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기지 텍사스·인디애나·뉴욕주
여야 구분 없이 "반도체법 폐지 아닌 개선"
블룸버그, "수혜지역 의원 반발시 폐기 어려워"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반도체법을 “끔찍한 것”이라며 폐지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이 법에 의해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 등 대미 직접투자 혜택을 받은 지역의 미국 상하원 의원들이 여야 한목소리로 반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약 53조3천억원을 들여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고 있는 텍사스주의 앨 그린 하원의원(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지팡이를 흔들며 거세게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맨 오른쪽)이 4일(현지시각)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합동회의에서 연설하는 동안 앨 그린 텍사스주 하원의원이 지팡이를 흔들며 소리치고 있다. (사진=REUTERS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맨 오른쪽)이 4일(현지시각)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합동회의에서 연설하는 동안 앨 그린 텍사스주 하원의원이 지팡이를 흔들며 소리치고 있다. (사진=REUTERS 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약 5조6천억원을 투자해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위한 첨단 패키징 제조·연구개발(R&D) 시설을 건설 중인 인디애나주의 토드 영 상원의원(공화당)은 반도체법은 “우리 시대에 가장 큰 성공 중 하나”로 규정했다고 미국 통신 <블룸버그>가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영 의원은 또 자신이 트럼프 내각 후보 지명자들을 인준하기 전에 공개 석상과 사석에서 후보들로부터 반도체법을 이행하겠다는 확언을 받고 지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연설 뒤에도 백악관을 접촉해 반도체법 프로그램을 폐기가 아닌 개선할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난 행정부가 공급망 회복력과 국가 안보를 위한 이 구상을 계속해서 지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만약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을 다른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면 난 그런 것에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뉴욕주)가 의사당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뉴욕주)가 의사당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때 미국 국립반도체기술센터(NSTC) 등 반도체 허브가 들어서기로 결정된 뉴욕주의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통해 "(반도체법은) 미국이 기술과 인공지능(AI)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고임금 제조업 일자리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NSTC 프로젝트에는 미국의 IBM을 비롯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도쿄 일렉트론 등이 참여하고 있다.

슈머 원내대표는 반도체법 덕분에 이미 여러 기업이 공장 건설을 시작해 그 혜택이 나타나고 있고, 반도체법을 폐기하면 이런 사업이 중단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게 반도체법이 이 정도의 초당적 지지를 받는 이유다. 그리고 난 상원의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 중 압도적인 숫자가 반도체법을 유지하고 싶어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도체법은 미국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기업에 5년간 총 527억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법에 따라 각각 최대 47억4500만달러(약 6조8411억원)와 4억5천800만달러(약 6천640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트럼프 정부 출범 전인 지난해 12월 미 상무부와 계약을 맺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하원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상하원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그들(반도체 기업들)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돈을 주는 게 아니라 (그들이) 관세를 내지 않는 것뿐"이라며 "우리는 그들에게 돈을 줄 필요가 없다. 그리고 그들은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면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투자하러) 올 것"이라며 반도체법 폐기의 효용성을 주장했다.

현재 미국 상·하원 의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이 모두 장악하고 있어 이론적으로는 반도체법 폐기가 가능하다.

하지만 하원은 공화당이 근소한 차이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상원에서는 의석수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무력화에 필요한 60석에 못 미친다. 이런 상황 때문에 반도체법 수혜 지역 의원들의 반대가 있으면 현실적으로 반도체법 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상원 재무위원회 위원장인 마이크 크라포 상원의원(공화당·아이다호)도 이날 반도체법의 일부 개정에는 열려 있지만 완전한 폐기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TSMC와 인텔이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아 공장을 짓기로 한 애리조나주의 마크 켈리 상원의원(민주당)도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지 않도록 행정부의 법 이행 여부를 면밀히 들여다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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