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1), 방통위원장(2) 그리고 검사(3+4)까지. 윤석열 정부 들어 민주당이 탄핵소추 발의한 횟수는 무려 10회다. 민주당의 ‘탄핵 폭주’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예상한 대로다.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폭탄’이 터졌다. 그것도 윤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도 돌지도 않은 시점에.

‘국민청원청문회’가 민주당 단독으로 지난 7월 9일 발의됐다. 2024년 7월 19과 26일, 이날은 헌정사 기록에 남게 됐다. 국민청원을 명분으로 한 첫 청문회가 열리는 날이다. ‘대통령 탄핵’을 위한 청문회다. ‘헌정사상 최초’라는 상징적 수식어는 오히려 위협적인 공포로 다가온다.
청원청문회는 전례가 됐다. 전례는 전철을 만든다. 우리는 갈등 사회에 산다. 세대·지역·이념·젠더·계층 갈등이 일상이다. 불행스럽게도 갈등의 불씨에 불만 붙이면 폭발할 위험사회에 살고 있다. 청문회가 갈등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휘발성 높은 청원이 올라오면 어렵지 않게 청원 요건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청원청문회를 해야 할 형편이다. 민주당은 청원의 심사와 청문회를 않는 것을 직무 유기라고 규정했다. 상대편 죽이기로 청원이 활용될 여지를 열어 놓은 것이다. 청원이 정국 불안의 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 청원에 대응하는 탄핵반대청원도 올라왔다. 청원 요건(5만)을 갖췄다. 국회 법사위는 8월에 청문회 개최를 예고했다. 또 11개 혐의에 4개의 재판을 받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제명 청원도 이미 제출됐다. 이 청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제명청문회 역시 탄핵청문회 못지않은 소동을 야기될 게 뻔하다. 국회는 갈등을 해소하고 분쟁을 조정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국회가 오히려 갈등과 증오 증폭에 앞장서고 있으니 개탄스러울 뿐이다.
우리나라는 ‘법률안 제출권’을 국회의원과 정부에게만 부여한다. ‘국민동의청원’은 ‘법률안 제출권’의 예외다. 국민 법률제안 제도이다. 정부 시책이나 행정제도와 그의 운영 시스템의 개선이 제도의 취지다. 생활과 민생 밀착형 법률 개선이 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제1, 2호 청원이 이를 상징한다.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진입 허용’, ‘국민의 배우자(F-6) 사증 신속 발급’이었다. 그런데 민주당이 국민동의청원을 정략적 수단으로 이용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청원’ 심사(법사위)에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탄핵 청원청문회 실시 계획서를 처리했다. 39명의 증인을 채택했다. 증인에는 윤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 장모인 최인숙 씨 등이 포함됐다.
30일 이내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청원 요건은 성립(접수)된다. 탄핵 청원동의자가 무려 14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140만 탄핵 청원’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다. 결코 그 숫자도 무시할 수 없다. 민주당은 ‘140만 청원’을 ‘민의’로 해석한다. 민의를 받드는 게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한 번도 작동하지 않은 청원청문회를 개최한 이유란다. 궁색한 변명이다. 국민동의청원은 물론 청원동의자 숫자는 ‘탄핵’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탄핵소추는 전적으로 국회의 책임 아래 있다. 현역 국회의원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하다. 거기다 헌법재판소의 인용도 있어야 한다. 국회 동의와 헌재 인용에도 대전제가 있다.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킬만한 중대한 위법 행위다.
