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임형섭 기자= 시리아에서 반군이 수도를 점령하자 달아났던 독재자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이 결국 러시아로 망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레바논에 살던 시리아인들이 아사드 정권 붕괴에 따라 귀국하기 위해 시리아 국경 검문소로 모여들고 있다. (사진=UPI, 연합뉴스)
8일 레바논에 살던 시리아인들이 아사드 정권 붕괴에 따라 귀국하기 위해 시리아 국경 검문소로 모여들고 있다. (사진=UPI, 연합뉴스)

아사드 정권 붕괴로 시리아 정부를 지원해온 러시아와 이란은 타격을 입게 됐고 반군중 가장 큰 세력인 이슬람근본주의 집단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하이아트)의 등장으로 미국의 부담도 커졌다.

시리아에서 독재 정권은 무너졌지만 복잡한 내부 종파들과 주변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러시아의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아사드 대통령과 가족들이 9일 새벽(현지시간) 모스크바에 도착했고 러시아에서 망명을 허가받았다. 크렘린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는 항상 시리아 위기의 정치적 해결을 지지해왔다. 우리는 유엔중재 회담이 재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러시아 관리들이 반군 대표들과 접촉하고 있으며 그들은 시리아 영토내에 있는 러시아 군사 기지와 외교사절단의 안전을 보장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시리아 북쪽 라타키아 공군기지와 시리아 서쪽 해안의 타르투스 해군기지를 지난 1970년대부터 임대하고 있다. 아사드 정권이 붕괴되면서 러시아는 동지중해로 진출하는 중요 거점을 잃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시리아의 또 다른 동맹국인 이란도 입장을 바꿨다. 하이아트의 공격 초반 이란이 여러 방면으로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있다는 성명과 달리 이란 외무부는 “시리아의 미래는 어떠한 파괴적인 외국의 개입 없이 오로지 시리아 국민의 손에 달려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는 국영 TV에서 “시리아 내전, 분열, 완전 붕괴, 시리아를 테러리스트의 은신처로 만들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 반군 핵심세력인 하이아트의 지도자 모하메드 알 골라니가 8일(현지시각) 다마스커스의 한 모스크에서 연설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시리아 최대 반군 세력인 하이아트의 지도자인 아부 모하메드 알-골라니는 지난 7일 반군이 다마스쿠스 교외지역에 진입한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아사드의 몰락을 “이슬람 국가의 승리”라고 묘사하며 아사드가 시리아를 “이란의 탐욕을 위한 농장”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반면에 튀르키예는 아사드 정권 붕괴의 최대 수혜자로 손꼽히고 있다. 튀르키예는 테러집단으로 규정한 자국내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를 견제하기 위해 시리아 북서부 지역 일부 반군을 지원해왔다.

미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아사드 정권의 붕괴는 ’역사적 기회의 순간‘이라고 평가했지만 동시에 “리스크와 불확실성의 순간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반대해온 아사드 정권이 몰락했지만 하이아트는 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알누스라 전선에서 출발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하이아트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상태이다.

또 이번 공세를 주도한 하이아트의 지도자인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는 미국 정부의 테러리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미국은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의 준동을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시리아 동부에 수 백명의 병력을 배치해 놓고 있고 온건한 아랍계와 쿠르드족 민병대에도 장비와 훈련 등을 제공해 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시리아의 새 정부가 현지 주둔 미군에 어떤 접근법을 취할지 모르지만 미 정부는 선호하는 세력과의 협상을 통해 나라를 안정시키려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보도했다.

8일 다마스커스의 메제 공군기지로 알려진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사진=UPI, 연합뉴스)
8일 다마스커스의 메제 공군기지로 알려진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사진=UPI, 연합뉴스)

시리아 정세가 급변하자 이스라엘은 시리아와의 국경지대인 골란고원 등 완충지역에 병력을 배치한데 이어 시리아 전역에 있는 보안시설 등 수십 개의 목표물을 공습했다. 이는 시리아 정부의 무기가 하이아트에 넘어갈 것을 우려해서라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이처럼 아사드 정권의 몰락에 따라 시리아가 다시 중동의 화약고로 부상하고 있다. 여러 민족과 종파가 뒤섞인 시리아의 상황에 비춰볼 때 또 다른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리아 국민의 다수는 수니파 무슬림이지만 기독교인들과 시아파에서 파생된 알라위파 무슬림을 포함한 다양한 종파들이 공존하고 있다. 또 반군 세력 가운데는 수니파외에도 기독교와 쿠르드족 공동체도 상당수 있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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