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단장

우여곡절 끝에 새정부가 출범했다. 기쁨과 환호성은 단 하루뿐 앞으로의 난관이 녹록하지 않다. 더욱이 국민의 절대적 관심사인 건설산업관련 해법이 난망하기 때문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역대급 최악인 0%대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해 비정상 비상계엄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충격을 고려하더라도 그 책임은 오롯이 새로운 정부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새정부의 첫해 경제성장률이 0%대(-5.1%)를 기록한 것은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도 김대중(DJ) 정부가 유일했기에, 조급함을 내비치지 않더라도 위기감은 당장 직면한 현실이다.
'토건국가'. 호주출신 역사학자 개번 매코맥(Gavan McCormack)이 '일본, 허울뿐인 풍요'에서 국가가 토목·건설 사업을 통해 경제성장과 정권 유지를 도모하는 정치경제 체제를 비꼬면서 만들어 낸 신조어다.
우리나라는 위기 상황을 핑계로 토건국가 행태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과 광주-대구 달빛철도사업의 DJ정부때 도입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특히 그렇다.
대규모 건설사업을 경제적 측면보다 지극히 정치적 계산에 따라 강행하고 있기에 잃어버린 30년의 일본이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
이번 새정부는 달라야 하고, 달라야만 한다. 범진보 진영이 입법부뿐만 아니라 행정부 등을 압도적 다수로 장악한 상황이어서 결과에 대한 책임은 더욱 커질 것이다.
바라건대 토건국가 행태를 시스템적으로 해체시켜 우리나라를 선진국형 국가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 를 위해서는 힘들겠지만 무분별한 예산확대 유혹을 견뎌내야 한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선택할 자유'에서 돈을 쓰는 방법 을 네 가지로 구분한다.
① 내 돈을 나를 위해 쓴다. ② 내 돈을 남을 위해 쓴다. ③ 남의 돈을 나를 위해 쓴다. ④ 남의 돈을 또 다른 남을 위해 쓴다. 문제는 ④의 경우 돈을 아낄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돈 쓰는 사람의 이익이 우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그 ‘남의 돈’이 혈세라 불리는 세금이라는 것이다.
남의 돈(세금)을 남(국민)을 위해 쓸 수 있는 권 한을 부여받은 선출직 대통령과 정치인, 그리고 단체장들이 과연 혈세를 피같이 사용하고 있는지를 곱씹어봐야 한다.
비전문가 선출직 스스로의 착한 의지로 무분별한 개발공약을 자제할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 솔직히 불가능하기에 위기감이 증폭된다.
새정부에서는 개발공약 남발을 제어할 수 있는 충분한 동력이 있고, 해답도 간명하다. 비전문가인 선출직들의 개발공약을 법률로 금지시키는 방안이 그것이다.
선진 국민이라면 무분별한 개발공약에 현혹되어서도 안될 것이기에 선출직의 개발공약 금지 법은 사회적 합의가 수월해야할 것이라고 믿고 싶다.
2차 세계대전 승리의 역할을 한 윈스턴 처칠이 “모든 나라는 그 나라 국민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라고 말을 허투루 넘겨서는 안된다.
건설산업과 관련해서 빠트릴 수 없는 사안은 일자리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건설기성액은 약 350조원으로, 국내총생산액의 약 13%를 차지한다.
단일 산업으로서 건설업이 유일하다. 반면 건설업 취업자수는 전체 취업자수의 약 7.5% 정 도로 건설업이 일자리창출 산업이라는 등식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공식적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불법고용 외노자에 의한 내국인 일자리의 불법적 침탈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표적 서민일자리인 건설업 일자리 보호를 위해서는 불법고용(불법체류 아님)에 대한 근절 의지가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 고용에 대해서는 부담금(내국인 고용장려 등에 사용)마저 면제시켜 내국인에 대한 고용유인을 구조적으로 박탈시키고 있다. 건설노동자는 관세를 부과받는 수입물품보다 못하게 취급당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고용 확대는 국민 고용증진을 명시한 헌법 제32조를 위반한 정부의 배신행위라 할만하다. 20년 전 DJ정부는 IMF 외환위기 상황에서 집권했으며 위기 극복을 위해 건설업에 대해 공공건설사업에 대해 예산 20% 절감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우리에게도 1999년 3월 '예산절감을 위한 공공 건설사업 효율화 종합대책'이라는 현명한 위기 극복 사례가 있었음을 자부해야 한다. 새로운 정부는 DJ정부 계승을 말만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로 '제2의 공공사업 효율화 종합대책'을 수립하여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을 물려줘야 하는 의무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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