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열풍에 달아오른 냉난방 시장
글로벌 톱티어 공조기기업체 플랙트 인수
잠잠했던 대형 M&A 재개…'위기론' 돌파할까

삼성전자가 2030년 140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냉난방 공조 시장을 선점하려고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약 2조4천억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단행했다.
삼성전자는 14일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이 보유한 플랙트 지분 100%를 15억유로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절차는 연내 마무리된다.
삼성전자의 조단위 인수합병(M&A) 성사는 2017년 80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9조3400억원)를 들여 전장·오디오 자회사 하만 인수를 완료한 뒤 8년 만이다.
1918년 설립된 플랙트는 65개국의 가정, 사무실, 학교, 병원과 첨단 시설에 중앙 공조 제품 및 설루션을 공급해 7억유로 이상의 연 매출을 내는 글로벌 최상위 공조 업체다.
냉난방공조(HVAC) 사업은 글로벌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공장 등 AI 후방산업에 대한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며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AI·로봇·자율주행·확장현실(XR) 등의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플랙트를 전격 인수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공조 사업 중 공항, 쇼핑몰, 공장 등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은 2024년 610억달러(약 86조2천억원)에서 2030년 990억달러(약 140조원)로 연평균 8% 성장이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데이터센터 부문은 2030년까지 441억달러(약 62조3천억원) 규모로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전망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해 12월 AI 데이터센터의 냉각시스템을 수출 주역으로 육성하려고 3500억원의 수출보험을 지원하고, 핵심기술 확보에 1300억원·차세대 시스템 실증에 180억원 투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데이터센터, 대규모 주거 단지 등 대형 공조 사업의 경우 글로벌 공급 경험, 최적의 설계와 설루션 제시 역량을 갖춰야 해 진입장벽이 높다.
삼성전자는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해 기업간거래(B2B) 설루션 제공 경험이 풍부하고, 시설 유지 보수를 위한 전문 기술 인력을 다수 보유한 플랙트를 인수해 글로벌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할 계획이다. 플랙트는 데이터센터 외에도 글로벌 톱 제약사, 헬스케어, 식음료, 플랜트 등 60개 이상의 폭넓은 대형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또 성장 잠재력이 높은 아시아, 중남미, 중동·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로 대표되는 신흥시장에서의 사업 기회 발굴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들이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글로벌 사우스 지역의 냉난방공조 사업 기회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대형 쇼핑몰, 오피스 빌딩, 호텔 등의 상업 인프라 확장, 정부 차원의 고효율 에너지 정책 추진 등으로 대형 공조 시스템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지난 2월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2심 무죄 선고로 사법 리스크를 어느 정도 덜어내면서 그간 뜸했던 대형 M&A에 대한 기대가 부상했다.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M&A가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중요한 전략임을 언급하며 올해 유의미한 M&A 성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에는 자회사 하만을 통해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3억5천만달러(약 5천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어 대형 M&A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인수에 대해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은 "삼성전자는 AI, 데이터센터 등에 수요가 큰 중앙공조 전문업체 플랙트를 인수하며 글로벌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공조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속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트레버 영 플랙트 최고경영자(CEO)는 "플랙트가 삼성전자의 일원이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100년이 넘는 업력의 글로벌 톱 티어 공조 업체로서 글로벌 대형 고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플랙트가 이제 삼성전자의 글로벌 사업 기반과 투자를 통해 성장을 더욱 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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