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탄소배출 산업 비중 높은 한국, 전환투자비용의 재무리스크 전가 우려

전환금융 프레임워크 (사진 = 하나금융연구소 제공)
전환금융 프레임워크 (사진 = 하나금융연구소 제공)

탄소중립을 위한 전환금융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고 2026년부터 은행권을 중심으로 시범적용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금융사들의 전환금융 실행체계 수립 역시 갈길이 바쁘다.

전환금융(Transition Finance)이란 고탄소배출 산업의 탈탄소화 지원 금융활동을 가리킨다. 과거에는 이보다 지엽적인 의미에서 환경파괴 활동 투자를 차단하고 친환경 활동에 투자하는 녹색금융 개념이 널리 쓰였으나 최근의 추세는 바뀌었다.

물론 이에 대한 정의나 구체적인 범위가 명확하게 통일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기관마다 집계 방식은 다르지만 다양한 관련 금융상품이 출시되고 있으며 시장 자체는 매우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전환금융과 광범위한 에너지 전환 투자를 포함한 이 시장 규모는 1조2000억달러로 한화 약 1757조7600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2033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15.8%가 예상될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전환금융의 핵심 상품인 지속가능연계대출(SLL)은 2024년 추정치 7100억달러, 약 1040조원으로 전년대비 22% 증가했다. 전환채권은 최근 5년 동안 누적 170억달러, 약 25조원 가량으로 전체 지속가능채권 시장의 1% 미만 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최근 일본을 중심으로 발행이 급증하는 추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0년까지 산업부문 탈탄소화를 위해 연 4조달러, 약 5855조원 이상의 민간투자가 필요하다고 발표하는 등 앞으로 전환금융 시장은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추세가 왜 우리에게 중요하냐면, 한국은 고탄소배출 산업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4년 잠정치로 6억9000만톤으로, 전 세계 기준 상위 10~12위 수준이다. 특히 전체 배출량 중 산업부문이 41%를 차지하며 가장 크다.

산업부문 배출량 중 철강 등 고탄소배출 업종이 75%를 차지한다. 이는 다른 나라보다 편중도가 높은 것이다. 아울러 시설집약형 산업인 경우가 많은데, 이는 설비교체 한계비용이 매우 높다. 가령 포스코의 경우 탄소중립을 위한 수소환원 방식의 고로설비 교체비용이 개당 6조원이다. 광양제철소의 고로 9개를 모두 교체하면 57조원 가량이 필요한데, 이는 대략 30년치 영업이익 규모다.

또 철강만 보더라도 이들 업종은 수출의존형 산업이기에 국제 가격경쟁이 치열하다. 따라서 온실가스 감축 설비투자비용을 원가에 반영하는 것도 어렵다. 결국 전환투자비용이 재무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에 비해 53~61% 감축으로 확정했다.2035년 NDC 수립 후속 조치로 '대한민국 녹색전환(K-GX)' 계획을 내년 상반기까지 수립할 계획이다.

이는 정부재정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해 민간자본 유입이 필수적이다. 이에 국내 주요 고탄소배출 업종에서 2030년까지 약 1000조원의 전환금융 수요가 예상된다.

기재부와 금융위원회는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기후금융상품 개발 로드맵을 병행 추진해 관련 규정을 강화하고 제도적 기반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은행권을 중심으로 시범적용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곧 ▲산업별 전환경로 정합성 검증 ▲리스크관리 ▲공시체계의 제도화 완성 등의 과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2020년 세계 최초의 EU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 제정 이후 우리나라도 2021년 K-택소노미를 발표하는 등 행보가 뒤처지지 않고 있다. 이는 EU 버전의 내용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데, 총 69개의 세부 경제활동을 제시하며 친환경 경제활동의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은 2025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생산적금융'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다. 재생에너지, 기후기술 등에 대한 투자확대(기후금융), 고탄소 제조기업의 탄소감축 지원확대(전환금융)를 추진한다는 대목이다.

이와 같은 배경을 살펴보면 국내 금융사는 단순히 규제 대응을 넘어 산업전환을 지원하는 핵심 조정자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융은 다양한 산업에 동력을 불어넣는 혈관 역할을 해왔는데, 이젠 피의 색깔을 바꾸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기적으론 ▲산업별 전환데이터 표준화 ▲전환리스크 평가모형 개발 ▲전환 프로젝트 전용 투자상품 등 금융인프라 기반 확충이 필요하다. 또한 중장기적으론 ▲정책금융과 민간자본간 연계 플랫폼 구축 ▲글로벌 녹색·전환펀드와의 공공투자를 통한 자본시장 연계 확대가 요구될 전망이라고 하나금융연구소는 제언하고 있다.

여타 산업은 물론 금융산업 역시 선점 효과가 중요하다. 따라서 국내 금융권이 선제적으로 전환성과(KPI) 데이터베이스와 평가체계를 구축한다면, 향후 국제기준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전환금융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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