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몬드 상무장관 "불가능했던 일" 극찬
보조금 10조원 확정한 애리조나 공장서
삼성전자, 텍사스에 파운드리 공장 건설중
4나노 후발·3나노 수율부진·2나노 되찾을까
[서울=뉴스프리존]이정우 기자= 퇴임을 앞둔 존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지나 러몬드 상무장관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땅에서 4나노 칩을 생산하고 있다”며 이를 반도체 분야의 획기적 성과로 꼽았다.

러몬드 상무장관은 11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최첨단 4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 칩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2021년 착공한 애리조나 공장은 TSMC의 첫 해외 공장이다. 이곳에선 애플과 AMD의 제품을 생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미국 노동자들이 대만과 동일한 수준의 수율과 품질로 첨단 4나노미터 칩을 생산하고 있다"며 "최근 몇 주간 생산이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것은 큰 성과이자, 이전에는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었고 많은 사람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이라며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노력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막대한 보조금을 제공하며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미국 내 공장 건설을 독려해 왔으며, 지난해 11월 TSMC에 지급할 반도체 지원금 66억달러(약 9조7천292억원)를 확정한 바 있다.
TSMC는 앞서 지난 4월 미국 내 투자 규모를 650억달러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 애리조나주에 2나노 공정이 활용될 세 번째 팹(fab·반도체 생산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파운드리에서 TSMC와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내년 가동 개시를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현지 반도체 생산 거점 건설에 370억달러(약 54조원) 이상을, SK하이닉스는 38억7천만달러(약 5조6천억원을)를 각각 투자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곧 출범하는 트럼프 2기 정부가 현지 공장 건설 기업을 대상으로 미국 정부가 지급하는 투자 보조금의 근거인 반도체법(칩스법)을 폐기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투자 계획은 예정대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가장 앞선 파운드리 상용 기술은 3나노 공정으로, TSMC와 삼성전자는 대만과 우리나라에서 각각 3나노 제품을 양산 중이다.
이를 넘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2나노미터 전쟁에 돌입했다. 인공지능(AI) 칩의 전력 효율과 성능 고도화가 지속적으로 요구되면서 주요 빅테크의 2나노 공정 채택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TSMC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2조8943억 대만달러(약 129조원)로 전년 대비 33.9%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및 시스템LSI의 지난해 매출(약 26조원·삼성증권 추정치)의 약 5배 수준이다.
이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삼성전자가 2나노에서 대형 고객사를 확보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3나노 공정에 ‘GAA’(Gate-All-Around) 공법을 처음 도입했다. 이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 4개 면을 감싸는 공법으로 기존 핀펫 공법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효율이 높다. 주요 파운드리 기업이 2나노에 GAA를 도입할 계획인데 삼성전자는 이를 앞서 도입한 이점을 갖고 있다.
AI 산업을 주도하는 빅테크들이 고성능과 전력 효율을 충족하는 칩을 요구하면서 2나노 시장이 중요해지고 있다. 나노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는데 이 폭이 좁을수록 소비 전력이 줄고,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미국 현지 공장에서의 4나노 칩 생산에서 TSMC에 밀리고 3나노 공정에서의 수율 논란으로 고전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2나노 공정에 전사적 힘을 쏟는 이유다.
삼성전자 신임 파운드리사업부장으로 선임된 한진만 사장은 최우선 과제로 2나노 공정의 빠른 램프업(ramp-upㆍ대량 양산)을 제시하며 "2나노 공정 수율의 개선과 성숙공정 고객사 확보를 통해 가시적인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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