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5% 지분 매도...1조3천억원 추산
현금 긴요 시점에 투자 원금 이상 회수

서울 종로구 서린동의 SK서린사옥. (사진=SK 제공)
서울 종로구 서린동의 SK서린사옥. (사진=SK 제공)

SK그룹이 ‘베트남 삼성’이라 불리는 베트남 최대 규모 민간기업 빈그룹에 대한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해 신사업 투자 등 리밸런싱 작업을 위한 조 단위의 현금을 마련했다.

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 발굴과 재무구조 안정화를 위해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SK그룹이 이를 위한 실탄을 확보한 것이란 재계의 평가다. 

6일 현지 투자은행(IB)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SK그룹은 베트남 현지 투자법인인 'SK 인베스트먼트 비나 Ⅱ'를 통해 보유한 빈그룹 지분 6.05%의 매각 작업을 최근 완료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부터 8월 초까지 사전에 지정된 제3자에게 장내에서 분할매각하는 방식의 기관투자자 간 순차적 장내매매로 이뤄졌다. 매입 기관과 세부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1월 첫 지분 매각 당시 빈그룹 주가는 3만9천 베트남동(VND)이어서, 보유 지분 22%를 매각한 대금은 약 1천200억원이었다.

한데 빈그룹 주가가 이달 초 2.6배 가까이 수직 상승해 10만4천 VND에 달했다.

1월 첫 매각 뒤 빈그룹 주가가 고공행진한 것을 감안하면 잔여 지분 78%를 포함한 전체 매각 대금은 최대 1조3천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SK그룹은 2019년 1조1천억원을 투자해 빈그룹 4대 주주가 됐다. 이 당시 원화 가치가 현재 베트남 동화보다 더 하락해 환차익 효과도 발생했다.

SK그룹이 투자 원금 이상을 회수하려고 빈그룹 주가 추이와 환율 변동을 면밀히 검토해 최적의 매각 시점을 조율했을 것이란 투자 업계의 분석이다.

박원철 SK동남아투자법인 대표(오른쪽 둘째)와 응웬 비엣 꽝 빈그룹 부회장 겸 CEO(왼쪽 둘째)가 지난 2019년 5월16일 베트남 하노이 빈그룹 본사에서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한 뒤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SK 제공)
박원철 SK동남아투자법인 대표(오른쪽 둘째)와 응웬 비엣 꽝 빈그룹 부회장 겸 CEO(왼쪽 둘째)가 지난 2019년 5월16일 베트남 하노이 빈그룹 본사에서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한 뒤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SK 제공)

이번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그룹 차원의 재무 안정성 강화와 AI·반도체·에너지설루션 등 미래 핵심 사업 영역 투자에 활용될 것이란 전망이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부터 선제적 사업 구조 재편을 통한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강조하며, 사업 리밸런싱 전략을 진행 중이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온과 SK엔무브는 지난달 30일 상장 계획을 철회하고 두 회사 이사회에서 각각 합병을 의결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하면서 적자 규모가 커진 배터리 회사 SK온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다.

글로벌 수요 부진과 중국발 공급 과잉 등 구조적 불황에 고전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재무 구조 개선에도 수조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 올해 유상증자 등 8조원의 자본을 조달해 순차입금 규모를 낮출 계획에는 지주사인 SK(주)의 4000억 출자도 들어 있다. 

SK그룹으로서는 투자 6년 만에 원금 이상의 자금을 회수한 빈그룹 매각자금이 긴요한 시점이다.

SK 관계자는 "주식 매각과는 별개로 빈그룹과 미래 성장 사업 영역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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