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고수? 협상?...애매한 대통령 담화

[서울=뉴스프리존] 최정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의정 갈등의 쟁점으로 부각된 의대정원 문제에 대해 기존 정부 입장을 되풀이했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 대해 "통일된 안을 제시해달라"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정책은 늘 열려 있다.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인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담화 내용은 그동안 의료계의 정원 2000명 확대 결정 백지화 요구에 대해 보건복지부 등 정부 측이 밝혀온 입장과 같다. 

정원 2000명은 오랜 검토와 협의 끝에 도출된 최소한의 규모며 의료계가 이보다 나은 합리적 방안을 제시하면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차이가 있다면 대통령이 의대정원 결정에 대해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혔다는 점뿐이다. 

이 때문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많은 기대를 한 만큼 더 많은 실망을 하게됐다"고 밝혔다.

김성근 의협 비대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브리핑에서 "현재의 의정 대치 상황이 해결될 수 있는 실마리가 제시될 것으로 생각하고 많은 기대를 했지만, 담화문에서는 이전의 정부 발표와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의대 증원에 대해 의료계와 많은 논의를 했다고 했지만 "의료계의 의견은 들어주지 않았던 시간이었다"면서 "의대정원 증원 2천명 부분만 반복적으로 언급돼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방재승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도 "이번 정부는 현 의료 사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담화문이었다"면서 "정부와 대화가 안 되니 (집단사직 등) 기존 방침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39개 의대가 참여하고 있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측은 “(의료계의) 통일 안을 충분히 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윤정 전의교협 홍보위원장(고려대 의대 교수)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의료계의 통일된 안을 요구한 것이 현실성이 있느냐’는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조 위원장은 "전의교협의 공식적인 생각은 총회를 거친 뒤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사단체들이 협의를 거쳐 정부가 요구하는 "더 나은 합리적 방안"이나 "통일된 안"을 빠른 시일안에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오랫동안 검토해 마련했다"며 의대정원 2000명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다른 숫자는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공산이 크고 의사단체들의 입장도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장기화하고 있는 의정 갈등은 여전히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의정대치에 따른 진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여론은 변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여론조사에선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응답자의 65%는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을 통해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달 28~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1명 대상 조사)

이 때문에 선거를 코앞에 둔 국민의힘 지도부와 후보들은 대통령에게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부산 유세 도중 의대 정원 문제와 관련해 "숫자에 매몰될 문제가 아니다"며 대통령의 발언과는 결이 다른 발언을 내놨다.

함운경 서울 마포을 후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통령의 담화 내용에 대해 "쇠귀에 경 읽기"라고 정면 비판하고 대통령 탈당을 요구했다.

윤상현 인천 동-미추흘을 후보(4선)는 "2000명에 얽매이면 대화의 빗장이 열릴 수 없다. 조건 없는 의정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SNS에 썼다.

정운천 전북 전주을 후보는 회견을 열고 "2000명 고수는 불통의 이미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