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노 관장 불러 상고심 변수로
시민단체는 검찰에 노 관장 고발
[서울 =뉴스프리존]한 민 기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재산 분할 소송에서 결정적 승기를 잡게 한 ‘300억원 비자금’이 거꾸로 노 관장을 겨누는 형국이 되고 있다.

8일 재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최근 노 관장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문제와 관련된 증인으로 채택했다.
노 관장은 국회의 연락을 일절 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허나 법사위는 노 관장이 별다른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는다면 의결을 통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 관장은 어쩔 수 없이 국감장에 나와야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노 관장은 최 회장과의 이혼 항소심에서 부친의 비자금 카드를 꺼냈다.
노 관장은 “부친이 지난 1991년경 비자금 300억원을 사돈인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전달하고 약속어음을 받았다”며 ‘선경 300억’이라고 적힌 모친 김옥숙 여사의 메모와 50억원 약속어음 6장의 사진 일부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노 관장은 당시 비자금의 실체를 입증하는 증거들을 내놓으면서 “이 내용이 알려지면 대내외적으로 많은 억측과 불필요한 논란이 일어 가족 간 화합에 큰 장애가 될 뿐 아니라 그룹 경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간 당사자들 사이에서 가족들만 아는 비밀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최 회장) 측이 언론을 이용해 이를 악용할 것도 염려됐지만 당사자들을 설득해 양해를 얻은 뒤 증거로 제출하기로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증언, 김 여사의 메모, 약속어음 사진 등을 근거로 비자금의 존재를 인정했다. 특히 SK가 1992년 태평양증권을 인수할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사용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300억원 비자금이 SK의 성장에 발판이 됐고,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1조4000억원에 육박하다고 본 것이다. 결국 노 관장이 1심 판결을 뒤집고 ‘재산분할 1조3808억원’의 압승을 거둔 데는 비자금의 존재가 결정타로 작용했다.

이 비자금 300억원은 앞서 공개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별개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10월 본인이 직접 조성한 비자금이 5000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SK측은 이에 반발했다. 최 회장은 “SK의 성장이 불법적인 비자금을 통해 이뤄졌다며 6공화국의 후광으로 SK가 사업을 키웠다는 판결 내용이 존재하는데, 전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비자금을 통한 SK 성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사실이 아닌 주장으로 SK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항소심의 재산분할액이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이르면 이달 중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 소송의 심리속행 여부를 결정한다. 이와 관련해 노 관장의 국감 증언이 상고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법원 상고심은 2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법리 판단이 정당했는지를 판단하는 ‘법률심’이지만, 2심이 인정한 사실관계가 맞는지와 적법한지를 따질 수도 있다.
'범죄수익'으로 국고 환수돼야 했을 300억원의 비자금이 SK 성장의 핵심 기반이 됐는지, 그렇다면 이를 인정해 주는 것이 맞는 것인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노소영 관장이 최 회장의 재산 증식에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다.
만일 비자금 제공을 통한 SK 성장 기여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2심 결과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 판단을 내리면 2심에서 심리가 재개되고 원심 판결이 뒤집어 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시민단체인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는 최근 서울중앙지검에 노 관장과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환수위는 고발장에서 “노 관장과 김 여사 등 노 전 대통령 일가가 ‘범죄 수익 은닉죄’와 ‘조세범 처벌법 위반죄’ 등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환수위는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논란이 불거진 이후 자발적으로 결성된 시민단체다.
환수위는 “노 전 대통령 일가가 그동안 은닉해 오다가 이번에 노 관장이 스스로 세상에 공개한 것은 다름 아닌 감춰왔던 ‘노태우 비자금’”이라며 “노 관장의 진술과 김 여사의 메모는 노 전 대통령 일가가 범죄 수익을 은닉해 왔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반드시 국고로 환수해 사법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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