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코트서 개인전
천과 실로 한 땀 한 땀 관계 다시 잇기

오랜 시간 ‘여성의 노동과 부재, 그리고 세대 간 기억의 흐름’을 주제로 천과 실, 금박, 사진, 석고, 아크릴 등의 재료를 활용해 가정과 사회 속에서 지워졌던 여성의 흔적을 시각화 해 온 오혜련 작가의 개인전 ‘Red Lullaby – 사라진 목소리, 이어지는 노래’가 11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코트에서 열린다.
천과 실, 그리고 사진을 매개로 여성의 존재와 부재를 동시에 드러내는 이번 전시는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여성들의 삶과 기억의 잔향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끊어진 실, 닳은 지문, 닳아진 무릎과 손의 형상을 통해 작가는 ‘엄마’라는 이름 아래 지워졌던 시간을 되살리고, 침묵의 순간들을 한 땀 한 땀 꿰매어 잇는다.
“한때 그녀가 이곳에 살았었다. ‘엄마’라 불리며 함께 살았으나 이제 곁에 없고 흔적만 남았다. 그녀의 삶은 때론 좋았고, 때론 끔찍했다. 항상 비참했고 항상 행복했으며 남들처럼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고 즐거워하고, 때로는 가부장적 가정 안에서 남들처럼 자신의 욕망과 심지어 삶 자체를 갈등하고 포기하고 살았다. 그리고 그 갈등과 포기를 딸인 나에게도 가르쳤다.

나 또한 딸아이가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또 죽도록 변하지 않는다.이 작업은 이런 삶의 순환에 대한 각성과 그 순환이 단순반복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이다.엄마라는 프레임을 씌워 한 인간임을 인정하지 않고 요구하고 화내고 또 그리움까지 이기적이었던 지난날을 반성한다.”

이번 전시는 오혜련 작가가 지난 세월 동안 이어온 ‘붉은 실의 서사’를 집약하는 결정적 장면이다. 보이지 않던 여성들의 목소리가 천 위의 바느질로 되살아나는 이 전시는 사라진 것들로부터 피어오르는 따스한 울림의 기록이자, 세대를 잇는 사랑의 자장가이다.

기획자 이일우는 “이 전시는 한 개인의 기억을 넘어, 세대를 잇는 여성들의 노래이자 치유의 기록이다”라고 말한다. 작가의 바느질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잊힌 목소리를 되살리고 관계를 다시 엮어내는 행위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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