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호무역 맞서 룰라-시진핑 맞손

[서울=뉴스프리존]이정우 기자=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브라질과 중국의 경제협력이 한층 긴밀해지고 있다.

14일 미국 <블룸버그통신 >은 브라질 최서단 아크레주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의 경제 혁신 희망을 실어 나를 고속도로가 건설 중이라고 보도했다.

페루 국경으로 이어지는 10km 구간에 다리와 진입로를 건설하는 것은 브라질의 광대한 영토를 남미 이웃 국가와 태평양 그리고 중국에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하나로 보인다.

페루 수도 리마에서 북쪽으로 72㎞ 떨어진 창카이항은 중국의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인 '일대일로' 자금 36억달러를 받아 건설됐다. 미국은 '턱밑'에 중국의 무역 교두보가 자리하는 것이 몹시 불편한 기색이다.

중국은 페루와 주변국인 브라질·에콰도르·칠레·콜롬비아 등이 창카이항을 통하면 파나마 운하로 돌아 태평양으로 향했던 대 아시아 수출로를 크게 단축하는 경제성을 내세우고 있다.

전통적으로 대서양을 통해 무역을 했던 브라질은 이제 룰라 대통령의 두 번째 집권 뒤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의 관계를 심화시키고 있다. 

<블룸버그 뉴스>가 입수한 브라질 기획부 문서와 관리들 대화에 따르면, 새로운 도로와 철도 시스템은 중국 항구로 가는 상품 이동 시간을 10~12일 단축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브라질의 연간 GDP 1% 포인트(약 220억 달러)를 증가시킬 잠재력을 의미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5일(현지시각)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그 뒤 룰라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여는 G20 정상회의에 참가하려고 브라질을 국빈 방문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브라질이 중국과 더 깊은 관계를 맺지 않도록 경고하고 시 주석의 대표적인 일대일로 인프라 프로그램에 브라질이 동참하지 말라고 경고해 왔다.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60% 관세 부과를 주장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중국과 대오를 함께하는 동맹국들에 맞서려고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룰라 대통령은 굽히지 않고 있다. 브릭스(BRICS)의 창립 멤버인 브라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공동 제안을 통해 이미 중국과 지정학적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의 후광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뒤 2016년 탄핵으로 물러난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현재 상하이에서 신개발은행을 이끌고 있다.

중국이 미국뿐 아니라 유럽 나라와의 무역에 점점 더 많은 장애물을 마주하고 있는 시기에 룰라 대통령은 라틴 아메리카 최대 경제권에 닥친 기회를 노리고 있다.

룰라는 일대일로에 공식적으로 가입하지 않고도 그 이점을 누리려 한다. 브라질 정부는 ▲국내 인프라 프로그램 ▲지역 통합 경로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 ▲산업 근대화 등에 대한 중국의 참여를 모색하고 있다. 

2009년 브라질의 대중국 수출액은 이미 미국 수출액을 넘어섰다. 그 뒤 대중국 수입액도 미국을 넘어섰다.

중국의 투자는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서 전기 모빌리티, 재생 에너지, 도시 인프라, 첨단 제조업 등의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2022년까지 10년여 동안 중국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그리고 최근에 볼리비아 등 메르코수르(MERCOSUR·남미공동시장) 무역 블록 국가에 약 960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2025년까지 이 금액을 2,500억 달러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의 핵심 통로는 창카이 항구가 될 것이며, 시 주석의 이번 방문 때 이 항구가 개항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점차 결실을 맺어 한때 미국의 영토로 여겨졌던 지역을 잠식하고 있다. 일례로 바이아(Bahia) 주에 있는 전 포드 자동차(Ford Motor Co.) 공장을 기반으로 중국 전기차 업체 BYD와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오포(Oppo)가 현지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브라질은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Starlink) 인터넷 서비스와 경쟁하려고 상하이에 본사를 둔 위성 제조업체 스페이스세일(SpaceSail)과 접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