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격화, 美 F-16 구입 추진
K9자주포·천무·수리온 등 도입 확대 가능성

베트남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격화 양상을 보이면서 K-방산의 주요 시장으로 베트남이 부각되고 있다.
베트남이 서방 무기 체계 도입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베트남 세일즈 확대에 대한 국내 방위산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진 양상이다.
23일 외신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베트남은 미국산 F-16V 전투기 24대의 연내 도입 계약 체결을 놓고 미 당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번 대규모 거래가 성사될 경우 베트남 군사력의 현대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베트남은 지난 7월 우리 정부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자주포 20대 등 도입에 관한 2억5000만달러(약 36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K9자주포의 구경은 155mm로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표준을 따르는 데, 이는 기존 베트남의 주류였던 러시아산 자주포 구경(152mm)과 다르다.
나토 회원국 간 상호운용성을 높이기 위해 정한 화포의 구경을 따르기로 하며 러시아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러시아산 무기가 주류였던 베트남이 무기 체계를 서방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러·우전쟁 이후 국제사회가 러시아산 무기 체계 도입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베트남 역시 ‘탈러시아’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 2016년 베트남과 무기 거래에 관한 금수 조치를 전면 해제한 미국 정부는 중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베트남과 전력적 공조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는 베트남이 군사력 증강의 필요성을 안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인 베트남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부근에 인공섬 건설을 가속화하며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지난 8월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발표에 따르면 이 지역에 베트남이 조성한 인공섬의 총 면적은 올해 3월 기준 9.1㎢로 파악, 지난 2021년(0.5㎢)보다 약 18배 확장됐다. 중국이 설치한 규모(약 14.2㎢)를 머지 않아 추월할 기세다.
확장 중인 베트남의 해당 인공섬에서는 탄약고, 헬기 이륙장 등 군사시설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진다.
군사전문가들은 베트남과 중국의 접경지가 험준한 산악과 정글 지형이라는 점을 고려, 산악 지형에서 우수 기동성을 입증하고 있는 K9자주포뿐 아니라 후방 타격을 위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천무 다연장로켓을 베트남 정부가 확대 도입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K9자주포를 통해 산악 및 정글 침투 공격에 대응하고, 사거리가 비교적 긴 천무를 활용해 적의 후방기지를 타격하는 연계 전술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결국 앞서 K9자주포를 구입한 베트남이 향후 천무까지 패키지로 구입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 KUH-1 수리온(다목적 기동헬기)의 베트남 진출도 업계의 관심사다.
현재 대한민국 해병대가 사용할 공격형 KUH-1 수리온의 초도 물량을 제작 중인 KAI는 내수 이외에 수출 물량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이라크와 소방용 KUH-1 수리온 공급 계약을 맺으며 수출에 물꼬를 튼 점이 베트남 등 중후발국과 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내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예산의 제약으로 유럽산, 미국산을 구입하기 힘든 베트남이 가성비를 앞세운 KUH-1 수리온을 도입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라며 “대한민국이 미국, 유럽보다 근거리에 있어 향후 무기 관련 기술 협력 등 교류가 원활하다는 점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베트남과 군수 물자 거래에 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미국이 베트남이랑 화해한 지가 오래된 상황이지만 동남아는 무기 거래에 있어 변덕이 심한 지역”이라며 “미국과 관계가 좋아진 나라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을 두고 너무 민감하게 볼 필요는 없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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