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폭로' 이탄희 "3개월만에 본회의장 오른 이유? 현직 판사들 입법 로비 덕분"

[ 고승은 기자 ] = 31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변호사 등 법조 경력 5년 이상부터 판사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단 4표 차이로 부결됐다. 해당 법안은 법원개혁이 아닌 소위 '특권층만의 리그'를 강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는데 결국 아슬아슬한 차이로 통과되지 않은 것이다.

논란이 된 법원조직법 개정안의 골자는 판사임용후보자 자격을 법조경력 ‘10년차에서 5년차’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세부적으로는 지방법원(1심 담당판사)의 경우 법조경력 5년, 고등법원 이상(항소심 담당판사)과 특허법원의 경우 10년으로 판사 임용 요건을 나눴다. 앞서 해당 법안은 '판사가 부족하다'는 법원행정처(대법원 소속)의 입장을 반영, 지난 5~6월 사이 여야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대표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에 대해 꾸준히 비판을 제기했으며 과거 '양승태 사법농단'을 폭로했던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본회의 반대토론자로 나와 "김명수 행정처의 이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법조일원화를 퇴행시키고 판사 승진제를 사실상 부활시키는 법안"이라며 "표면적으로는 인력난을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 법조현실과 법조사법시스템에 최악의 나비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과거 '양승태 사법농단'을 폭로했던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변호사 등 법조 경력 5년 이상부터 판사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인력난을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 법조현실과 법조사법시스템에 최악의 나비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과거 '양승태 사법농단'을 폭로했던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변호사 등 법조 경력 5년 이상부터 판사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인력난을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 법조현실과 법조사법시스템에 최악의 나비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탄희 의원은 "현행법은 짧게는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부터, 또 길게는 1993년부터 18년간 논의해서 2011년에 도입한 제도"라며 "그런 제도를 입법공청회 한 번 안 하고 법안 발의 후 단 3개월 만에,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퇴행시키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무리수"라고 지적했다.

이탄희 의원은 지방법원의 경우 법조경력 5년, 고등법원 이상은 10년으로 판사 임용 요건을 나눈 방식에 대해서도 "법원은 10년 경력자들은 원하지 않는다는 것 아니냐"며 "2심 판사 충원을 10년 경력자들로 하겠나, 1심 판사들로 내부승진시키겠나"라고 반문했다.

이탄희 의원은 "이 개정안이 공론화 절차 없이 3개월 만에 본회의장에 올라오는 특혜를 누린 것은, 법원행정처 현직 판사들의 입법 로비 덕분"이라며 "현직 대법관, 현직 고등부장, 이런 사람들이 재판 전후로 쌓은 인맥과 영향력을 활용해서 양당 국회의원들에게 접근한다면 양승태 행정처와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나"라고 질타했다.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을 그저 성적순으로" "특목고, 강남, 서울대 출신들을 판사로"

해당 법안에 대해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전 법무부 인권국장)도 절대 통과되선 안 될 법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황희석 최고위원은 지난 30일 페이스북에서 "이것은 예전에 사법연수원 마치면 필기시험 등 성적순으로 판사를 임용하던 방식으로 복귀하는 것"이라며 "세상 물정 아무 것도 모르고 기계적으로 선배판사들이 해오던 고답적인 방식과 기준 그대로 판결문을 써서 납품(?)하는 능력은 뛰어난 판사들을 뽑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판사 임용 자격을 완화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판사가 부족하다'는 법원행정처(대법원 소속)의 입장을 반영, 지난 5~6월 사이 여야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대표발의한 바 있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한 토론회에서 인사말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판사 임용 자격을 완화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판사가 부족하다'는 법원행정처(대법원 소속)의 입장을 반영, 지난 5~6월 사이 여야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대표발의한 바 있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한 토론회에서 인사말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황희석 최고위원은 "법조인 자격을 취득하자마자 오로지 기록으로만 세상을 읽고 판결문 납품하는 일만 해오는 판사들이 가득할 때, 이들은 자기들만의 귀족클럽을 만들게 되고, 당연히 기득권자들과 가까워지기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황희석 최고위원은 특히 "(법원행정처는)임용대상이 없어 그 풀(pool)을 넓힌다는 이유를 대지만, 그 이유와 정당성을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이번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결국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 뿐"이라며 "미안하지만, 판사가 되고자 하는 재야의 숨은 경력자들이 수두룩 빽빽하다. 핑계대지 말라"고 일갈했다. 

