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척 규모 선박 효율화 프로젝트 착수
대형 도크 확보 관건, 중국·싱가폴과 경쟁

글로벌 2위 선사 덴마크 머스크(Maersk)의 대규모 선박 개조 프로젝트에 조선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오는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한 머스크는 친환경 선박을 새로 발주하는 것보다 비용,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노후 선박 개조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정 크기 이상의 수면 위 ‘플로팅 도크’의 확보가 개조 사업 수행의 핵심 조건으로 거론된다는 점에서 국내 중소 조선업체보다는 대형 3사(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의 사업 참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13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머스크는 용선(대여) 중인 선박 가운데 약 200척에 대한 개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난달 밝혔다.
프랑스 해운전문분석기관 알파라이너의 집계에서 머스크는 이달 기준 컨테이너운반선 725척·460만6519TEU(1TEU=6m 컨테이너 1개 크기) 규모의 선대를 보유 중이며, 1위 스위스 엠에스씨(MSC, 21.2%)에 이은 시장 점유율 2위(13.9%)를 기록하고 있다.
머스크가 소유한 선박은 725척 중 344척이고 나머지 381척은 용선 선박이다. 신규 선박의 확보를 위해 발주한 물량은 62척(81만6740TEU)이다.
이는 엠에스씨의 발주 물량 122척(214만7464TEU)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반면 머스크는 선박의 용선 비율(척수 기준)이 엠에스씨보다 월등이 높다. 엠에스씨는 957척의 선박 중에서 259척을 용선하고 있다.
글로벌 점유율 경쟁을 벌이며 엠에스씨를 추격 중인 머스크는 탄소 감축 및 선대 유지 등을 위한 비용 효율적인 전략으로 용선 선박의 현대화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선 부문의 개조 사업은 중국과 싱가포르 조선소가 주로 수행하며 실적을 쌓은 영역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개조 사업보다 수익성이 큰 신규 건조에 초점을 맞춰왔다.
다만 HD현대마린솔루션, 한화파워시스템 등 개조 역량을 보유한 국내 업체들의 시장 진입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HD한국조선해양, 한화파워시스템은 한화오션의 선박 설계·건조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삼성중공업도 최근 선박 개조 및 유지보수, 기자재 공급 등 노하우를 보유한 국내업체 디섹과 손을 잡으며 사업 확장 의지를 밝히고 있다.
머스크 발표에 의하면 선박의 효율성, 경제성, 안정성 등을 향상시키기 위한 선수(뱃머리) 및 선형(외형) 변경과 프로펠러 교체, 화물 적재 능력 향상 등 작업을 조선소를 통해 실시할 예정이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 등 흐름으로 컨테이너선의 이동 속도가 과거보다 줄어든 점을 고려, 프로펠러의 크기와 무게를 줄이거나 구상선수(선박 앞부분 수면 아래 부근에 불룩하게 튀어나온 부분)를 개선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적재 효율을 높이기 위한 조타실 구조 변경 및 래싱 브리지(화물 고정용 구조물) 보수 작업 등 필요성도 언급된다.
국내 대형 조선업체 3곳이 현재 약 4년치 일감을 확보한 것을 감안, 일각에서는 국내 중소조선사의 도크를 활용한 개조 사업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대형 3사의 도크가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국내 중소업체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머스크의 대형 선박을 정박시킨 후 작업을 진행할 만한 적정 크기의 도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중소업체의 인프라만으로는 수행이 힘들다는 평가가 많다.
머스크가 개조를 맡길 1만8000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을 수용하려면 최소 길이 약 400미터, 폭 70미터 수준의 작업 도크가 확보돼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형 3사는 작업 공간이 부족할 경우 육지의 도크가 아닌 수면 위 플로팅 도크를 활용해 개조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국내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 건조 물량을 수주하는 게 더 우선이기는 하지만 선박 개조 사업도 의미가 있고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향후 일감이 없을 시기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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