속하고 2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사건직후 이슬람국가(IS)는 아프가니스탄 지부 이슬람국가 호라산 조직원이 테러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독일 dpa통신은 이 단체의 선전매체인 아마크가 90초 분량의 테러 현장 영상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범인들이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고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며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도 무장괴한들이 우크라이나와 접촉했으며 국경 근처에서 체포됐다고 주장했다.
IS의 영상 공개에도 푸틴이 이처럼 주장하는 이유는 테러를 명분삼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등 자신의 정책을 강화하고 내부 결집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대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콘서트홀 공격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한편 백악관은 미국 정부가 이달초 모스크바 공격 계획에 대한 정보를 러시아와 공유했으며 지난 7일 러시아에 있는 미국인들에게 공개 주의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슬람국가(IS)가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에이드리엔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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