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말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한 이후부터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매일 방문해 조문하고 있다. 4일도 역시 발걸음을 했고 애도기간이 끝나는 오는 5일까지 조문을 이어갈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 헌화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가운데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 헌화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가운데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 대통령은 전날처럼, 조문록 작성도 건너뛰고 들어왔던 쪽으로 다시 나갔다. 앞서 대통령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의 예의이고 도리라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매일 조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분노가 끓어오를 때로 끓어오른 여론은 윤 대통령의 '매일 조문'을 일종의 미봉책으로 곱게 보지 않고 있다. 특히 합동분향소에 희생자들의 위패도 영정도 놓지 않고 하얀꽃으로만 제단을 만들어 유족들이나 추모객들이나 그들의 흔적조차 찾기 어렵게 만든 것도 논란이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윤 대통령이 연일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고 있는 것과 관련해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위패도 영정도 유족도 없는 곳에 가서 꽃다발더미에 고개 숙이고 돌아서는 것은 ‘조문(弔問)’도 ‘문상(問喪)’도 아닙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름도 모르는 대상에게 하는 절은, 잡신들에게 하는 것밖에 없습니다"라며 "각자 생애가 있고 이름이 있는 희생자들을 ‘무명의 존재'로 만드는 일은 당장 그만두어야 합니다"라고 비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상에서도 "희생자 조문에 사진도 이름도 없이 조문팔이 하나" "사진 찍으러 가나" "대국민 사과 한마디 안하고 쇼만 하는 중 언플이 몸에 밴 검찰본능인가" "조문없는 조문외교하더니" "이것도 천공의 지시" "누구한테 조문하는거야? 유가족에게 알리지도 않고 사진찍으러 선제조문간 이 나라의 대통령을 보고 있으려니 홧병 난다!" 등 원성이 이어진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의 매일 조문을 두고 "조문만 하면 책임을 면하게 된다고 믿는 걸까? 누가 가르쳐줬는지 참 괴이하다. 영국 여왕, 조문 없는 조문외교 하더니...내일 또 조문 가려나?"라고 무속 의혹을 제기했다.

"매일 조문간다고 수습·국민 위안 되나"

앞서 김한규 민주당 의원도 2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례적인 윤 대통령의 매일 조문은 책임자 처벌을 회피하려는 형식적인 발걸음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은 매일 조문을 가시는 것 같은데 그렇게 한다고 사고 수습이 되고 국민들이 위안을 느끼는 건 아닌 것 같다”라며 "국가적인 재난, 사회 참사가 발생했는데 정치적으로 도의적인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그걸 누가 동의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아소 다로 일본 자민당 부총재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아소 다로 일본 자민당 부총재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소 다로는 검은 타이인데, 정작 애도기간 선포하고 매일 조문한다는 이는..."-최강욱 의원-

"일본 극우 정치인도 한국 국민의 눈치를 보며 까만 넥타이를 했는데 눈치라고는 아예 없는 윤석열은 밝은 하늘색 넥타이를 하고 그를 맞습니다. 국민한테 굴욕감을 안겨주려고 작정을 한 것인지요. 당신이 대통령인 것이 창피하니 이제 그만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기 바랍니다." -황교익 칼럼니스트-

 그는 “정부에서 국가애도기간이라는 걸 만들었지 않나”라며 “마치 이 기간 동안은 애도만 하고 그 이상 사고 수습을 위해서 다른 것을 하면 무조건 정쟁이고 정치적인 행위인 것처럼 얘기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만든 정책 참고자료 맨 뒤에 보면 ‘대체로 사고 발생 2일 내지 4일 동안 보도 관심이 고조되다 그 이후에는 보도가 감소된다‘는 내용이 있다”며 “정부는 기본적으로 한 일주일 정도 야당을 묶어놓으면 자연스럽게 보도도 감소되고 이게 묻힐 거다라고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지금 분위기 봐서는 정부가 스스로 정치적이나 도의적인 책임에 대해서 질 생각이 없는 것 같기 때문에 저희는 이제 문제 제기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라고 생각한다”라며 사고 관련 관계 당국에 책임을 물을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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