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사업지원TF→사업지원실로 격상
기술직 불만 중심 정 부회장 용퇴로 리더십 혁신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이 해체된 뒤 비상 조직으로 생겨났던 사업지원TF는 정식 사업지원실로 격상됐다.
삼성전자는 7일 이 같은 사업지원실 개편과 관련 임원에 대한 인사를 발표했다. 사업지원실장은 박학규 사장이 맡았다. 정 부회장은 삼성전자 회장 보좌역에 위촉됐다.
박 사장은 예전 미전실에서 경영진단팀장을 맡았고, 삼성전자 DS부문과 DX부문 등 사업부서에서 경영지원실장도 거쳤다. 2022년 3월부터 지난 3월까지 삼성전자 사내이사로 활동했다.
경영지원실장을 맡았던 때에는 이재용 회장의 현장경영 행보에 동행할 정도로 신임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단실장 최윤호 사장은 사업지원실 전략팀장으로, 사업지원TF 주창훈 부사장은 사업지원실 경영진단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업지원TF 문희동 부사장은 사업지원실 피플팀장을 맡았다.

비상 조직에서 상설 조직으로 격상된 사업지원실은 전략팀, 경영진단팀, 피플팀 등 3개 팀으로 꾸려졌다.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뒤 2017년 11월 출범한 사업지원TF가 8년 만에 정규 조직으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이를 두고 최근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와 함께 거론돼 온 컨트롤타워 부활 전조라는 재계 안팎의 평가에 대해 삼성전자는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지원TF가 오랜 기간 TF로 머물러 있던 만큼 이제는 TF를 떼고 조직을 안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예전부터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또 "현재 사업지원실은 3개 팀으로 구성된 조직으로, 과거 미전실보다 훨씬 작다"며 "컨트롤타워 부활과는 무관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현호 부회장의 용퇴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이 개선되는 등 사업이 정상화하는 시점을 맞아 후진 양성을 위해 결단한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정 부회장에 대한 평가는 사내에서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반도체 분야의 엔지니어들은 “사업지원TF가 회사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기에는 기술 이해도가 부족하다”며 정 부회장의 역할에 비판적이었다.
연세대 경영대 출신의 정 부회장은 삼성 입사 뒤 이재용 회장과 같은 시기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 유학했다. 미전실 인사지원팀장(사장)과 경영진단팀장(부사장)을 지냈다. 중간간부 때는 주로 재무·회계·국제금융 분야에서 일했고, 외환위기로 자금난을 겪을 때 해외채권 발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단 평가를 받는다.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 여파로 미전실이 해체되며 삼성을 떠났으나, 같은 해 11월 사업지원TF장으로 삼성전자에 복귀했다.
정 부회장이 상속 관련 절차나 사법 리스크 대응에도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전해져, 이번 인사는 사법리스크 굴레에서 벗어난 이 회장이 삼성을 미래지향적 조직으로 개편하려는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