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이어 대법원 상고심서 무죄 확정
반도체 부진 해소·먹거리 발굴 등 난제 산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상고심에서 무죄가 확정돼,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9년을 이어온 사법 리스크를 벗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이날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회장이 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 4년10개월 만이자 2심 선고 뒤 5개월여 만이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다른 피고인 13명에게도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 중 일부는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이며, 수집된 물증의 경우에도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있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고법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사내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회계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지난해 2월 1심이 이 회장 등에 대한 19개 혐의 전부에 무죄를 선고한 데 이어 올해 2월 2심도 추가된 공소사실을 포함해 23개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이날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 회장 측은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한 데 대해 계열사 합병과 회계처리에 대한 의혹을 해소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 변호인단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오늘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5년에 걸친 충실한 심리를 통해 현명하게 판단하여 주신 법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이 회장은 2017년 2월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21년 8월 가석방된 이 회장은 이듬해 8월 광복절 특사로 복권됐지만,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계속 재판을 받아 왔다.

이날 대법원의 무죄 확정으로 사법 리스크의 족쇄가 풀린 이 회장 앞에는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상황 대응, 기술 리더십 회복, 신성장동력 발굴 등 난제가 쌓여 있다.
당장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설계) 부문의 조 단위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 사업 부진 해소가 시급하다. 한때 초격차를 자부해온 메모리 부문은 인공지능(AI) 핵심 밸류체인이 된 고대역폭 메모리(HBM) 개발에서 SK하이닉스에 뒤지면서 글로벌 점유율 1위가 위태로운 지경이다.
또 2017년 3월 하만 인수 이후 주춤하고 있는 신성장 동력을 위한 대규모 빅딜을 재개하는데 이 회장의 공격적인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는 재계 안팎의 지적이 나온다.
경제 성장에 힘을 싣고 있는 새정부 정책에 호응해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을지도 주목을 받는다.
현재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한 미등기임원인 이 회장을 향해 책임 경영 강화를 위해 등기임원에 복귀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글로벌 경영인들을 만났다. 4월과 5월에는 일본을 잇따라 방문했다. 이후 삼성전기 전장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의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 납품이 시작됐다.
7월 들어 이 회장은 미국에서 열린 글로벌 재계 거물 모임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가했다. 이 자리엔 아마존의 앤디 제시 최고경영자(CEO)와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글로벌 빅테크 CEO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사법 굴레를 벗은 이 회장은 첫 국제 행보로 이달 말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리는 글로벌 테크 CEO 모임인 '구글 캠프'에 참석할 예정이다. 철통보안 속 비공개 모임인 이 자리에서 AI 분야 협력 강화와 신성장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글로벌 경제 현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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