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명 한국수의영양학회 부회장 인터뷰
과학적 근거 기반 임상 평가 체계 도입 등 강조

박희명 한국수의영양학회 부회장이 지난 17일 건국대 수의과대학에서 뉴스프리존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용구) 
박희명 한국수의영양학회 부회장이 지난 17일 건국대 수의과대학에서 뉴스프리존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용구) 

정부가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법(가칭)’ 제정을 준비 중이다. 이 법안은 펫푸드(반려동물 사료) 등에 관한 통계 조사, 전문인력 양성, 수출 활성화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펫푸드의 품질과 안정성을 높임으로써 반려동물 연관산업의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한 대책이다. 

다만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제도가 빛을 볼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제도적인 보완의 이슈를 지속해서 만들며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지난 17일 기자와 만난 박희명 한국수의영양학회 부회장(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은 “펫푸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려면 과학적 증거 기반의 기능성 평가를 통해 품질을 제대로 입증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반려동물 전용의 ‘펫푸드 관리법’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지만 이를 반영할 제도적 근거가 미약해 관련 산업의 성장이 제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려동물 사료를 둘러싼 규정이 과거 산업동물 시대(동물의 고기, 우유, 가죽, 알 등 생산 목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데다, 지금의 제도적 틀에서는 품질 및 안전성, 시장성을 반영하기 역부족이라는 게 박 부회장의 분석이다.  

그는 일반 사료, 기능성 사료, 처방 사료로 나눈 관리 체계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충분한 임상 효능 평가를 거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가 명시된 펫푸드 관리법의 별도 제정을 정부에 꾸준히 건의할 계획이다. 

박 부회장은 정부가 구상 중인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법의 기대 효과에 대해 “취지는 이해하지만 국내 펫푸드 산업이 직면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한 대책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다음은 박 부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반려동물 수요가 많아졌다. 펫푸드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A. 반려견뿐 아니라 반려묘도 많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사료 관리 체계의 정착이 관건이다. 

Q. 사료 관리 방식에 변화가 필요한가 

A. 물론이다. 과거 사료관리법은 소, 돼지, 닭 등 가축 사육(산업동물)의 개념을 중심으로 정리됐다. 증체율(일정 기간 동안 가축의 몸무게가 늘어난 정도)을 증가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진 사료를 위주로 정리된 법안이다. 이제는 반려동물의 생명 및 건강에 대한 개념이 달라졌다. 세밀한 관리가 요구된다. 

Q. 어떻게 관리되고 있나 

A. 일반 사료, 기능성 사료, 수의사 처방 사료로 나눌 수 있다. 사료의 기능성이 강조되면서 반려동물의 건강을 고려한 기능성 사료를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 기능성 사료에 대한 과대 광고 등 관리 방안 개선이 특히 필요하다.

Q. 과대 광고 규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인가

A. 과학적인 검증 기반이 부족하다. 충분한 시간 동안 임상 효능 평가를 거친 후 이에 근거한 과학적 증거가 있을 때 제품의 효능을 명시할 수 있게 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Q. 예를 든다면

A. 진짜 홍삼 액기스를 첨가했는지, 홍삼 껍질 분말을 섞은 정도에 그치는 것인지 명확히 확인하기 힘들다. 사람한테 홍삼이 좋다고 해서 동물에까지 좋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특정 성분의 효능을 파악할 수 있는 적정 복용 기간 등이 제도적 근거로 명시돼야 한다.

Q. 어떠한 방법이 있을까

A. 예를 들어 정부 공인의 임상영향센터를 통해 제품을 평가하고 전문가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된다. 이곳의 평가를 통과한 사료 제조업체들만이 제품 효능에 대한 문구를 사용할 수 있게 허가해 주면 된다. 과대·허위 광고 논란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이같은 국내 검증 체계가 정착돼야 해외 수출 기반도 다질 수 있다.   

Q. 해외의 경우는 어떤가 

A. 로얄캐닌(Royal Canin), 네슬레 퓨리나(Nestlé Purina PetCare) 등 다국적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믿을 만한 임상 평가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신뢰로 이어진다. 동시에 국내제품에 대한 무분별한 기피를 낳기도 한다. 가격, 성분 등을 꼼꼼히 따지기보단 내가 믿고 아는 브랜드 제품에서만 고르게 되는 것이다.  

Q. 해외제품이 무조건 좋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을까

A. 그렇다. 과대 광고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펫푸드 시장에는 막대한 광고비를 투입해 소비자를 호도하는 문제도 적지 않다. 해외 제품도 마찬가지다. 결국 시장의 왜곡을 줄이려면 과학적이고 투명한 품질 검증 체계를 정착함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Q. 과학적 검증 방식의 제도화로 당장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겠나

A. 주문자위탁생산(OEM) 체계가 뿌리박혀 있는 국내 펫푸드 시장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고품질 사료가 국내 시장에 정착하는 것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 이름만 다르고 생산 시설은 같은 구조다 보니 제품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쉽게 진입했다가 도산하는 업체도 많다.

Q.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알고 있지 않을까 

A. 물론 정책 당국도 노력하고 있다. 펫푸드의 품질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사료관리법을 손보고 있고,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법(가칭) 제정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이같은 대응으로는 소비자의 신뢰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존의 사료관리법의 일부를 매만지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산업동물 중심의 사료관리법은 자체적으로 수정·보완을 해서 사용하되,  펫푸드를 제대로 관리할 별도의 펫푸드 관리법을 제정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임상영향센터 검증 체계 도입, 과학적 근거 자료 마련, 생산 체계 개선 등 내용을 여기에 담으면 된다. 

Q. 법안을 새로 만드는 것은 시간, 비용이 수반되는 일이다

A.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가야 한다. 국산 펫푸드가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계속 인큐베이션(Incubation) 시켜야 한다. 펫푸드가 K-열풍에 올라타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현재 정책 하에서는 한국의 펫푸드 브랜드를 국제화시키기 어렵다.

 

※ <뉴스프리존>은 오는 22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리는 ‘Pet AtoZ Future Forum 2025’을 통해 국내 펫푸드 시장을 둘러싼 정책 및 기술적 과제 등을 집중 조명한다. 박희명 부회장은 이번 포럼에서 ‘펫푸드의 품질과 안전, 소비자가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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