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차원 은폐 시도 있었다"
‘전현직 짬짜미’ 부당대출 적발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금융감독원이 IBK기업은행을 검사한 결과 부당대출을 은폐하려 했던 정황을 포착했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발 빠르게 사과를 전하며 반성의 기회로 삼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책임을 피하기 어렵지 않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은행장은 25일 금감원의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거래에 대한 검사사례' 발표 후 “이번 사건으로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금감원 검사 결과를 철저한 반성의 기회로 삼아 빈틈없는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기업은행은 금감원 지적 사항을 포함해 업무 프로세스, 내부통제, 조직문화 전반에 걸친 강도 높은 쇄신책을 조만간 낼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앞서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기업은행 검사 과정에서 당사자뿐 아니라 은행 차원 은폐 시도 있었다고 보고 있다”며 “은행에서는 아마 다른 평가가 있을 수 있어 다툼의 소지가 있지만 기록 삭제 시도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부원장은 “검사가 진행 중이라 제재 수준을 말하기는 섣부르다. 최종 확인을 해야 법 위반이므로 다툼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며 “기업은행 차원에서 위법 행위를 주도했느냐, 아니면 관리 의무가 있음에도 방치했느냐 등 책임관계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 관련 절차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건은 경영자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시행하기 시작한 책무구조도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원장은 “기업은행 부당대출은 이전에 발생한 사례여서 책무구조도 관련 법을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다만 책무구조도 시행과 별개로 은행의 기본적인 이해상충 거래 부분이 있어서 은행 측에 개선 대책을 요구할 예정이다. 책무구조도에 경영진 의무나 이해상충 거래 관련 관리 부분 반영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금융감독원이 배포한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거래에 대한 최근 금감원 검사사례’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에서 적발된 전·현직 직원 연루 부당대출 사고액은 882억원, 사고 건수는 58건이다.

기업은행에서 14년 근무했던 퇴직 직원 A씨는 현직 직원인 배우자, 입행 동기, 사모임 등을 통해 친분을 형성한 다수 임직원과 공모하는 방법으로 7년 동안 785억원(51건)의 부당대출을 받거나 알선했다. 사고 기간은 2017년 6월부터 2024년 7월까지로, 대출관련 증빙, 자기자금 부담 여력 등을 허위로 작성했음에도 심사역인 은행 임직원은 이를 묵인하고 공모해 부당대출을 내줬다.

A씨의 배우자인 심사센터 심사역은 A씨가 허위 증빙 등을 이용해 쪼개기 대출을 통해 자기자금 없이 대출금만으로 토지를 구입할 수 있도록 2018년 9월부터 11월까지 64억원의 부당대출을 취급·승인했다.

한편 기업은행은 지난 1월 자체 정기감사를 통해 239억5000만원 규모의 배임사고를 적발한 뒤 금감원에 보고했다. 이후 수시검사에 돌입한 금감원은 예정보다 두 차례 기간을 연장하는 등 고강도 검사를 벌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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