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애 칼럼] 누가 한국 여성이 불공정하다고 하는가

'남녀평등'. 이 단어는 현실적으로 남녀차별이 존재하기에 만들어진 용어다. 개화(開化)의 시기가 앞섰던 유럽, 특히 프랑스 혁명 전에는 ‘법 앞에서의 평등’이라는 말이 재산상속의 동등권 요구를 위해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남녀평등’이라는 개념도 프랑스 혁명 중에 영주 등의 지배계급에 대항해 여성들이 남성들과 함께 투쟁하면서 사회 전반에 실질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한국이 헌법 및 민주주의 체제 전반을 차용해왔던 미국의 경우에도 독립혁명 시기부터 여성들의 역할이 증대하면서 범사회적으로 여성의 권리가 향상되었고, 남녀평등 역시 각 영역에서 서서히 확대되기 시작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럼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헌법 제2장의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11조 1항을 보면 남녀평등에 관한 내용이 명확히 기술되어 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한국의 경우 근대에 들어서야 남녀평등에 대한 법조문을 만들었고, 그 뒤로 남녀평등이 법적으로 인정되면서 동등함을 부여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한국도 헌법에 남녀평등 조항이 생겼다고 하여 서구 유럽과 미국처럼 사회 전반에 여성의 권리가 평등하게 보장되는가? 한국에서 여성평등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만일 그렇다고 생각하는 남성이 있다면, 자신을 낳고 기른 어머니를 떠올려보라. 대한민국 남성중에서 누가, 자신의 엄마가 여성으로서 평등함을 인정받고 권리를 누리며 살아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2018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조사한 남녀평등지수를 보더라도 한국이 149개국 중 115위로 중국과 일본보다 낮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한국 여성들이 평등하게 권리를 누리고 있지 못함을 방증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20대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여기는 평등함과 권리는 엄마와 할머니들이 시대와 세대를 거쳐 지속적으로 조금씩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 그리고 무시에 대해 싸워 온 결과물이다. 사회적으로 인정은커녕 끊임없이 무시당했던 어머니들이 한 맺힌 노력으로 얻어낸 결과물들로 여성들이 현 시대에 과거보다 상대적인 혜택을 받았다고 하여, 한 젊은 정치인에게 매도당할 수 있는 것인가? 또한 이에 대해 동조하는, 소위 이대남들에게 비판받을만한 일인가? 이 물음들에 반감이 든다면, 지금 자신의 엄마와 할머니를 마주보고 이렇게 말해보라. “한국 여성들이 남성보다 경쟁에서 혜택을 많이 받고 있어 정말 불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엄마나 할머니가 당신에게 무엇이라 말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지난해 지자체장 보궐선거가 있었던 4월 7일부터 올해 3월 9일 대선까지 '이대남' 관련 보도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분석 (출처 미디어오늘)
지난해 서울 부산 지자체장 보궐선거가 있었던 4월 7일부터 올해 3월 9일 대선까지 '이대남' 관련 보도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분석 (출처 미디어오늘)

물론 남녀차등에 대해 모든 것을 비약하고자 함은 아니다. 하지만 이대남들이 현재 이대녀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많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과거 세대 여성들의 처우와 상대적 비교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세대에 만연했었던 ‘여자는 남자보다 낮다는, 여자는 남자들의 허드렛일을 해야 한다는, 여자는 중요하고 큰일을 처리하지 못한다는, 여자는 가문의 대를 잇지 못한다는, 여자는 군대에 가지 못한다’는 등의 관점들이 대물림되고 세뇌되어 있는 상당수 이대남들이 현재의 이대녀들을 볼 때 어떻겠는가? 나는 그들이 현재의 이대녀들을 보며 과거에 자연스러운듯 누렸었던 ‘여성에 대한 당연한 우월감과 권리’에 손상이 가기 때문에 불만을 가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국방부 산하에 여군이 창설되었기에 논란의 여지가 없는 문제이지만, 과거에는 여자가 군대에 가는 문제에 대해 의견을 물어보면 대부분 “여자가 군대나 전쟁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오히려 방해만 된다”라고 대답했다. 이러한 사고는 남성들이 사회적으로 국방의 의무에 대한 여성의 기회와 권리마저 제한하고 간섭하였던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한 가지 더 언급하고자 한다. 여성은 가정을 가지게 되면, 대체로 아이를 출산하고 최소 2~3년은 온 힘을 쏟아부어야만 한다. 물론 부성애도 남다르겠지만, 뱃속에서부터 10달을 키우고 낳아서 먹이는 모성애만 하겠는가? 태교부터 만삭의 무거운 몸을 견디고 극도의 고통 속에 아이를 출산하며, 지친 몸을 회복시키는 동시에 수유하고 양육하는 과정은 인내와 참음의 연속이지만 이를 대부분 당연한 일로 여긴다.

윤 당선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사진출처 뉴스1)
윤 당선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사진출처 뉴스1)

여기서 문제는, 여성들이 이 출산 후 2~3년의 양육으로 인해 경력 단절을 겪게 된다는 점이다.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여성을 고용한 기업들은 비용, 정확히는 ‘사회비용’의 문제를 거론한다. 물론 과거보다는 육아휴직 등을 여성에게 권고하고 있고, 여성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한 법제들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그 실효성은 여전히 미흡하고 현실성이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남녀평등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이야기를 언급하고 마치려 한다. 과거 홀로코스트 때 수많은 유대인을 가두고 그 아래 불을 지펴 학살했었다. 이때 오직 아이 한 명만 살아남았던 기록이 있다. 불가사의한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 아이의 엄마가 뜨거운 바닥에 몸을 대고 온몸이 타는 고통을 느끼며 죽어갈 때에도, 끝까지 자신의 아이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성들이 세대를 뛰어넘는 모성애와 더불어 시대적 편견으로부터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처절한 노력으로 빚어낸 남녀평등 권리를 두고, 한 젊은 정치인이 군대부터 각종 시험 특혜 등을 언급하며 남녀갈등을 정치공학적으로 남용해 표를 얻고 당을 이끌면서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한껏 드러내고 있는 어리석은 짓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다.

국민이 키우고 내일을 바꾼다는 공약을 외치는 윤당선인 (사진출처 연합뉴스)
국민이 키우고 내일을 바꾼다는 공약을 외치는 윤 당선인 (사진출처 연합뉴스)

그에게 동조하는 남성들은 한 번이라도 자신들의 엄마의 삶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들이 자라온 모든 순간순간에 엄마들의 눈물어린 희생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남녀평등은 페미니스트들이 쟁취해내려는 선택적 가치가 아니라, 우리의 실생활에서 존중되고 지켜져야 할 인류의 보편타당한 가치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대녀를 비롯한 모든 한국 여성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

“이제는 더이상 참아야 한다는 거짓에 속지 말라!”

 

이인애 / 통일비 내리는 날 교육팀장
이인애 / 통일비 내리는 날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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