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8월 82억 벌어 2억5천만 잔디에
10월 월드컵 예선 이라크전, 용인서 치러
축구팬과 가수팬 '잔디관리 책임' 대립도
감사원 감사 요청ㆍ 서울시설공단 민원 등

[서울=뉴스프리존]이정우 기자= 손흥민이 “공을 다루기 어렵다”고 평가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이 경기와 콘서트로 올해 82억원을 벌었지만 잔디관리에는 2억5천만원만 쓴 것으로 드러났다.

손흥민이 9월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3차 예선 팔레스타인과의 경기에서 공을 몰고 돌파하려다 넘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흥민이 9월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3차 예선 팔레스타인과의 경기에서 공을 몰고 돌파하려다 넘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잔디 상태 논란 속에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월15일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이라크와의 홈 경기를 이곳에서 치르지 못하고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하기로 했다. 

9월 21부터 이틀간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수 아이유 콘서트를 놓고 축구 팬과 아이유 팬이 잔디 관리 책임에 대한 온라인 공방전을 벌이기도 했다.

25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설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공단은 올해 8월 말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관리에 2억5천327만원을 지출했다. 

잔디 구입에 1억5천346만원, 잔디 보호용 인조매트 1천994만원, 농약 및 비료 5천140만원, 잔디 파종을 위한 오버씨딩기 1천962만원, 잔디 폐기물처리 용역에 886만원 등이다.

반면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축구 경기와 연예인 콘서트 대관, 그에 따른 주차요금으로 올해 1∼8월 올린 수익은 전체 82억550만원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국가대표 A매치 경기로 9억9천426만원, FC서울 경기로 11억3천832만원, 콘서트 등 문화행사로 24억3천447만원, 일반행사로 36억3천846만원을 벌었다.

주요 문화행사 대관 수입은 임영웅 콘서트가 14억3천899만원, 세븐틴이 9억7천758만원이었다.

9월에 열린 아이유 콘서트는 포함하지 않은 액수다. 아이유 콘서트 대관 수익만 10억원이 넘을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컵경기장은 하루 전용 사용료에 더해 축구 경기나 콘서트, 공공 행사 입장료의 8%를 받는다. 일반행사는 관람 수입의 15%다.

2023년 잼버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팝 슈퍼라이브' 행사 뒤 잔디 복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3년 잼버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팝 슈퍼라이브' 행사 뒤 잔디 복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는 역대급 폭염 속에 임영웅·세븐틴·아이유의 대형 콘서트까지 겹쳐 잔디 상태가 더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 

축구 팬들은 아이유 콘서트 때 잔디에 무대를 설치하고 의자를 깔면서 잔디가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아이유 팬들은 해당 비용을 지불하는 만큼 가수에게 책임을 넘기지 말라고 맞서 갈등이 빚어졌다.

이에 앞서 9월5일 팔레스타인과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B조 1차전을 이곳에서 치른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기술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볼 컨트롤이나 드리블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빠른 템포의 경기를 못 한 것이 팬들에게도 아쉬우셨을 것"이라며 "홈에서 할 때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우리나라는 이날 96위의 팔레스타인과 졸전 끝에 0-0으로 비겼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를 놓고 논란과 비판이 이어지자 서울시는 내년부터 '그라운드석 판매 제외'를 조건으로 콘서트 등 문화행사 대관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잔디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대한축구협회는 서울월드컵경기장 상태를 점검한 결과 잔디를 보수하더라도 생육 상황 등을 고려하면 10월15일 경기를 치르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이라크전을 용인에서 치르기로 했다.

위성곤 의원은 "서울시가 아이유 콘서트를 앞두고 그라운드석 판매 제외 등을 발표하며 팬들 입장에선 마치 가수가 잔디 훼손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 갈등을 부추겼다"며 "지난해 잼버리 콘서트 강행 등에도 문제가 있었던 만큼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 축구 팬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관리 실태를 감사해 달라’며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했다. 이 민원은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원을 거쳐 서울시로 이송됐다.

서울시설공단에도 잔디 관리 강화를 요구하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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