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시도(SOLASEADO)’를 아십니까. 계이름이냐고요. 아닙니다. 땅끝마을 해남의 간척지(20.6㎢, 여의도 면적 7배)를 개간해서 만든 ‘미래 도시’입니다.
간척지의 특징인 태양(Solar), 바다(Sea), 그리고 섬(도·Do)를 조합해서 이름을 솔라시도라고 지었습니다. ‘미래 도시’는 한마디로 인간 활동과 자연 생태계가 조화를 이루는 곳이죠. 솔라시도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방법의 표준을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극찬을 받는 이유가 있습니다. 솔라시도의 자랑, ‘산이정원’이 그것입니다.

산이정원은 ‘산이 정원이 된다’라는 의미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는 자연 본연의 색을 살린 정원입니다. 해남군 산이면의 자연과 경관을 그대로 살렸죠. 바닷속 섬은 산이 됐습니다. 산은 다시 정원으로 바뀌었습니다. 바다는 호수가 됐습니다. 호수는 연못으로 바뀌었습니다. 한국적 정원 조성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 것입니다. 한국의 정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의미입니다. 산이정원은 12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재는 두 개만 완공된 상태입니다. 내년 봄에는 완성된 산이정원을 볼 수 있습니다.
산이정원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전설이 됐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 정원입니다. 그 면적이 50만㎡(16만 평)입니다. 여의도공원보다 두 배 이상 큽니다. 식물원 형태로 만들어진 게 특징입니다. 산이정원은 솔라시도의 도시 정원이 아닙니다. 솔라시도는 (산이)정원 도시 그 자체입니다.
산이정원은 산고와 역경을 이겨낸 결실입니다. 척박한 땅, 변덕스러운 날씨를 이겨냈습니다. 땅에 밴 염분으로 식물이 뿌리를 내리지 못합니다. 그 넓은 땅에 염분 차단막을 깔고 맨흙을 깔았습니다. 강한 바닷바람과 직사광선에 적합한 나무를 찾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날씨(햇빛, 바람)과 흙이 정원을 허락하는 데 무려 10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한국, 정원을 가옥 안에 가두지 않은 까닭은?
얘기가 나온 김에 한·중·일 3국 정원의 구성원리와 특징 등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우선 정원에 대한 의미를 규정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궁궐의 후원(궁원), 도시의 공원, 집안의 중정 이런 모든 게 정원의 범위에 포함됩니다. 정원의 탄생을 생각해보면, 이를 알 수 있습니다. 아주 먼 옛날에 인류가 살았던 주거 공간은 숲이거나 숲 근처였습니다. 인류가 숲에서 벗어난 뒤에 주거 공간에 숲을 꾸민 게 정원입니다. 숲에서 벗어난 뒤 숲을 가까이 두려고 만든 게 정원이라는 얘기입니다. 중국어로 정원을 원림(園林)이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Garden이라고 하죠. 어원을 따지면 모두 ‘울타리 속의 숲’을 의미합니다. 나무와 꽃, 풀로 만들어 숲을 즐긴 게 정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기록상 주나라 문왕 때부터 정원을 조성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진시황은 샹리위안(上林苑)을 지었습니다. 이것이 최초의 궁원입니다. 진시황은 궁원 안에 에팡공(阿房宮)을 지었습니다. 여기서도 숲을 집안으로 끌어들인 게 가옥의 정원임을 알 수 있죠.
우리나라의 가옥 정원은 언뜻 그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중국, 일본 정원은 뚜렷한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중국은 가짜 산이 있고 연못이 있지요, 일본은 분재 화분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그렇지 않죠. 가옥의 입지 및 구조와 관계가 깊습니다. 최고의 한옥 입지는 임산 배수입니다. ‘갈잎의 노래가 들리는 뒷산’을 배경으로 합니다. 전면에는 ‘옛이야기 지줄대며 휘돌아가는 실개천’이 있습니다. 산과 들을 배경으로 들어선 집은 그 자체가 자연이지요. 굳이 집 안에 정원을 만들 필요를 느끼지 않았습니다. 자연과 교류하길 좋아한 우리 조상은 정원을 가옥이라는 울타리에 가두지 않았습니다.
집 주변에서 가장 자연을 닮은 게 뒤뜰입니다. 뒤뜰은 산의 연장입니다. 여기서 우리나라 사람의 정원에 대한 시각을 알 수 있는데요, 정원 꾸미기에 있어서 자연을 빌려 즐기는 것을 으뜸으로 삼은 것입니다. 이를 알 수 있는 단어가 있는데요, ‘동산바치’입니다. 순우리말로 정원사를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나무와 꽃을 가꾸는 일이 곧 뒤뜰과 이어진 산을 가꾸는 일로 여겼던 것입니다. 집을 지을 때 차경(借景)을 이용했습니다. 주변의 경치를 이용했다는 것입니다. 굳이 숲은 집 앞에 두지 않았습니다. 대신 뒷산을 정원으로 활용했죠. 그래서 정원을 후원이라고 했습니다. 후원은 한옥의 독특한 특성 중 하나입니다.
가옥 안에 정원을 두지 않는 대신 마당을 만들었습니다. 정원이나 마당 모두 주거 공간 속의 여유 공간이라는 점에서 추구하는 목적이 다른 것은 아닙니다. 그 여유 공간에 식물 등으로 꾸미느냐 빈터로 두느냐의 차이라고 할 수 있죠. 우리가 마당을 비워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언론인 출신인 홍사중 선생은 《한국의 미의식》에서 ‘정원은 앞뜰이 아닌 뒤뜰에 두고 마당을 비워둔 것은 채광과 통풍이 막히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마당은 양기를 받아 모아두는 장소입니다. 여름에는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를 머금죠, 반면 뒤뜰은 산바람을 받기 때문에 서늘합니다. 바람은 기온이 높은 곳에서 낮은 데로 이동하죠. 시원함을 느끼게 됩니다. 또 마당을 비워두면 빛을 반사합니다. 반사각은 계절에 따라 달라집니다. 경복궁의 왕 집무실인 사정전 좌우에는 만춘전과 천추전이 있습니다. 이 건물은 봄과 가을 태양의 입사각, 일사량, 바람의 방향과 세기까지 달리 느낄 수 있도록 지어졌습니다. 마당이 없었다면 불가능할 일입니다.
중국 가옥의 최고 위상은 중원에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집 한가운데 정원을 만든 것일까요. 서양의 집도 중원을 두는 게 보통입니다. 독일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막을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다. 그것은 세는 비와 굴뚝의 연기, 그리고 마누라의 잔소리’라는 게 그것입니다. 굴뚝의 연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원을 집 안으로 끌고 들어온 것입니다. 한옥 연구가 이상현은 《한옥과 함께 하는 세상 여행》에서 ‘밀폐된 공간에서 나무로 불을 피우는 서양은 연기를 밖으로 빼내기 위해 천장 한가운데 구멍을 뚫었다. 그 구멍은 넓힌 게 가옥의 가운데 마당이다. 안채와 바깥채 사이의 뜰인 중정으로 발달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전통 가옥인 쓰허위안(四合院)도 마찬가지입니다. 쓰허위안은 방을 네모반듯한 둘레를 따라 만듭니다. 집안에서 불을 때면 연기가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옥 중심을 비워둔 것이고 그곳에 자연을 옮겨놓은 것입니다.

