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환경, 자산건전성, 자본적정성 악화 우려
수익성, 조달·유동성, 정부지원 유지 전망

무디스가 한국 은행권에 대한 전망을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글로벌 무역환경 악화와 정부의 금융정책이 맞물려 영업환경과 자산건전성 등에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무디스 레이팅스는 25일 한국신용평가와 함께 ‘2026 한국 신용전망’을 열고 금융기업과 비금융기업들의 내년 신용전망을 설명했다. 손정민 무디스 연구원은 ‘글로벌 무역환경의 변화와 한국 신정부 정책이 은행산업 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했다.
영업환경, 자산건전성, 자본적정성 악화 우려
은행들의 영업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거시경제의 전망부터 살펴보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은 2024년 2.9%에서 2025~2026년 2.5~2.6% 수준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와 함께 대외환경 불확실성 고조로 외환 변동성이 확대되고, 미국 관세 인상 가능성 등으로 수출 성장세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 국내 은행 영업환경의 핵심 리스크로 지목됐다. 국내 부동산 시장의 지역별 불균형 심화도 추가적인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미국 관세 정책이 소비와 기업 활동, 금융시장 세 가지 채널을 통해 신용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세가 물가와 자산가격을 자극해 소비 여력을 떨어뜨리고, 기업 매출과 이익을 압박해 투자 결정을 미루게 만들며, 고수익 채권 시장 자금조달 비용과 금융여건을 악화시켜 결국 은행 차주의 상환 능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관세 영향이 큰 기업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이 확대될 경우 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 자본적정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국내 정책 측면에서는 생산적 금융·포용금융 강화, 가계부채 제한, 채무조정 확대, 소상공인 지원, 세제 개편 등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단기적으로는 자산건전성과 수익성, 자본적정성에 압력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신정부가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을 강조하면서 은행이 취약 차주와 실물경제 지원을 늘리게 되면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 수익성에 단기 압력이 생기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산건전성과 영업환경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가계부채 관리 정책도 양면성을 지닌 요인으로 제시됐다.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과 대출 한도를 조정하는 정책은 담보가치 하락에 대한 완충력을 키우고 자산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반면, 지방 부동산 시장 회복이 지연될 경우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가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 하한 상향도 은행의 자본 부담 요인으로 언급됐다.
채무조정 제도 확대와 관련해서는 연체기록 삭제와 같은 조치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해 자산 리스크를 키우고 대손비용을 늘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새도약기금, 새출발기금 확대 등 취약 차주 지원 프로그램은 장기적으로는 자산건전성 개선 요소지만, 단기적으로는 도덕적 해이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분류했다. 소상공인 대상 특별 금융지원과 보증부 대출 프로그램은 자산건전성에는 대체로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이지만, 은행 수익성과 자본적정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으로 제시됐다.
수익성, 조달·유동성, 정부지원 유지 전망
수익성 측면에서는 교육세 인상과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은행 수익구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교육세 인상은 은행 수익성에 직접적인 부정적 요인으로,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주식시장 활황을 통해 예금 이탈을 유발해 조달·유동성과 수익성에 모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취약 차주와 소상공인 지원 과정에서 저금리 대출이 확대되는 점도 순이자마진 압력 요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담보부·정부보증부 대출 비중이 높아 대손비용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달·유동성 부문에서는 예금보험 한도 상향과 금리 하락 국면에서의 장기 채권 발행 확대가 은행의 안정적 자금조달 비중 확대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주요 정책금융기관의 채권 발행이 늘어나면 시중은행의 채권 발행 여력이 제약될 수 있는 만큼, 자본·유동성 관리에 추가적인 전략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한국 은행에 대한 정부 지원이 역사적으로 강하게 유지돼 왔고, 국내 은행 청산 사례가 없다는 점을 언급하며 여전히 정부 지원에 대한 신뢰를 유지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대외 리스크와 정책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영업환경과 수익성, 자본적정성에 대한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연내에는 은행 회복·정리계획에 채권자 손실분담(Bail-in) 조항이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서도 국내 은행 시스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유지했다.
은행들에 기대하는 비즈니스 기회는
무디스는 앞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은행들에 잠재적 기회 요인으로 ▲디지털 자산 규제 정착 과정 ▲자율형 인공지능 활용 확대 ▲사모신용(Private credit) 시장 성장을 꼽았다.
손 연구원에 따르면 홍콩금융관리국이 9월 말까지 스테이블 코인 인가 신청 36건을 접수하는 등 디지털 자산의 제도권 편입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일본 SMBC는 자율형 인공지능 도입을 통해 이미 정규직 600여 명에 해당하는 업무를 절감했다. 글로벌 사모신용 운용자산 규모도 2028년까지 3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무디스는 이런 흐름이 아시아태평양 은행들의 디지털 자산·인공지능·사모신용 관련 수수료 수익과 대체투자 비즈니스 확대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먼저 디지털 자산과 관련해서는 실물자산의 디지털 토큰화와 스테이블 코인 확산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제시했다. 전통 자산을 토큰 형태로 유통·거래하는 시장이 커지면 은행들이 관련 인프라 제공, 결제·수탁 서비스 등을 통해 수수료 수익원을 다변화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자율형 인공지능은 신용평가 보고서 작성, 고객 서비스, 자금 흐름 예측, 코드 검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은행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리스크 관리 정교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도구로 제시됐다. 무디스는 이 같은 기술을 활용해 은행들이 고비용 구조를 완화하면서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강화할 수 있다고 봤다.
사모신용 시장 확대도 중요한 기회 요인으로 지목됐다. 글로벌 사모신용 운용자산이 향후 조 단위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이에 따라 아시아태평양 은행들이 기업금융·자본시장 부문에서 새로운 수수료·투자 기회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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