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대표' 때 통과된 특별당규 문제삼아, 왜 '이낙연' 아닌 '이낙연측' 입장만 있나?

[ 고승은 기자 ] = 지난 2007년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이 붙은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이들이 엎치락뒤치락 대접전을 벌인 역대급 경선으로 꼽힌다. 당시 홍준표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경선후보에 있었지만 이들이 받은 득표율은 극히 미미했다. 그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쪼개졌다가 다시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뭉치는 지리멸렬을 반복하며 무기력하기 짝이 없던 상황이라, 당시 대선후보로 선출되면 대통령 자리는 따놓은 당상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배경에서인지 이명박-박근혜 간 서로의 약점을 수없이 폭로하며 연일 난타전을 벌였다. 박근혜 측은 이명박의 BBK 주가조작 및 다스 실소유주 건을 집중 겨냥했고, 이명박 측은 박근혜의 최태민 일가와 깊은 관계를 집중 겨냥했다. 당시엔 묻혔으나 양측의 폭로는 훗날 모두 사실로 드러났고, 양측은 해당 건으로 중형을 선고받고 감옥 안에 있다.

당시 경선에선 이명박씨가 박근혜씨에게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이명박 당시 후보는 대의원·당원·국민참여 선거인단(유효투표수 13만893표)의 현장투표와 여론조사(3만2724표)를 합산한 전체 16만3617표 중 총 8만1084표(49.56%)를 득표, 7만8632표(48.06%)를 얻은 박근혜 당시 후보에 승리했다. 이명박 씨는 선거인단에서 약간 뒤졌지만, 여론조사에서 앞서면서 결국 1.5%p차이로 최종 후보에 선출됐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선 이명박씨가 박근혜씨에게 1.5%p라는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당시 박근혜 당시 후보는 "경선 패배를 인정한다. 경선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며 "오늘부터 저는 당원의 본분으로 돌아가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승복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선 이명박씨가 박근혜씨에게 1.5%p라는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당시 박근혜 당시 후보는 "경선 패배를 인정한다. 경선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며 "오늘부터 저는 당원의 본분으로 돌아가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승복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당시 후보는 후보 확정 직후 박근혜 당시 후보를 향해 “(정권교체를 위해) 중심적 역할을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고, 박근혜 당시 후보도 "경선 패배를 인정한다. 경선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며 "오늘부터 저는 당원의 본분으로 돌아가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백의종군하겠다. 경선 과정에 있었던 모든 일을 잊고, 순수한 마음으로 당의 정권 창출을 위해 힘을 합쳐 달라"고 화답했다.

박근혜 당시 후보는 “하루에 안 된다면 몇 날에 걸쳐서라도 잊고 다시 열정을 채워서 저와 함께 당 화합에 노력하고, 그 열정을 정권교체에 쏟아야 한다"며 자신을 지지한 이들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당시 경선장에선 이명박-박근혜 측 지지자들이 대거 몰려있었고, 한쪽에선 환호가 다른 한쪽에서는 항의가 쏟아졌었다. 그럼에도 박근혜씨는 당시 자신의 지지층을 다독였던 것이다. 

물론 이명박, 박근혜 모두 대통령이라는 직위를 멋대로 남용하거나 비선실세에게 맡겼다가 중형을 선고받은 범죄자 신분이기에, 재평가를 할 이유도 받을 이유도 전혀 없다. 그러나 당시 이들은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위해 즉각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었고, 거대한 난타전으로 분열된 당 지지층을 달래기라도 했던 것이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이재명 경기지사가 확정됐다. 특정 세력의 '역선택'이 대거 개입됐을 거라 확신할 수밖에 없는 '3차 슈퍼위크' 결과에도 이재명 지사의 과반은 유지되며, 결선 투표 없이 대선에 직행했다.  

그러나 이낙연 전 대표 측에선 경선 중 중도사퇴한 정세균 전 총리와 김두관 의원의 '무효표' 문제를 거론하며, 대선투표를 외쳐대고 있다. 이들이 문제삼고 있는 당규(제20대 대통령선거후보자선출규정 제59조1항)는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는 내용이다. 

이낙연 캠프 소속 전현직 국회의원 22명은 지난 11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지사가 결선 투표없이 직행한 결과를 두고, 명백한 당헌 당규 위반이라고 강변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캠프 소속 전현직 국회의원 22명은 지난 11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지사가 결선 투표없이 직행한 결과를 두고, 명백한 당헌 당규 위반이라고 강변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캠프 측에선 이것이 '헌법 위반'이라고 강변하며 이의를 제기하며 경선불복 방침을 밝히는 중이다. 이낙연 캠프 소속 전현직 국회의원 22명은 지난 11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지사가 결선 투표없이 직행한 결과를 두고, 명백한 당헌 당규 위반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문제의 특별당규인 '제20대대통령선거후보자선출규정'은 지난해 8월 29일 제정됐다. 그 날짜는 이낙연 전 대표가 압도적으로 당대표로 선출된, 전당대회가 열렸던 날짜와 동일하다. 즉 이낙연 전 대표 책임 하에 통과된 특별당규다. 

