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스법 손질해 보조금 줄일 계획
미 수입 반도체칩에 관세 부과
칩 공급 부족 사태 초래할 가능성
AI 개발 선도 미 기업들에 불리

트럼프 신정부가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추진중인 자국 반도체 산업 강화 조치들이 오히려 반도체 칩의 공급 부족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 기술대기업들의 인공지능(AI) 개발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AP통신은 17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I 연구 분야를 미국이 선도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반도체 공장 건설에 대한 보조금의 축소 또는 폐지 그리고 수입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이 AI산업 발전에 새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반도체 생산을 미국내로 되돌리기 위해 해외에서 생산되는 컴퓨터칩과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왔다. 또 그와 공화당 의원들은 전임 바이든 정부가 자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제정한 '칩과 과학 법(CHIPS and Science Act, 칩스법)'를 폐지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접근 방식이 미국이 AI 연구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하려는 정부의 목표를 늦추거나 잠재적으로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AP는 전했다.
사이캇 차우두리 캘리포니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AI발전의 가장 큰 병목 중 하나가 칩 생산이었다면서 "트럼프가 칩스법을 조롱한 것은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국가들이 칩의 생산과 유리한 가격의 수입을 장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차우두리 교수는 "우리는 AI부터 자동차까지 모든 분야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봤다"면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고성능 칩 사용을 줄여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 팬데믹 시기엔 대만과 한국, 중국 등 주요 반도체 생산국의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생산을 줄였고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심각한 칩 부족 사태를 겪었다. 또 미국내 물가도 치솟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당시 바이든 정부는 칩스법을 내놨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현재 칩스법은 15개 주에서 23개 프로젝트에 300억 달러를 지원해 11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또 이런 정부 지원금은 민간 자본 유치에도 도움이 되면서 미국이 최첨단 컴퓨터칩의 30%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AP는 평가했다.
바이든 정부에선 미국내 반도체 생산공장(파운드리) 건설을 지원하는데 수천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상무부는 TSMC가 애리조나에 건설중인 시설을 더 늘리고 첨단 칩을 처음으로 미국내에서 생산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최대 66억 달러(약 9조50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TSMC 같은 외국회사들이 미국에서 칩을 우선적으로 제조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지 않다"면서 "그들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조금 축소 내지 폐지와 함께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반도체와 이를 사용하는 상품의 가격을 올리게 될 것이라는 점도 우려 사항이라고 AP는 지적했다.
차우두리 교수는 "스마트폰이든 게임 기기든, 냉장고든 우리가 요금 사용하는 모든 것에는 반도체 칩이 들어있다"면서 칩 가격이 오르게 되면 "제조업체는 이를 흡수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가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엔비디아와 같은 기술 대기업 조차도 결국 관세로 인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브렛 하우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교수는 "광범위한 관세는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며 AI 부문의 경우 가장 중요한 투입물인 고성능 칩 수입비용을 엄청나게 증가시킬 것"이라고 AP에 말했다.
하우스 교수는 "AI 개발에 필요한 칩과 다른 컴퓨터 기술 수입에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칩스법을 중단 또는 폐지한다면 미국내 산업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기술 산업 리더십은 항상 글로벌 시장에 대한 개방성을 유지함으로써 뒷받침돼 왔다"며 "그 개방성을 폐쇄하는 것은 결코 미국이 성공하는 방법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