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ㆍ인스타ㆍ페북ㆍXㆍ스냅챗 총망라
1년 뒤 시행...위반 플랫폼엔 벌금 455억원
머스크 "모든 호주 사람 뒷문 접속할 듯"
영국ㆍ프랑스ㆍ미국 일부도 연령제한 추진
[서울=뉴스프리존]이정우 기자= 호주 의회가 28일 늦은 밤(현지시각) 16세 미만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틱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엑스(X, 옛 트위터), 스냅챗을 모두 포함하는 이제까지 전 세계에서 시행된 가장 강력한 단속 조치다.

<로이터>·<AP> 통신에 따르면 호주 상원은 이날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SNS에 계정을 만들 경우 해당 플랫폼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찬성 34표 대 반대 19표로 통과시켰다.
1년 뒤 시행하는 이 법을 디지털 플랫폼이 위반하면 최대 5천만 호주달러(약 455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각 나라 정부가 유해한 온라인 콘텐츠로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을 보호할 방법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이 법은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미국 플로리다·텍사스 정부는 SNS 연령 제한을 낮추거나 콘텐츠 감시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11월 초 발의한 이 법안은 학부모 단체와 시민들의 큰 지지를 받았다. 영국 데이터 분석기업 유고브(YouGov)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7%가 이 법안에 찬성했다.

미 통신 <블룸버그>는 이런 여론의 배경으로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면서도 논쟁의 뒤편에 숨는 소셜미디어의 부정적인 측면을 꼽았다. 그 실례로 절망과 죽음에 대한 영상이 가득한 소셜미디어에 노출된 16세 소년이 뉴욕 베이포트의 달리는 열차 앞에 선 것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괴롭힘을 당한 호주 여학생이 집 마당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들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44개 나라 28만여 명의 학령기 아동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 사용을 조사한 뒤 지난 9월 분명하게 경고했다. 문제가 있는 소셜미디어 사용이 늘어 청소년 성장과 건강에 장기적이고 폭넓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단 것이다.
호주 정부는 16세 미만 자녀가 부모의 허락을 받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연령 제한을 강제하는 방식을 택했다. 대신 금지 대상을 상세하게 규정했다. 이를테면 유튜브는 건강과 교육 관련 플랫폼으로 인정해 댓글 섹션의 유해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금지 대상에서 제외했다. 왓츠앱(WhatsApp)과 디스코드(Discord)도 제외됐다.
금지 대상이 된 페이스북, 스냅챗, X 등 SNS 플랫폼 기업들은 미성년자의 이용을 막는 실질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입법이 성급하게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X 소유주 일론 머스크는 X에 “모든 호주 사람들은 뒷문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것 같다”는 글을 올리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예고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소유한 메타의 대변인은 이날 호주 법을 존중한다면서도 "SNS 산업이 연령대에 적절한 경험을 보장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과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적절히 고려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입법이 이뤄졌다"고 반발했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전 페이스북 책임자인 스티븐 쉴러는 <블룸버그> 인터뷰를 통해 “대부분 지역에서 소셜 미디어 없이는 십 대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글로벌 디지털 컨설팅사 케피오스(Kepios Pte.)의 사이먼 캠프 CEO는 "호주의 금지령이 시행하기 어렵더라도 소셜미디어가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더 많은 국가가 비슷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