탄핵 청문회와 탄핵소추는 별개다. 민주당도 탄핵청문회는 국회법에 정해진 ‘탄핵 심사’ 절차일 뿐이라고 한다. 탄핵소추 의사가 없다는 얘기다. 정말 그럴까. 민주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이 공식 언급됐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맞대응이었다. 채상병 특검을 ‘탄핵의 명분’으로 삼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 이후부터 탄핵이라는 금기어가 난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국민이 탄핵을 원하는 이유를 잘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심을 드러낸 것이다. 야권의 한 인사는 “시발점을 출발한 탄핵 열차는 종착지를 향해 최고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제 탄핵은 야당의 애창곡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은 탄핵이라는 단어에 매몰되고 있는 듯하다. 국민동의청원에서도 드러났다. 청원의 취지와 법률적 타당성도 따지려고 하지 않았다. 소위원회 심사도 없이 청문회 일정을 정했다. 증인도 채택했다. 증인을 불러 탄핵을 심사한다는 건 법률적, 논리적으로 부합하지 않는다. 민주당이 결정할 몫이다. 청원에 탄핵 사유로 5가지가 적시됐다. 민주당이 탄핵 요건에 부합하는지 따지면 된다. 증인을 불러야 이유도, 필요도 없다. 민주당의 순수하지 않은 정치적 의도가 읽히는 부분이다. 특히 수사와 재판을 받는 사람까지 증인으로 채택했다. 사법기관을 대신해서 일부 증인에 대한 ‘심문’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받는다. 민주당 목적은 간단하다. 증인으로부터 탄핵의 사유를 찾아내려는 의도다. 탄핵소추 절차는 탄핵청문회부터 시작됐다는 의심을 사는 이유다. 설령 탄핵 빌미를 찾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손해가 없다. 탄핵 이슈를 본격적으로 띄우기 위한 명분을 축적할 수 있어서다. 남는 장사다. 이 때문에 ‘탄핵 폭주’, ‘입법 독주’라는 역풍을 우려하면서도 탄핵 열차에 시동을 건 것이다. 탄핵정국으로 가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다. 만일 탄핵에 성공한다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리는 탄핵으로 대통령 궐위 상태에서 대선을 치른 경험이 있다.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모두 알고 있다. 정권교체다. 민주당이 기를 쓰고 탄핵을 추진하는 이유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만일 짐작이 현실로 드러난다면 ‘비열한 공작’이라는 국민적 비판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140만 청원’을 ‘민의’라고 했다. 민심이 탄핵을 원한다는 논리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두 차례 대통령 탄핵소추 경험을 했다. 국가적 혼란을 기억하고 있다. 국기가 흔들렸다. 국가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또 거기서 파생된 정치적 혼란은 어떠했던가. 끔찍하다. 국민이 또다시 그런 경험을 되풀이하고 싶을까. 결단코 민심을 ‘제멋대로’ 해석하면 안 된다. 마치 ‘총선의 승리=탄핵의 권한’으로 해석하는 민주당의 오만은 철퇴를 맞을 것이다. 설령 일부 국민은 민주당의 탄핵 행보에 박수를 보낼 수 있다. 인간은 정의의 이름으로 누군가를 처벌하면 괘감을 느낀다. 부정한 사람이 처벌받으면 더 나은 세상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런 기대감은 자신을 ‘정의의 사도’로 만든다. 하지만 그것이 이성을 마비시키는 정의로움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타인을 공격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같이 심각한 정치의 양극화에 시달리는 사회에서 그런 함정에 빠지기 쉽다. 적대적 대치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정의’라는 단어는 서로에게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탄핵정국은 결국 진영 게임으로 흘러가게 되어 있다는 의미다.
운동장은 기울어져 있다.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막을 방법이 없다. 국민도 민주당의 지나침을 안다. 하지만 국민은 민주당에 질책하는 걸 아끼고 있다. ‘지켜보기 모드’다. 이유가 있다. 민주당 독주보다 집권 여당의 독선에 더 큰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 소통 부족과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에 더 화가 난 것이다. 이번 탄핵의 논란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자초했다. 국민은 지난 총선에서 집권 여당에 엄중한 경고장을 보냈다. 국정 기조를 바꾸라는 주문이었다. 야당은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라는 것이었다. 노동계, 시민단체와 긴밀히 협력하라는 요청이었다. ‘팀 코리아’ 회복을 호소한 것이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 즉 민의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반성과 성찰도 없었다. 오히려 언제 국민의 심판이 있었는지 잊은 듯하다. 국정 기조 변화도 없다. 인적 쇄신도 없다. 심지어 전당대회에서 보여서는 안 되는 추태까지 연출했다. 윤 대통령이 싫어하는 후보를 떨어뜨리기가 노골화됐다. 그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을 낳았다. 대표가 되겠다며 나선 후보도 마찬가지다. 국민 모두에게 공개되는 TV 토론에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지난 총선을 고의로 진 것”이라는 믿기 어려운 얘기까지 나왔다. 볼 장 다 본 것이다. 과연 이런 정당을 믿고 국정을 맡겨야 하는 것인지 의심이 든다.
탄핵 정국을 탈피할 유일한 방법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변화다. 개혁이다. 민주당이 말하는 ‘민의’는 민주당에 없다. 물론 국민의힘에도 없다. 잘못을 알았을 때, 개선과 변화를 국민에게 약속해야 한다. 그리고 곧바로 실행에 옮겨보라. 민심은 국민의힘으로 돌아올 것이다. 총선 민심에서 확인했듯 민주당의 승리 요인은 민주당에 있지 않았다. 총선 이후의 이재명 일극 체제를 갖춘 민주당의 전횡과 횡포에 감동하고 박수를 보낼 국민은 한 명도 없다. ‘140만 청원’은 어쩌면 ‘인터넷 촛불’이다. 이것이 시청 앞 광장이나 용산공원의 촛불로 발전할 수 있다. 이를 막는 방법은 윤 대통령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에게 다가가는 방법밖에 없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