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임기 오는 6월6일 만료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임기 3개월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임기 내 부산이전과 KDB생명 매각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는 12일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을 촉구하는 대시민 홍보활동에 나섰다. 전날 국회 국민동의 청원 사이트에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 즉각 처리 요청에 관한 청원'이 공개된 데 힘을 보태는 행사였다.
박형준 시장은 "올해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완수하는 해"라며 "청원 달성 조건인 5만명이 동의해야 소관위원회가 90일 이내 심사 결과를 국회의장에게 보고하는 만큼 시민 참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석훈 회장의 지난해 신년사와 달리 올해 신년사에서는 ‘부산행’을 뜻하는 문구가 전혀 없었다. 반면 “우리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뱀의 머리와 꼬리가 함께 응해 서로 돕는다는 의미의 상산사세(常山蛇勢)의 마음으로 서로 협력하고 긴밀하게 대처하자”고 주문했다.
상산사세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로 용병술 9개 중 마지막 방법인 ‘사지’에서 나온다. 병사들은 죽을 상황에 처하거나 함정에 빠지면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며 서로 친근해지며 신뢰가 생긴다는 뜻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는 지난해 성명서를 통해 "계엄령으로 정국을 파탄 낸 윤석열, 산업은행 이전도 물 건너갔다"고 주장한 바 있다.
KDB생명의 매각은 강 회장 체제에서도 봉합되지 못했고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2014년 이후 10년간 매각을 추진했고 1조5천억원의 자금을 들여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재무건전성이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KDB생명의 대주주 사모펀드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에서 산업은행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KDB생명 지분 98.26%를 보유 중인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KCV)'는 산업은행이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KDB생명의 전신인 금호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조성한 사모펀드다.
산업은행은 이 사모펀드를 통해 KDB생명 주식을 간접보유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자본시장법상 사모펀드 최장 존속기간이 15년이었다. 펀드는 지난해 말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청산을 확정했으며 이에 산업은행은 KDB생명을 직접 소유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성사되면서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에 제공한 대출 외에도 한진칼에 직접 투입한 자금을 회수하는 과제가 생겼다. 올해 들어 대한항공이 4000억원을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할 계획을 밝혔고 산업은행은 이번에도 지원했다.
HMM 민영화 작업도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업계에선 HMM의 호실적에 더해 오는 4월 정부의 HMM 보유 지분이 더욱 확대되는 점 등을 고려해 몸값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파악됐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의 임기는 오는 6월6일 종료된다. 연임이 가능하다면 매각 작업 재착수가 가능하지만 현 정국을 고려할 경우 연임은 어려울 수 있단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강 회장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에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받은 바 있다.
다만 강 회장은 취임 후 부실기업 구조조정 작업을 진두지휘하며 여러 성과를 쌓아왔다. 태영건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이끌어냈다. 22년 동안 KDB산업은행 체제에 있었던 대우조선해양도 한화그룹에 넘겼다. 10년 이상 이어온 쌍용차 정상화 작업도 마무리됐다. 강 회장은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도 재임 기간 동안 가장 뜻깊은 성과로 양 사를 꼽은 바 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