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이어 반도체 관세 시행, 국내 업계 영향 지대
31일 구윤철-베선트 담판에 막대한 무게·관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각)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맨 왼쪽 옆모습)과 관세 협상을 타결한 뒤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사진=REUTERS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각)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맨 왼쪽 옆모습)과 관세 협상을 타결한 뒤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사진=REUTERS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7일(현지시각) 반도체 품목 관세의 2주 뒤 발표를 예고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국내 반도체 업계가 타결 시한이 이번 주로 다가온 우리 정부와 미국과의 막판 관세 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세 정책을 무역협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간 무역협상 테이블에 반도체 품목관세를 올릴지는 좀 더 지켜봐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무역협상 타결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반도체 관세를 "2주 뒤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것이 바로 EU가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걸 시도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한 핵심 이유 중 하나였다"며 "우리는 반도체 생산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대만과 다른 곳에서 많은 기업이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으며, 이는 관세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훨씬 더 나은 방식으로, 훨씬 더 확실한 방식으로, 아마도 훨씬 더 수익성 있는 방식으로 관세를 피했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4월부터 반도체·반도체 제조장비·파생제품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등 적절한 조치를 통해 수입을 제한할 권한이 대통령에게 부여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할 ‘명분 쌓기’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에 지난해 반도체를 수출한 나라를 금액 순위로 보면 중국(32.8%), 홍콩(18.4%), 대만(15.2%), 베트남(12.7%) 순이고, 우리나라는 이보다 낮은 7.5%를 점유했다.

미 상무부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반도체 기판과 웨이퍼, 범용 반도체, 최첨단 반도체, 반도체 제조장비 등의 품목이 모두 반도체 관세에 포함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제조업체뿐 아니라 반도체를 부품으로 완제품(세트)을 생산하는 전자 부품업계도 관세 영향을 받게 된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앞줄 왼쪽)이 2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만나 관세 협상을 벌이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앞줄 왼쪽)이 2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만나 관세 협상을 벌이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 인프라에 고사양 메모리를 공급하고 있어 관세가 부과될 경우 원가 부담, 가격 상승 압박 등에 직면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애초 2024년 준공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정부의 보조금 삭감 등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공장 가동 시점을 2026년 말로 연기한 바 있다. 

이 공장에 370억달러를 투자해 47억달러(12.8%)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던 삼성전자는 최근 미 정부가 이를 삭감하려 하자 가동 시점을 늦췄는데, 반도체 관세 결정 여부에 따라 일부 라인 가동을 당겨야 할 필요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 등을 위한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 중이다. 투자 규모가 38억7000만달러(약 5조3400억원)에 달하는 이 공장은 2028년 하반기에 준공해 가동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인디애나 공장은 직접적인 메모리 생산시설은 아니나 HBM 등 AI 메모리 제품 패키징이 이곳에서 이루어질 전망”이라며 “반도체 관세 세부 내용이 정해진 게 아직 없어 인디애나 팹 (조기 가동) 등 대응책을 거론하기 어렵다”고 <뉴스프리존>에 말했다. 

앞서 지난 4월부터 25%의 자동차 품목관세를 부과받은 현대차·기아의 올해 2분기 합산 매출은 77조6천363억원, 합산 영업이익은 6조3천66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7.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9.6% 줄어들었다. 관세로 인한 영업이익 손실이 1조6천억원을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도체 분야는 우리나라와 대만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술 경쟁력에 앞서 있어 다른 품목의 경우와 달리 대체 생산자를 찾기 어렵단 점에서 관세율이 제한적일 것이란 기대가 있다.

미국의 빅테크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천문학적 규모의 시설투자를 벌이고 있는 시점에 반도체 관세가 더해지면 미국 기업에 막대한 추가 비용이 부담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25% 상호 관세 부과일로 예고한 8월1일(현지시각)을 하루 앞둔 31일 미국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을 만나는 구윤철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막판 담판에 막중한 무게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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