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판’ 연기를 위한 기획 탄핵인가?

민주당이 드디어 ‘검사 탄핵의 칼’을 뽑아 들었다. ‘이재명 수사 검사’ 3명을 포함한 4명의 검사에 대해 탄핵소추를 발의했다. 민주당과 검찰의 대격돌이 시작됐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김용민(왼쪽부터), 민형배, 장경태, 전용기 의원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비위 의혹'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김용민(왼쪽부터), 민형배, 장경태, 전용기 의원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비위 의혹'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의 전횡을 문제 삼고 있다. 전횡의 원천을 수사권과 기소권 독점으로 보고 있다. 이것이 검찰의 불법·비위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피의사실 공포, 위증교사, 위법적 압수수색, 봐주기 수사, 회유 수사가 법치와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됐다는 얘기다. 민주당의 주장은 일면 타당하다. 지난 20년 동안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피의자가 240명이 넘는다. 한 달에 1명꼴이다. 그들 모두가 수사의 희생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떤 이유에서든 무고한 희생을 막아야 한다. 불법과 비위를 막아야 한다. 잘못된 수사 관행도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위한 검찰의 자정 노력이 선행돼야 했다. 그렇지 못했다. 검찰은 그동안 검찰이 인권의 보루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기 식구 감싸기에 바빴다. 지탄받아야 할 비위 행위는 시정되지 않았다. 불법 검사는 징계를 피했다. 검찰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비판은 검찰의 자업자득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검찰의 자정능력을 기대할 수 없다면 헌법이 정한 개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탄핵소추도 그 방법의 하나다. 물론 검찰 탄핵소추는 예외적 처방이다. 입법부가 사법기관을 징계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만일 진행 중인 수사를 맞고 있는 검사라면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입법부가 사법부에 간섭할 우려가 있다는 의미다. 도를 넘는 입법부의 간섭은 사법부 농락이 될 것이다. 만일 입법권 남용이 현실이 된다면, 민주주의 근간인 3권분립을 위배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정치적 해석을 낳거나 정치 공방을 유발하는 탄핵소추는 피해왔던 과거의 관례다. 헌정사상 단 두 차례, 현직 검사 7명에 대해 탄핵소추안 발의가 있었다. 그것도 모두 이재명 체제의 민주당에서 벌어진 일이다. 민주당의 두 번째 검사 탄핵소추안은 지난 2일 발의됐다. 강백신(피의사실 공표, 불법 압수수색)·김영철(모해위증 교사 및 공무상 비밀 누설)·박상용(허위 진술 강요, 직권남용, 공공기물 손상)·엄희준(위증교사) 등 4명 검사가 그 대상이다.

이번 검찰의 자정능력은 검사 탄핵이 갖는 우려를 불식시키기는커녕 키우고 있다. 아니,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우선 소추될 3명의 검사가 이재명 대표의 수사를 맡고 있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 대북 송금 의혹 등의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이 대표는 11개의 협의에 4개의 재판받는 중이다. ‘이재명’이라는 특정인을 위해 입법권 행사라는 의심을 사는 이유다. 

민주당이 적시한 탄핵 사유가 오해의 근거다. 탄핵 사유를 뒷받침하는 증거나 증언이 거의 없다는 게 언론보도다. 탄핵사유서에 적시된 날짜가 틀렸다. 압수수색을 받은 언론사 이름도 잘못 적었다. 오자와 오류투성이였다. ‘졸속 탄핵’이라는 얘기다. 졸속 탄핵 추진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이 대표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는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이다. 박상영 검사가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찬찬히 따져보자.

검찰은 이 사건의 재판을 토대로 이 대표를 제3자 뇌물협의로 기소했다. 이 사건 재판부가 쌍방울이 북한에 송금한 일부 자금이 이 대표의 방북 사례금으로 인정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를 전형적인 기소권 남용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검찰 독재정권이 정치적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이용해 수사 농단을 벌였다는 얘기다.

하지만 민주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 근거가 탄핵소추 될 검사가 ‘이재명 수사 검사’라는 데만 있는 게 아니다. 피의자의 주장이 곧 탄핵 사유라는 점이다. ‘이화영 재판’ 과정에서 제기된 위증교사가 가장 대표적 사례다. 피고인 이화영은 술자리 회유를 주장했다. 술자리 회유의 근거로 내놓은 수많은 증거가 허위로 밝혀졌다. 그는 시간과 장소를 여러 번 번복했다. 결국 특정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자신이 술을 먹었는지, 얼마나 먹었는지, 술을 취했는지조차 단정하지 못했다. 술자리 회유는 이화영과 그의 주변 사람만 진실로 여기는 ‘네피셜’에 불과했다. 이것을 탄핵의 근거로 제시했다. 주장이 협의가 될 수 없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민주당은 믿고 싶은 정보만 취하고 있다. 탄핵소추에는 주요한 고려사항이 있다. 탄핵을 할 만큼 중대한 법률적 위반사항이냐를 따져야 한다. 그리고 명확하고 객관적 증거로 뒷받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법적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한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 이 대표를 위한 ‘표적 탄핵’, ‘방탄 탄핵’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불행스럽게도 회유 의혹에 관한 탄핵 사유는 피고인 이 전 부지사의 발언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일 이 전 부지사의 발언이 진실이라고 하면 굳이 탄핵을 추진할 이유도 없다. 공수처에 고발하면 된다. 공수처의 수사 결과에 따라 검사징계법으로 처벌하면 된다. 그런 과정을 통해 불법을 확인한 뒤에 탄핵소추를 해도 늦지 않다. 그랬다면 민주당은 사법의 정치화라는 비판받지 않아도 된다. 

