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단순한 거수기에서 진정한 견제자로 거듭날지 주목

금융감독원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 (사진=연합뉴스)

보험업권과 증권사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겸직하는 관행이 사라질 전망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에 선제적으로 도입된 책무구조도가 자산 5조원 이상의 대형 보험사와 증권사에 확대 시행된다.

금융당국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또는 운용자산 20조원 이상의 대형 금융투자회사들이 책무구조도에 따라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금융감독원은 증권사와 보험사에서 관행처럼 여겨져 오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겸직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책무구조도는 올해 7월 보험사와 증권사를 상대로 도입이 권고되고는 있으나 법적인 의무가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한국 보험사와 증권사에서는 CEO를 견제해야 하는 이사회가 단순한 거수기 역할에만 머물렀다는 이야기가 많다.

이사회에서 내부 인물들을 견제해야 하는 사외 이사의 경우에도 감독기관이나 대학에서 온 인물로 채워져 이사회에 상정되는 안건에 대해서 반대 의사를 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로고=금융감독원)
(로고=금융감독원)

이런 상황에서 책무구조도를 도입하게 되면 대표이사를 견제해야 하는 이사회 의장이 자기 자신에게 책임을 돌려야 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을 해제할 것이 요구되기에 이르렀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1일 성현모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해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을 풀었다.

KB손해보험 역시 지난달 26일 조재회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 자리에 앉혔다.

ABL생명은 지난 7일 김치중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에 선임했다.

메트라이프는 지난 6월 지홍민 사외이사를 의장직에 앉히며 송영록 대표의 겸임 체제를 사실상 해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KB증권이 지난 달 말 이사회 의장에 양정원 사외이사를 선임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메리츠 증권 역시 장원재 대표이사가 겸임하고 있던 이사회 의장 자리에 이상철 사외이사를 선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의 사례를 보면 기업으로부터 독립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규정돼 있는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아 문제가 없어보이나 내부 거버넌스 문화에 따라서 ‘눈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요한 건 이사회가 얼마나 자기 임무에 충실해져 주주의 이익을 보장하느냐이지 단순히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가 겸임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 5월 금융투자회사 27곳 중 11곳인 40%가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을 하고 있어서 이해상충 발생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가운데에서는 신한투자증권의 이선훈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고 한국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에서는 김남구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같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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