그럼 중국 정원인 중원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중국 전통 가옥인 쓰워위안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정원을 둘러싼 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집 한가운데에 정원이 위치합니다. 그래서 이를 ‘중원’이라고 합니다. 가옥에서 차지하는 정원의 위상이 가장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수십 명의 가족을 가진 고관대작이나 지주, 부자 등은 남북의 축선(중추선)을 따라 여러 개의 건물이 이어지는 쓰허위안에 살았는데요, 제일 앞에 있는 것부터 1진, 2진, 3진 쓰허위안이라고 불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쓰허위안에서 취사와 세면은 공동구역을 두고 함께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중원은 각각의 쓰허위안에 있습니다. 중국은 그만큼 정원을 중시했습니다. 중국 속담도 이를 잘 보여주는데요. ‘고기를 먹지 못할망정 대나무 없는 집에 살 수 없다. 고기를 먹지 못하면 수척해진다. 대나무가 없으면 저속해진다’라는 게 그것입니다. 대나무는 운치와 격조를 갖춘 정원을 뜻합니다.
중국에는 정원이 궁원이든 공원이든 중원이든 상관없이 자산(假山)이 있습니다. 자산은 인공산인데요. 이 인공산이 자연의 대표하는 상징물입니다. 인공산을 만드는 데 쓰이는 돌이 바로 태호석입니다. 기괴하게 생길수록 또 구멍이 많을수록 귀하게 여깁니다. 당연히 비싸죠. 중국에는 태호석을 나르는 전용배가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자산만큼은 흔하지 않아도 인공연못을 만드는 경우도 아주 흔합니다.
단순미의 극치, 가레사스이 정원에는 생물이 없다
일본 정원은 인공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게 특징입니다. 그것을 상징과 규모의 축소를 통해서 표현합니다. 제한된 공간에서 모든 걸 담으려고 하는 것이죠. 그렇다 보니 상징적이고 추상적 의미의 창조가 필요합니다. 자갈과 모래 그리고 바위 등을 통해 경치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런 형식을 가레사스이(枯山水) 정원이라고 합니다. 모레로 물을 표현하고 돌로 산을 표현하는 형식입니다. 갈퀴로 모래에 파문을 그리며 그것이 바다가 됩니다. 긴 바위를 세워두면 폭포가 되고 누이면 다리가 됩니다. 돌 징검다리는 섬이 되기도 하고 일본 열도가 되기도 합니다. 돌 하나의 배치와 모양이 각각 다른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짐작하시겠지만 가레사스이 정원은 평지 정원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이 정원으로 규정한 경계 안에는 살아있는 생물이 없습니다. 비현실적인 깔끔함을 연출하죠. 일본 정원의 단순한 아름다움을 무사의 칼끝으로 그린 자연이라고 하는 이유를 이해할 것입니다. 대신 차경을 이용합니다. 정원의 담장, 담장 밖의 풍경, 더 멀리에 있는 산은 교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것은 차경 기법을 정원 조성에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정원 감상법은 우리와 다릅니다. 대체로 정해진 곳에서 정원을 감상하도록 꾸미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곳에서 보면 한 폭의 일본화 병풍을 보는 듯하고 합니다. 그런 풍경을 ‘살아 있는 액자’라고 부르기도 하죠.
연못과 언덕이 있는 정원도 있습니다. 이를 츠키야마(築山) 정원이라고 합니다. 연못과 돌로 쌓은 산이 있는 정원이라는 뜻이죠. 이런 정원의 감상은 지천회유식 정원이라고 한다. 연못을 돌면서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연못은 분재한 다양한 나무와 이끼로 장식하는 게 보통이다. 이 정원을 즐길 때는 이곳에 피어 있는 꽃, 단풍, 자연물과 정원이 자아내는 조용한 분위기를 조화의 아름다움을 느끼면 된다. 대부분 가옥 내 정원은 츠키야마 정원입니다.

![남부 캘리포니아 건축연구소(SCI-Arc) 전시작 '지구 도시의 풍경'[PST 아트 제공.]](https://cdn.newsfreezone.co.kr/news/photo/202410/590474_609276_422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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