당시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상에서 단연 선두가 분명했으며, 최소한 민주당 지지층을 대상으로는 이재명 지사를 앞서고 있었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가 당대표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에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하고 또 알고 있는 일이었다. 문제가 될 거라면 '이낙연 대표' 기간 동안 따졌어야 정상이다.  

특별당규가 만들어진 이유는 경선이 시작되고 나서 후보들이 룰을 가지고 사사건건 논쟁을 벌이는 것을 사전차단하기 위함이다. 특별당규 1조2항을 보면 '제20대 대통령선거 승리를 목적으로 투명하고 객관적인 공천과 예측 가능한 시스템 공천을 위해 당헌 제111조에 따라 제정된 특별당규로서 다른 당규의 규정보다 우선한다'고 돼 있다. 즉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이 나중에 '감놔라, 배놔라'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특별당규 전후 제정 전후나 그가 대표로 있을 때는 한 번도 문제삼지 않다가 경선에 들어설 때부터 문제삼기 시작했으며 경선이 끝난 지금까지도 문제삼고 있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외부로 화력을 집중해야할 시기임에도 당내 엄청난 혼란과 분열을 가져오며, 야당에 이로운 행위를 앞장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이 문제삼는 특별당규가 통과된 날짜는 이낙연 전 대표가 압도적으로 당대표로 선출된, 전당대회가 열렸던 날짜와 동일하다. 그러니 해당 규정은 이낙연 전 대표 시절, 그의 책임하에 만들어진 규정이라는 것이다. 당시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상에서 단연 선두가 분명했으며, 이낙연 전 대표가 당대표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에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하고 알고 있는 일이었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전 대표 측이 문제삼는 특별당규가 통과된 날짜는 이낙연 전 대표가 압도적으로 당대표로 선출된, 전당대회가 열렸던 날짜와 동일하다. 그러니 해당 규정은 이낙연 전 대표 시절, 그의 책임하에 만들어진 규정이라는 것이다. 당시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상에서 단연 선두가 분명했으며, 이낙연 전 대표가 당대표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에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하고 알고 있는 일이었다. 사진=연합뉴스

그렇다고 이재명 지사(50.29%)와 이낙연 전 대표(39.14%)의 최종 득표율 차가 근소한 차이도 아니다. 특정 세력의 '역선택'이 대거 개입됐을 거라 확신할 수밖에 없는 '3차 슈퍼위크' 결과에도 총 누적득표율은 11%p 가량 차이났다. 

과거 박근혜도 1.5%p 차이에도 즉각 승복하고 지지층을 다독였다. 대선후보로 선출되면 대통령 자리는 따놓은 당상임에도 그러했던 것이다. 재평가받을 가치가 없는 박근혜도 그렇게 깨끗하게 승복했는데,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이렇게 현격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복 논란을 불지피며 당을 수렁에 빠뜨리려는 모습이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가 '저를 지지해주셔서 감사하다. 결과에 승복하겠다. 이재명 지사와 정권재창출에 함께해 달라'는 식으로 한 마디만 하면 혼란이 수습될텐데, 이틀이 넘게 지나도록 칩거하며 입을 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언론에 나오고 있는 내용들은 모조리 '이낙연측'에서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낙연 전 대표의 심각한 무책임마저 따져물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8월 12일 '경선 불복' 논란과 관련 "내 사전에 불복은 없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분명 밝힌 적도 있어, 그에겐 과연 '언행일치'라는 것이 있는지도 물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경선에 돌입하기 전 코로나로 인한 경선 연기론을 꺼내들었고, 지난 7월에는 국회 내 코로나 전수조사로 인해 당에서 'TV토론회' 취소를 통보하자 강하게 반발한 적이 있다. 또 지난 8월에는 "대통령후보자 자격검증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촉구했었으며, 지난달 경선 중에는 이낙연 전 대표의 국회의원직 사퇴서를 당에 신속 처리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었다. 경선 전에도 이른바 '룰 변경'을 꺼내들며 지도부에 이것저것 요구하더니, 이젠 결과까지 문제삼고 있는 셈이다.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이 민주당 당사 앞에서 '사사오입'이라고 외치며, 결선투표를 요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이 민주당 당사 앞에서 '사사오입'이라고 외치며, 결선투표를 요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13일 최고위원회의와 당무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이낙연 전 대표 측의 이의제기를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당무위를 거치더라도 이재명 지사가 최종후보가 맞으며, 결선투표 등은 없다고 다시 강조했다.

송영길 대표는 12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민주당)선관위원회는 사실상 이미 결정했기 때문에 추가로 법률적으로 이것을 다시 다룰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정무적으로 최고위에서 다시 한번 의견을 정리해서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송영길 대표는 "후보자가 사퇴한 경우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는 규정은 18대 대선에도 있었고 19대 대선 규정에도 있었고 이것을 20대 대선에서는 더 확고하게 내용을 바꿔 가지고 유효 투표 수의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자가 당선토록 하고,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고 분명히 규정이 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법률가들이나 제가 검토를 해 봐도 이것은 해석상 달리 해석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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