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트럼프에 허찔린 중국 8년 준비
'대외제재법'ㆍ외국기업 블랙리스트 시행
희토류ㆍ리튬 무기화 '수출통제법'도
장기적으론 중국 경제ㆍ기업만 피해?
[서울=뉴스프리존]이정우 기자=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불을 붙일 세계 양대 경제 대국 간 무역전쟁에 대비해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국제 전문가들이 밝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14일(현지시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6년 트럼프 첫 당선 때 허를 찔린 중국 기업에 대한 관세 인상, 투자에 대한 엄격한 통제 그리고 제재 등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경제 전망이 어두워져 미국의 압박에 더 취약해지긴 했지만, 베이징은 지난 8년 동안 외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제재를 가하고 주요 공급망에 미국의 접근을 차단할 광범위한 내용의 새 법률을 제정했다.
왕동 베이징대 국제협력이해연구소 소장은 “중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트럼프 대통령과 소통하려 시도하겠지만 이는 쌍방의 문제다. 2018년 시진핑-트럼프 정상회담처럼 아무 결실 없이 싸워야 한다면 우리는 중국의 권리와 이익을 단호하게 지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조치를 대부분 이어받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2기 행정부 인사에 대중국 강경파를 국무장관 등 주요 보직에 배치해 더욱 공격적인 신호를 보냈다.
중국은 현재 다른 나라의 조치에 대응할 ‘대외 제재법’과 국익을 훼손한 외국 기업에 대한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부’를 시행 중이다. 확대된 수출통제법은 첨단 기술에 필수적인 희토류와 리튬 같은 수십 개 자원의 세계적 지배력을 무기화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국제적 위험 컨설팅업체 ‘컨트롤 리스크’(Control Risk)의 중국 분석팀장 앤드류 길홀름은 중국이 미국에 끼칠 수 있는 피해가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길홀름은 우크라이나군에 드론을 공급하는 미국 최대 드론업체 스카이디오에 대한 중국 그룹들의 주요 부품 납품 금지를 예로 들며 이는 미국에 대한 ‘경고’라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또 캘빈클라인(Calvin Klein)과 타미힐피거(Tommy Hilfiger) 제조사인 미국 패션 대기업 ‘필립스 반 휴센’(PVH)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부’에 올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는 의류업체의 거대 중국 시장 진입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는 또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중국이 아직 심각하게 보복하지 않고 있어, 지정학적 위험과 미-중 무역전쟁은 아직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저장국제대 외교정책 전문가 왕총은 “모두가 이미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고 있어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경제성장 둔화, 소비자와 기업 간 신뢰 약화, 역사적인 청년실업률 등을 겪고 있는 중국은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을 가벼이 여길 수 없다.
베이징의 국제경영경제대학 공지옹 교수는 협상이 이루어진다면 중국이 미국 제조업에 대한 직접 투자를 늘리거나 미국이 동의하는 다른 나라로의 공장 이전을 받아들일 수도 있을 거라 예상했다.
중국은 올해 수십 년 만에 가장 낮은 5%의 성장 목표를 달성하려고 경기 부양에 분투하고 있다.

베이징 컨설팅업체 ‘트리비움’(Trivium)의 미-중 무역 분석가 조 마주르는 트럼프의 광범위한 ‘보호주의 행보’가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모든 수입품에 최소 10%의 관세부과를 공약한 때문이다.
마주르는 “다른 주요 경제권 나라들이 미국을 신뢰할 수 없는 무역 상대로 여기게 되면 더 유리한 수출 시장을 찾아 중국과 더 깊은 무역 관계를 맺으려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중국의 대응책이 장기적으론 자국 기업과 경제에만 피해를 줄 위험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베이징 소재 로펌 ‘로엡 앤 로엡’(Loeb & Loeb) 대표 변호사 제임스 짐머만은 중국 정부가 트럼프 2기 대응에 외교력 부족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짐머만은 중국이 2020년 트럼프 행정부와 맺은 협정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어 무역 긴장이 다시 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협정은 중국이 미국 상품을 대량으로 구매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트럼프 2기 동안 미-중 무역전쟁이 확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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