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량·고성능 MLCC, 매출·수익 극대화
무라타 등 日 기업 독점 시장서 40% 점유

삼성전기가 고성장이 예상되는 인공지능(AI)서버·전장(차량용 전기·전자장비) 시장에서 핵심부품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Multi-Layer Ceramic Capacitor) 기술력으로 매출과 수익성 극대화에 나섰다.
머리카락(0.3mm)보다 얇아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는 두께의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AP, CPU, GPU 등)에 안정적으로 공급해 원활하게 동작하도록 하는 부품이다.
MLCC는 최신 스마트폰에 1000개 이상, 전기차에는 수만개, 최신 AI서버에는 일반 서버의 약 10배 이상이 들어갈 만큼 전자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부품이어서 ‘전자 산업의 쌀’이라고 불린다.
내부에 500~1000층의 유전체와 전극이 겹쳐져 있으며, 300ml짜리 와인잔을 채우면 수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고부가 부품이다.
삼성전기는 14일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MLCC 트렌드 세미나'를 열어 스마트폰 등 기존 정보기술(IT) 시장에서 AI서버, 전기차(xEV),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 분야로 MLCC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민곤 삼성전기 MLCC 제품개발 상무는 "삼성전기는 AI 서버와 차량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의 알파벳 A를 따 더블에이(AA)에 집중하자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고성능화와 고집적화가 요구되는 AI 서버에는 소형∙고용량이면서 고온(105도)에 견디는 MLCC가 요구된다.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된 전장에서는 고용량, 고온(125도~150도), 고압(2000V 이상)의 MLCC가 필요하다.
세라믹과 금속(니켈)을 번갈아 종이처럼 얇게 인쇄해 쌓아 올린 뒤 도자기를 굽는 것처럼 고온 열처리해 완성하는 MLCC는 세라믹과 금속의 열팽창 차이를 극복하는 기술력과 사후 전기적 특성 검사가 필수적이다.
1988년 MLCC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핵심 기술인 세라믹 원재료를 직접 개발하고 내재화해, 2020년부터 부산사업장에 전장 전용 원재료 공장을 신축해 가동하고 있다. 중국 텐진과 필리핀 생산법인은 대량 양산기지로 운용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케츠앤드마케츠는 글로벌 AI 서버 시장이 지난해 1429억달러(약 196조원)에서 2030년 8378억달러(약 1천150조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분기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MLCC 시장에서 약 40%의 점유율 보여 글로벌 선두권에 진입했다. 70% 이상의 시장을 점유했던 일본 전자 부품 기업인 무라타를 바짝 추격하는 진전을 보였다.
전장용 MLCC는 IT제품보다 약 3배의 개발 기간이 소요되고, 가격도 3배 이상 비싸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인 ADAS는 고도의 전자제어가 필요해 고성능 MLCC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 따르면 ADAS의 고도화와 보급률 증가로 레벨2 이상 적용 비율이 2025년 44%에서 2030년에는 65%로 늘고, 시장규모도 385억달러(약 53조1800억원)에서 650억달러(약 89조7800억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2024년에는 16V급 세계 최고용량의 ADAS용 MLCC 2종과 2000V 고전압에 견딜 수 있는 전기차용 MLCC를 개발한 데 이어, 2025년에는 라이다용 MLCC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선보였다.
이를 토대로 중국 전기차 선도업체 비야디(BYD)를 포함한 50개 이상의 전장 고객사를 확보한 상태다.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 수준을 차지하는 MLCC에서 고용량·고성능 제품에 집중해 수익성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이 상무는 "최근 데이터센터가 상당히 구축되고 ADAS가 고도화되면서 AI 서버와 전장에서 소형·고용량 특성을 갖춘 MLCC 채용이 크게 늘고 있다"며 "실제 고객들이 저희 IT 제품의 강점으로 얇은 두께를 꼽고 있으며, 이 강점은 AI 서버나 전장용 제품으로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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