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프리존]김 석 기자= 공수처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다시 부르기로 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앞서 4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중장)을 소환해 15시간 가까이 조사했다.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이날 김 사령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사령관은 변호인 조력 없이 오후 10시 30분께까지 조사받고 조서를 열람한 뒤 14시간 43분만인 이튿날 오전 0시 25분께 청사에서 나왔다.
그는 귀갓길에도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김 사령관은 공수처에 출석할 때도 '박정훈 대령에게 VIP(윤석열 대통령)가 격노했다는 말을 전한 적 있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청사에 들어갔다.
해병대 최고 지휘관인 김 사령관은 지난해 7∼8월 채상병 순직 사건을 초동 조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윗선의 외압이 가해지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박 전 단장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려 했는데, 이를 보류시키고 혐의자를 2명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대통령실 등 윗선이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박 전 단장은 당초 지난해 7월 31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언론 브리핑을 하고 이틀 뒤 관련 자료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하려 했지만, 김 사령관이 이첩 시기를 해외 출장 중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귀국한 이후로 보류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장관 지시로 브리핑이 취소된 후 김 사령관이 "국방부에서 경찰 인계 서류에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라고 한다"면서 "오전 대통령실에서 VIP 주재 회의에서 1사단 수사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이종섭 전)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는 것이 박 전 단장 얘기다.
이 같은 대화가 이뤄진 날 김 사령관은 당시 박진희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과 임기훈 국가안보실 비서관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수처는 질문지를 2백 쪽 정도 준비했는데 다 묻지 못했다.
김 사령관 참모는 "변호인이 없어 사령관이 직접 다음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을 '채 상병 사건' 윗선 개입 의혹을 밝힐 핵심 인물로 보고 있다.
김 사령관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항명죄 재판에 나와, "이종섭 당시 국방부장관 지시가 없었다면 채 상병 사건을 정상 이첩했을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김 사령관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했지만, 박정훈 전 수사단장은 사건 결과를 보고받은 대통령이 "격노했다"더라는 말을 김 사령관한테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과 국방부, 대통령실 인사들 사이 통화 내용을 밝히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언론 발표가 갑자기 취소된 7월 31일부터 경찰에 넘어간 수사 기록을 되가져온 8월 2일까지, 김 사령관은 당시 이종섭 장관, 신범철 차관, 임종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2차장, 임기훈 국방비서관과 여러 차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사령관 진술 내용에 따라 윗선 수사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총선 다음날 김 사령관은 "말 못할 고뇌만이 가득하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종섭, 신범철 국방부 전 장차관 소환 조사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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