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경시의 시대다. 자살과 살인이 너무도 쉽게 일어나고 있다.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것이나, 남의 생명을 눈 한 번 끔뻑이지 않고 빼앗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생명의 고귀함은 귀천, 학력, 성별에 구애받을 수 없다. 하나같이 귀한 생명이다. 사람이든 만물이든 이 땅에 나올 때는 존재해야 할 각자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하늘은 재능 없는 사람을 내지 않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天不生無祿之人 地不長無名之草)” 

사리가 이러함에도 한국 사회는 어느덧 죽음의 문화가 생명의 문화를 압도하는 시대로 접어든 지 오래다. 자살률이 세계 최고수준에 이르렀으며 돈, 원한, 치정, 성폭력 등과 연계된 살인이 빈번하다. 남편이 아내를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며, 부모 자식이 서로를 죽이며, 제자가 스승을 살해하는 반인륜적·패륜적 범죄가 점증하고 있다. 심지어 아무런 이유 없이 충동적으로 생명을 빼앗는 ‘묻지마 살인사건’도 적지 않다. 

지금은 힘들더라도 때를 기다리면 좋은 날이 오리라는 기대를 갖고 고귀한 생명을 버리지 말며, 남의 목숨 귀한 줄도 알아야겠다. ‘채근담’은 “하늘이 하는 일은 헤아릴 수가 없어 억눌렀다 펴기도 하고 폈다가 억누르기도 하니(天地機緘不測 抑而伸 伸而抑) 참된 사람은 운명이 가혹하더라도 참고 견딘다. 

사리가 이러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오죽하면 스스로 삶을 마감하겠는가. 가슴 아픈 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건강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0만명 당 자살률이 2024년 말 기준 28.3명이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자살률은 12.0명이다. 2003년 이후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이어가고 있다. 

자살률은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꾸준히 증가해 왔고, 과거에는 이처럼 자살률이 높지는 않았다. 과거 통계청 공식 집계에 따르면 1987년 자살률은 8.2명이며 1988년의 자살률은 7.3명이다.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선 여러 대책이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생명 중시를 위한 여건 조성과 빈부차를 줄여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한국 사회의 불평등지수를 개선해야 한다. 계층 간 이동을 원활케 하는 과제가 적잖다. 헌법 제10조에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기돼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 아래서 빈부차는 없을 수 없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갈수록 빈부차가 심해져 사회 갈등의 주된  원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불평등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적 약자들의 비관적 삶이 굳어지면서 ‘희망 잃은 이들’이 증가하면 사회문제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부모 능력에 따라 자녀 운명이 결정되는 '세습 사회'가 등장하면 내일에의 희망을 잃게 된다.   

현실은 심각하다. 한국인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2023년 기준 10점 만점에 5.9점이었다. 이는 OECD 회원국 38개국 중 36위에 해당한다. OECD 평균은 6.7점이다. 같은 기간 한국보다 점수가 낮은 국가는 콜롬비아(5.8점)와 튀르키예(4.7점) 등 두 곳뿐이었다. 삶의 만족도는 OECD의 '더 나은 삶 지수(BLI)' 중 하나로 유엔 세계행복보고서(WHR)에 활용된다.  

한국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소득과 부가 하위 50% 보다 각각 14배와 52배나 많다는 분석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세계 불평등 연구소(World Inequality Lab)의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에 따르면 한국은 1980년 이후 소득과 부의 격차가 지속적으로 벌어졌다.

사회적 약자들의 비관적 삶이 굳어지면서 ‘희망 잃은 이들’이 증가하면 사회문제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마저 훼손될 수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겠다. 우울하고 불안한 대한민국의 현실에 꿈을 심어주는 정책이 긴요하다.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이 지속가능한 저널리즘을 만듭니다.

정기후원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