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애 칼럼] 눈에 보이지 않는 ‘정당’ 바로잡아 법치국가 세워야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당선인의 캠프에서 활동하던 법조인 출신 명단은 아래와 같다.

판사 출신의 경우 주호영 조직총괄본부장, 김기현 원내대표가 있었고, 검사 출신은 권영세 총괄특보단장, 권선동 당무지원본부장,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 김재원 선거전략본부장, 정점식 네거티브검증단장, 박형수 네거티브부단장, 유상범 법률지원단장, 김경진 대외협력특보, 김용남 공보특보, 김도읍 공동선대위원장, 김진태 비리검증단장, 석동현 특보단장, 주광덕 법률지원, 석동현 특보단장, 박민식 기획실장, 주진우 법률지원참모, 이원모 법률팀장, 손경식 법률대리인, 이완규 법률대리인, 정미경 선대부위원장, 김홍일 정치공작특별위원장, 안대희 자문, 정상명 자문, 김종빈 자문, 박주선 자문, 홍준표 고문, 황교안 고문 등이 있다.

위에 나열된 사람들 외에도 대선과 연계되어 직·간접적으로 활동한 법조인 출신도 상당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전·현직 국회의원 중에서도 판·검사 출신 의원이 상당수 있다. 이처럼 다른 직업에 비해 법조인이 정치에 입문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과거에부터 있었지만, 특히 故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그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었다. 과거 ‘검찰’하면 진보 진영의 경우 보수 정권의 하녀 노릇을 하는 '권력의 개'라고 여겼다. 반면, 보수 진영의 경우 나라의 질서와 안보를 확립하는 기관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상반된 생각은 이번 ‘검수완박’을 대하는 국민들의 이념적 사고와 비교해도 별반 차이가 없으리라 예상한다.

1989년 11월,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터졌다. 바로 ‘우지 파동’ 사건이었다. ‘삼양식품이 공업용 우지로 면을 튀기고 있다’는 익명의 투서가 검찰에 전달되었고, 그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김기춘의 특별 지시로 삼양식품을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그로 인해 삼양은 파산 직전까지 몰리게 되었다. 그 당시 팜유를 사용하던 농심을 제외한 다른 라면 제조 회사들은 인체에 무해한 우지를 미국에서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문제는 미국에서는 소의 내장이나 사골을 먹지 않아 우지를 ‘공업용’으로 분류하고 있었다는 것이었고, 이를 빌미 삼아 검찰에 투서를 한 것이었다.

우지 파동으로 구속된 기업인들 (사진출처 연합뉴스)
우지 파동으로 구속된 기업인들 (사진출처 연합뉴스)

대내외적으로 심각하게 커지는 ‘우지 파동’에 대해 한국식품과학회 및 보건사회부 장관까지 나서서 무해성을 발표했지만, 그럼에도 언론과 검찰을 상대로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할 수가 없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당시 팜유를 사용하던 농심과 달리 삼양식품 등 5개사의 경우는 대표 10명이 구속되고, 100억 원대의 라면 재고가 수거되었으며, 3개월의 영업정지 및 엄청난 범칙금이 부가되어 큰 손실을 보게 되었다. 이후 8년 여의 시간이 지나서야 마침내 무해성이 인정되었고, 대법원에 의해 무죄가 판명되었다. 그러나 실추된 기업 이미지 및 판매감소로 발생한 피해는 막대한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 결과적으로 우지 파동 수사로 최대 수혜를 본 기업은 농심이었다. 이로 인해 검찰총장과 농심의 ‘검은 커넥션’에 대한 의구심은 커져갔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농심의 비상임법률고문을 맡으며 일각에서는 농심과 김 전 비서실장의 유착관계를 주목하기도 한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농심의 비상임법률고문을 맡으며 일각에서는 농심과 김 전 비서실장의 유착관계를 주목하기도 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8년에 이미 라면 시장의 54% 이상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던 농심마저도 ‘우지 파동’ 여파로 국민들이 라면 자체를 기피해 매출 감소의 피해를 본 것과 본래 농심의 높은 시장점유율을 이유 삼아, 보수층은 ‘우지 파동’에 대한 검찰과 농심 간의 커넥션이 '좌파가 꾸민 음모론'이라고 치부하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김기춘 검찰총장이 2008년~2013년에 농심의 법률고문을 역임하고 2015년 2월 청와대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시 농심의 비상임법률고문으로 수개월 재직한 사실을 볼 때, 음모론이라기보다 보은 차원의 개연성이 충분해 보인다.

이번 대선 시기 또 다른 큰 이슈가 있었다. 바로 도이치모터스 사건이다. 사실 다른 어느 주가조작사건 때보다 검찰과 언론은 잠잠했다. 다른 모든 관련자는 기소되었으나 김건희 여사만은 소환조사조차도 이루어지지 않고 어물쩡거리더니, 무혐의로 사건이 종결되었다. 물론 검찰이 잘 조사했으리라 믿고 싶다. 그러나 막강한 수사 권력을 가진 검찰이 김 여사의 계좌 하나 조사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한편, 대선 시기 내도록 시끄러웠던 대장동 사건의 경우도 검찰이 단순히 계좌 추적을 통해서 돈의 흐름만 확인하고, 그 출처와 사용처에 대해 조사하면 쉽게 종결할 수 있는 사건임에도 아직까지 어떤 명확한 입장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총괄·지시한 혐의를 받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총괄·지시한 혐의를 받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검수완박’에 대해 윤 당선인 측에서는 국민투표를 하자고 한다. 만일 내가 인수위에 속해 있다 해도 밑져야 본전이기에, 국민투표를 제안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안이 과연 국민투표로 결정할 문제인지는 생각해야 한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한국 검찰은 범인을 잡는 기관이지만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정당’이 되어버렸다. 정치권력이 된 검찰이 대다수 서민에게는 사안에 따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득달같이 달려들었지만, 기득권들에게는 매우 유연한 법의 잣대를 적용하기도 하였다. 이것은 편향적인 시선이 아니라 그동안의 일들을 토대로 내린 나의 생각이다. 물론 모든 검찰을 일반화시킬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당’이 되어버린 검찰 안에서 소신을 지닌 검사가 얼마나 존재하고 과연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의견을 주장하는 건 고사하고 계속 침묵하면서 버티기조차 어렵지 않겠는가?

이인애/통일비내리는날 교육팀장
이인애/통일비내리는날 교육팀장

검찰 공화국에 대한 두려움이 일부 진보 진영의 사람들만이 느끼면서 과잉행동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또한 다수의 국민이 검수완박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아 공감도가 낮을 수도 있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보이지 않는 정당처럼 행동하고 있는 현재의 검찰은 자신들의 기득권 사수를 위해서라면 법 기술과 언론 공세를 필두로 얼마든지 한계없는 행동을 추진할 수 있기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검수완박’을 계기로 검찰개혁의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기 전에 바로잡고, 검찰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여 온전한 법치국가의 이상을 실현하는 나라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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