더 기막힌 일이 있다. 박 검사에 대한 또 다른 탄핵 사유는 2019년 울산지검 회식 이후에 일어난 ‘취중 추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공용물 손상했다는 게 탄핵소추 근거다. 문제는 박 검사가 추태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문제를 제기한 이성윤 의원 등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상태다. 진위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어떻게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탄핵에 나설 수 있단 말인가. 이 때문에 민주당은 탄핵의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심지어 ‘대변 탄핵’이라고 조롱받고 있다. 이 조롱은 민주당은 무소불위의 검사 행태를 탄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재명 사건 수사 검사의 도덕성에 상처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박 검사의 또 다른 탄핵 사유는 피고인 이화영의 ‘술 회유 사건’이다. ‘술 회유’와 ‘취중 추태’. 뭔가 연관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가. 심각한 도덕적 문제를 안고 있는 박 검사는 술자리 회유를 하고도 남는다는 암시를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무리한 검찰 기소임을 보여주려는 일종의 여론전인 셈이다.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행태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민주당은 안 받아도 되는 오해까지 받고 있다. 탄핵이 ‘준비된 기획’이 아니냐는 것이다. 느닷없이 피고인 이화영이 ‘술 회유 의혹’을 제기했다. 그것도 이 대표에게 대북 송금 사실을 알고 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던 장본인이. 검찰이 반박한 수많은 증거로 술 회유는 거짓이 드러났다. 피고인 이화영은 끝내 술 회유 의혹을 번복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민주당은 거짓 의혹을 근거로 탄핵을 추진했다. 

‘대변 탄핵’도 마찬가지다. 탄핵소추 발의하기 불과 보름 전 이성윤 의원은 법사위에서 ‘추악한 검사의 민낯’을 고발했다. 이 의원은 문제의 검사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익명의 검사는 서영교 의원에 의해 박상영 검사임이 드러났다. 이어 ‘박상영 검사 대변 사건’을 탄핵 사유에 포함했다. 이는 탄핵의 인용과 관계없이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는 심증을 키운다.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벗어날 수 없더라도 재판을 최대한 지연시키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일단 탄핵소추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소추된 해당 검사의 직무는 정지된다. 수사에 관여할 수 없다. 다른 검사가 수사해야 한다. 검사 교체만큼 시간이 지체될 수 있다. 교체된 검사가 재판에서 공소 유지를 해야 한다. 처음부터 수사를 지휘한 검사보다 아무래도 불리한 입장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국회 법사위 탄핵 조사에서 민주당의 의도가 드러날지도 모른다. 민주당은 소추안이 본회의 의결하기 전 검사 4명을 법사위로 불러들여 청문 조사를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검찰 권력의 비리를 캐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의도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소추된 검사들이 불출석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가 검찰 징계권을 행사하도록 방치하지 않겠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설령 위법이 있다면 사법부 판단을 받아야 할 사항이지 입법부 판단을 받을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법사위에는 이재명 사건 변호사를 맡은 ‘조사위원’이 있다. 박균택·이건태 의원이 그들이다. ‘어제의 변호인’이 ‘오늘의 재판관’이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역전 현상은 곧 이해충돌의 문제를 낳는다. 어쩌면 한국 정치사에 길이길이 남을 대사건이다. 오늘의 재판관 앞에 선 사람의 죄명은 ‘이재명을 수사한 죄’다. 

만일 소추 검사가 증인으로 출석한다면 무슨 말을 할 것인지도 궁금하다. 사실상 민주당이 ‘이재명 사건’을 수사한 검사에게 합법적으로 피의사실을 공포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아무리 법사위가 민주당이 주도한다고 해도, 이처럼 치밀하지 못한 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검사들이 당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무리한 사유로 탄핵했음을 만천하에 공개할 여지도 있다.

김경은 칼럼니스트
김경은 칼럼니스트

그런데 왜 이런 일을 하는 것일까. 당연히 이재명 구하기를 위해서다. 민주당은 이재명 일극 체제가 됐다. ‘민주당=이재명’이다. 정체성의 기준이 이재명이다. 이재명 편이 아니면 ‘수박’이 된다. 수박으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 민주당 의원은 양식과 양심도 버렸다. 이재명 대표에게 ‘위험한 충성’을 바치는 것이다. 위험한 충성은 국회의 질을 땅에 떨어뜨리고 있다. 저질 국회의 피해자는 결국 민주당과 국민이 될 것이다. 《위험한 충성》에서 “워터게이트 사건의 본질은 바로 충성경쟁”이라고 밝힌 엘릭 펠던의 충고를 귀담아듣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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