황희석 최고위원이 공유한 판사 출신 박판규 변호사의 페이스북 글에서도 역시 같은 지적이 나왔다. 박판규 변호사는 "변호사 시험 합격하고, 재판연구원을 3년 하다가 2년 정도 잠깐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한 사람을 판사로 뽑겠다는 것인데, 어떻게? 필기시험으로"라고 지적했다.

박판규 변호사는 "10년차 법조인은 필기시험으로 뽑을 수 없으니, 그래서 5년차 채용이 절실하다. 필기시험은 누가 합격할까? 한국사회에는 필기시험에 최적화되도록 훈련된 사람들이 있다”며 ‘특목고 출신-강남지역 고교 출신-서울대 출신’을 꼽았다. 그는 “이는 결국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사법부의 계급특권화를 더 가속시킬 것”이라고 꼬집었다.

판사 임용 자격을 완화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의 본회의 투표 결과 재석 229인 중 찬성 111인, 반대 72인, 기권 46인으로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에 4표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21대 국회 들어 본회의 상정 법안 부결은 처음이다. 사진=연합뉴스
판사 임용 자격을 완화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의 본회의 투표 결과 재석 229인 중 찬성 111인, 반대 72인, 기권 46인으로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에 4표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21대 국회 들어 본회의 상정 법안 부결은 처음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본회의에서 찬반 토론은 결국 여당 의원끼리 하는 이례적 일이 벌어졌다. 찬성 토론자로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홍정민 의원이 나섰다.

본회의 투표 결과 재석 229인 중 찬성 111인, 반대 72인, 기권 46인으로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에 4표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적잖은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 혹은 기권표를 던졌다. 21대 국회 들어 본회의 상정 법안 부결은 처음이다. 

"신규 임용 판사의 8분의 1이 김앤장 출신, 아직도 필기시험으로 판사 뽑나"

법안이 부결된 직후 이탄희 의원은 TBS교통방송 '신장식의 신장개업'과의 인터뷰에서 "김명수 행정처가 말하는 우수인력이 뭐냐. 그 내용을 봤더니 대형로펌 출신 판사. 김앤장 출신 판사, 그 다음에 이제 로클럽으로 법원 내부에서 점지된 판사들, 이런 사람들을 우수인력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건 법조일원화 취지와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이탄희 의원은 '판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법원행정처의 입장에 "팩트가 다르다"며 "2017년에 변호사 경력 5년을 가진 변호사들이 신규 판사로 임용된 비율이 6%였다. 그런데 2020년에 이게 84%로 급증했다. 그러니까 판사 임용을 희망하는 변호사들이 아주 많다"고 반박했다. 

국내 최대 로펌으로 꼽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모습, 김앤장은 일제 강제징용 사건에서 전범기업 소송 대리인을 맡는 등 수많은 구설수에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최대 로펌으로 꼽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모습, 김앤장은 일제 강제징용 사건에서 전범기업 소송 대리인을 맡는 등 수많은 구설수에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이탄희 의원은 "이분들이 법원에 지금 판사로 임용이 많이 못 되고 있는 이유는 법원에서 과거처럼 필기시험으로 판사를 뽑으려고 하기 때문"이라며 "법원 스스로 구태스러운 방식으로 판사를 뽑고 있기 때문에 판사 수급에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지, 변호사 경력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탄희 의원은 "내년도 신규 임용 판사의 8분의 1이 김앤장 출신"라며 "전국의 신규 판사의 8분의 1을 하나의 로펌에서 충당하는 나라가 전 세계에 또 있을까? 법조일원화 국가 중에서 필기시험으로 판사를 뽑는 나라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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